‘운전자 범위’ 설명의무 다하지 못해, 보험사-고객 분쟁 단초 제공

M캐피탈, 계약 3달이 지나서야 약관 팩스 교부

음주운전 설명의무는 ‘상식적’인 부분으로 의무에 포함되지 않아

기본적·필수적 설명의무 다하지 못한다면, 분쟁의 원인으로 번질 수 있어


한민철 기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고객과 협력사를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한 M캐피탈의 사연이 뒤늦게 밝혀졌다.

장기렌터카 서비스는 약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계약한 차를 이용하면서, 차량의 보험료 및 세금 그리고 정비 관련 사항을 렌터카 업체에 맡길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때문에 자동차 이용에 따른 가격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 선호를 받고 있다.

본래 렌터카 서비스는 AJ렌터카 등 대형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가장 많은 이용대상이 되고 있지만, 의외로 제2금융권 일부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취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A씨의 경우도 그랬다. 지난 2015년 1월경 A씨는 자신의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할 자동차를 물색, 할부금이나 보험료 등에 크게 부담이 없는 장기렌터카 서비스로 차를 장만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여러 업체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비록 대출상품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회사이지만 월 이용요금이 비교적 저렴하고 대형 금융사 계열인 M캐피탈의 장기렌터카 상품을 통해 고급 외제차를 계약했다.

그가 M캐피탈과 계약한 차량은 48개월 약정으로, M캐피탈은 A씨와의 계약 시점부터 C손해보험에 해당 차에 대한 영업용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개인소유 차량은 소유주가 직접 보험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게 되지만, 장기렌터카의 경우 가입자 아닌 렌터카 업체가 보험에 가입해 피보험자가 된다. 만약 자동차사고가 발생하면, 가입자가 보험사가 아닌 렌터카 업체에 요청해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 A씨는 M캐피탈과의 장기렌터카 및 이 회사를 통한 C손보와의 자동차보험 계약을 약 3개월 유지하던 중, 예고치 않은 큰 사고를 겪게 됐다.

2015년 4월 중순경 A씨는 자신의 지인인 B씨와 술자리를 가지고 난 뒤, 해당 차량의 운전을 B씨에게 맡겼다. B씨는 면허취소 및 형사입건 수치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에서 A씨의 차량을 몰았고, 얼마 가지 못해 한 외제 자동차 매장을 들이받았다.

B씨는 해당 매장의 유리와 전시차량을 파손해 약 3500만원의 재산피해를 일으켰고, C손보는 해당 차량의 책임 보험사였기 때문에 외제차 매장 측에 이 피해금액만큼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이는 굉장히 애매한 사건이었다. 렌터카의 운전자인 A씨가 아닌 B씨가 운전을 해 사고를 일으켰고, 그는 사고 당시 면허취소 및 형사입건 수치에 해당하는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과연 누구의 실질적 과실로 처리를 해야 할지 보험사와 렌터카 업체 입장에서 상당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C손보는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음주운전 상태에서 해당 차량을 몰았던 B씨에게 있다고 판단, 상법 제682조의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규정에 따라 M캐피탈이 B씨에게 가지는 피해금액에 대한 구상권을 대신 취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보험처리’를 했지만, 사고를 당한 외제차 매장에 지급된 3500여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B씨가 C손보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C손보 측은 사고를 일으킨 차량은 B씨가 아닌 A씨가 사용권을 가지고 있던 렌터카로, B씨는 운전자 범위에도 포함시킬 수 없어 보험처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B씨의 해당 차량에 대한 운전 자체가 M캐피탈의 약관과 의사에도 명백히 반대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B씨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B씨 측은 M캐피탈이 A씨와의 렌터카 계약을 체결할 당시, A씨에게 필수적으로 알려야 할 약관조항인 ‘운전자의 범위’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캐피탈이 해당 차량에 누구는 운전을 하게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운전자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A씨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이를 모르고 있었던 A씨가 B씨에게 운전을 시켜 사고가 나게 한 책임이 있어 면책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시 말해 A씨가 렌터카 계약 당시 M캐피탈로부터 운전자 범위, 나아가 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 대상이 될 수 있는 운전자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이 렌터카를 운전을 하더라도 제약이 없다고 판단해 그에게 운전대를 맡겼던 것으로, B씨 역시 보험처리 대상에 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음주운전에 관해서는 약관상 명백히 음주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B씨는 M캐피탈이 이에 대해서도 A씨에 설명하지 않아, 그가 자신에게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사고가 난다면 임차인이 차량손해를 책임진다는 규정상 B씨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음주운전 하면 안 된다’는 상식적인 부분으로 설명의무 없어

자동차보험, 특히 렌터카에 있어 다수의 차량 운전자들조차 자세히 모르는 사항이 바로 자동차 보험계약상 피보험자 그리고 운전자의 범위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렌터카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는 렌터카(피보험자동차)의 사고 등으로 인해 책임 보험사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쪽을 의미한다.

즉, 피보험자인 렌터카 업체는 자동차를 소유 및 사용 그리고 관리하는 동안 발생한 피보험자동자의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보상책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피보험자의 범위는 보다 구체적으로 구분된다.

첫째로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및 사용, 관리하는 동시에 보험증권의 기명피보험자란에 기재된 ‘기명피보험자’ 그리고 기명피보험자의 친족 등의 ‘친족피보험자’,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운영한 ‘승낙피보험자’,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 등 ‘사용자피보험자’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명피보험자와 사용자피보험자 등을 위해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피보험자’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3년 11월, 이 운전피보험자란 기명피보험자 등으로부터 고용돼 해당 차량을 운전하는 자를 통상 의미하지만, 굳이 운전 업무를 위해 고용된 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기명피보험자 등으로부터 승낙 및 요청을 받고 그 기명피보험자 등을 위해 운전을 했다면 운전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물론 대법원은 그가 아무리 기명피보험자로부터 승낙 및 요청을 받았을지라도, 최종적으로 기명피보험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경우, 그 운전자를 운전피보험자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운전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중 일으킨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에서 상법 제682조에 따라 렌터카 업체를 대신해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이번 사고의 경우 보험계약상 기명피보험자는 M캐피탈이었고, A씨는 M캐피탈의 승낙피보험자였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B씨가 운전피보험자에 속하는지 여부였다.

C손해보험 측은 B씨를 운전피보험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반면 B씨 측은 M캐피탈의 ‘운전자 범위에 대한 설명의무 부족’으로 A씨가 피보험자의 구체적 범위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을 운전피보험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양측의 충돌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B씨는 A씨를 위해 이 렌터카를 운전한 자이기 때문에 B씨의 운전이 M캐피탈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 한, 그를 운전피보험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지 ‘의사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다’라는 부분이 입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B씨 측 주장의 핵심인 ‘M캐피탈의 설명의무 부족’에 있어, 법원은 음주운전에 대한 설명의무 부족 부분에 대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B씨는 렌터카 약관에서 음주운전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A씨가 M캐피탈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해 자신도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이런 B씨 측 주장에 대해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을 고객에게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사항에 대해까지 설명할 의무가 없다”는 지난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A씨가 M캐피탈로부터 관련 약관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고객에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굳이 설명의무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기초적·필수적인 부분의 누락이 불러온 분쟁

사실 B씨 측의 주장은 일반인들에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음주운전으로 큰 재산피해와 함께, 렌터카 업체와 보험회사에게도 이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A씨가 M캐피탈과 맺었던 렌터카 계약의 약관 상 차량의 기본 운전자는 ‘개인(직계가족 포함)’이며, 기본 운전자 외에도 추가로 운전자가 필요한 경우 두 명에 한해 지정운전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B씨는 A씨의 직계가족도 아니고, A씨가 계약 당시 지정운전자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지정운전자로도 볼 수 없었다. 때문에 C손보와 B씨 사이 갈등의 핵심인 B씨의 운전자 범위 포함 여부에 있어서, 그를 운전자에 포함시킬 수 없고 M캐피탈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했다.

단지 B씨는 M캐피탈로부터 A씨가 운전자 범위 등에 대한 약관내용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 자신도 A씨로부터 해당 렌터카 이용에 따른 세부내용을 인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가볍게 흘러 넘길 수도 있는 설명의무 부족이 과연 음주운전이라는 큰 사고를 저지른 B씨의 대응논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C손보와 B씨와의 법적분쟁에 대해 항소심 끝에 B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M캐피탈의 운전자 범위 부분에 대한 설명의무 부족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법원은 렌터카 계약상 운전자의 범위 부분은 임차인의 책임 범위뿐만 아니라 그 운전자가 보험계약상 피보험자에 포함되는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운전자 범위에 대한 설명 여부는 계약체결 당시 A씨의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는 판단이었다.

법원은 M캐피탈이 계약 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M캐피탈 측과 A씨의 렌터카 계약 체결 당시 녹취 내용에서도 M캐피탈의 운전자 범위에 대한 설명이 충실히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렌터카 계약서에 서명할 당시, 해당 계약서에는 렌터카 정보란 외에 상품정보란 그리고 보험정보란의 선택사항에 아무런 표시가 있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M캐피탈은 계약 체결 3개월 후, 즉 이 사고가 일어 난지 불과 며칠 전에서야 A씨 측에 렌터카 계약서와 첨부 약관을 팩스로 교부했다.

이에 법원은 “M캐피탈이 A씨에게 이 사건 렌터카 계약상 운전자의 범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음이 인정된다”라며 “B씨가 운전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그의 운전 행위가 M캐피탈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C손보의 B씨에 대한 3500여만원 및 지연손해금 청구 소송은 최근에서야 항소심 끝에 기각됐다. M캐피탈이 착오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킨 이에게 법적 승소를 안겨줬고 보험사에 큰 피해를 준 꼴이었다.

물론 법적으로는 B씨 측의 주장은 타당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을 지키지 못해 벌어진 결과로 M캐피탈에는 당연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은 지극히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설명의무를 지키지 못한다면, 자사뿐만 아니라 협력사 그리고 고객에게도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목소리다. 또 고객들 역시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라는 부분은 설명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부분을 숙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렌터카 업체들이 계약 체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 설명의무를 충실히 하지 못한다면 이번 M캐피탈의 사례처럼 고객과 보험사 간 분쟁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