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상 하자로 생긴 ‘예견된 사고’… 현재는 “오래된 일이라” 모르쇠

2013년 디큐브시티 백화점 천정 누수사고, 원인은 대성산업-한화63시티

한화63시티 직원의 명백한 과실… 대성산업의 설계상 하자 문제도

대성산업 “오래된 일이라 알아봐 줄 수 없다”… 책임회피 하나(?)

지난 2013년 신도림 디큐브시티 백화점 누수사고의 원인이 건물을 신축한 대성산업이었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디큐브시티에 설치된 머릿돌.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지난 2013년 신도림 디큐브시티 백화점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구체적 원인이 최근 법원을 통해 밝혀졌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디큐브시티를 신축했던 대성산업의 설계 및 관리에 있었다. 디큐브시티 백화점에 입점한 점포에 재산피해를 일으킨 당시 사고에 대해 대성산업의 사후조치 결과는 ‘묵묵부답’인 상태다.

국내 지하철 이용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신도림역에 위치한 디큐브시티 백화점은 지난 2015년부터 현대백화점이 인수해 지난해만 약 28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서울 강서권 랜드마크’로 손꼽히고 있다.

본래 이곳 신도림 디큐브시티는 석유ㆍ가스를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는 대성산업(회장 김영대)이 신축사업을 추진해 지난 2011년 8월 개관했다.

대성산업은 당시까지만 해도 신도림 디큐브시티를 통해 백화점과 호텔, 아파트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복합시설을 계획했다.

그러나 2012년경부터 국내 부동산 시장 둔화와 건설경기 침체로 디큐브시티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또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서 복합시설 운영에 큰 노하우를 가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사업 투자비용 대비 차입금의 규모가 더욱 커졌고, 천문학적 액수의 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빠졌었다. 안타깝게도 대성산업은 디큐브시티 내 오피스와 아파트 등을 매각했고, 건설·유통부문의 심각한 실적부진으로 관련 분야 사업비중을 과감히 줄였다.

이어 지난 2015년 3월경에는 시설 내 가장 많은 이용객을 확보했던 백화점도 부동산 리츠(REITs)펀드사인 제이알 투자운용에 매각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재는 현대백화점이 디큐브시티 백화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디큐브시티 매각 2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어쩌면 대성산업의 디큐브시티 사업 실패가 ‘예견된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디큐브시티 백화점에서 발생한 누수사고와 그 사고의 원인이 최근 법원의 판결을 통해 낱낱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5월 28일 오후 4시경, 디큐브시티 백화점에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천정에서 갑자기 다량의 물이 쏟아져 나왔고, 해당 층에 입점해 있던 일부 점포가 이 누수사고로 인해 상당한 재산피해를 입게 됐다.

사고 수습 후, 대성산업이 디큐브시티 시설에 대한 재산종합보험 계약을 맺고 있던 보험사는 피해를 입은 점포에 이 피해금액을 지급했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원인은 이랬다. 백화점 A층 내 벽면녹화 자동관수 시스템에서 오작동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바닥에 물이 심하게 고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성산업 직원은 사고가 난 A층 현장에 출동해, 조경수 배관과 연결된 디큐브시티 호텔 배관의 밸브조작을 통해 조경수를 긴급 차단했다.

사고는 원만한 수습이 되는가 했지만, 일을 더욱 키우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대성산업과 디큐브시티 백화점 등 시설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도급계약을 맺었던 한화63시티 직원의 착오가 있었다.

대성산업 직원의 조경수 차단 조치로 추가 누수를 막았지만,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출동한 한화63시티 직원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한화63시티 직원은 사고가 발생한 A층의 조경수를 차단하기 위해 그 아래층인 B층에 위치한 PS(Pipe shaft)실로 이동했다. 이어 조경수라고 표시된 배관을 찾아 이 배관의 밸브를 조작했고, 곧바로 이를 개방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한화63시티 직원이 조작한 밸브의 배관은 실제 사고가 발생한 층의 조경수 배관이 아닌, 더 이상 사용이 금지된 배관이었다.

한화63시티 직원이 문제의 밸브를 개방하자, 다량의 물이 터져 나왔고 B층 천장에서 이 물이 분사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이 누수사고로 B층에 입점해 있던 점포는 약 18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대성산업이 야심차게 신축한 강서권 랜드마크에서 개관 2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발생한 ‘맑은 천장의 물벼락’이었다.

사고의 원인은 대성산업… 사후조치 결과에 ‘묵묵부답’

이날의 누수사고로 피해를 입은 점포에 대한 손해액은 대성산업의 책임보험사가 부담했다. 또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은 한화63시티 직원의 착오이자 과실이었기 때문에, 당시 한화63시티의 책임보험사 역시 대성산업 측 책임보험사에 일부 분담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금전적인 보상이 끝났다고 일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사고의 근본적 원인 규정 및 사후처리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놓인 상태였다.

대성산업과 한화63시티의 책임보험사가 조사해 법원에 제출한 당시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따르면, A층에 설치된 벽면녹화 조경수 밸브가 건물 호텔 주방 배관과 연결돼 있는 ‘설치상의 하자’가 있었다. 또 문제를 일으킨 밸브 배관 말단부를 플러그 및 캡 등으로 마감 처리하지 않았고 B층 천장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당시 사고에 대해 파악한 한화63시티 측 관계자 역시 본지에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전해줬다. 대성산업 측의 설계 및 시공 그리고 이후 주요 설치물들의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한화63시티 관계자는 “당시 사고가 오래된 사항이라 정확히 내용을 알 수 없고, 대성 쪽에 확인을 해야 겠지만, 건물 내 도면 상 뭔가 일치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한화63시티 직원의 밸브 조작에 따른 과실보다, 이 부분을 사고의 우선적인 원인으로 적시했다.

사실상 이런 설치상의 하자와 마감처리 소홀에서 비롯된 문제점이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디큐브시티를 설계 및 시공한 대성산업에 있었다.

특히 법원은 사용도 하지 않았던 문제의 배관 밸브에 대성산업 측이 조작금지 등 안내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화63시티 직원의 과실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한화63시티 직원이 배관 도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고, A층 조경수 배관 및 밸브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B층 PS실에 A층 조경수 밸브가 있을 것이라는 착오를 일으켜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사고의 손해배상 및 원인규명은 이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사고에 대한 사후처리 문제가 있었다.

이 사고의 사후처리가 중요했던 이유는 우선 대성산업은 디큐브시티가 개장하기 직전에도 설계와 시공 관련 문제로 인해 잡음을 일으킨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큐브시티 개장 및 디큐브시티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이곳 입주예정자들과 대성산업 사이에 아파트 설계변경과 부실시공 등의 문제로 큰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입주예정자들은 심지어 대성산업 측에 계약해지와 소송 엄포까지 놓았고, 대성산업도 시공에 있어 일부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장 시기부터 설계와 시공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이후 비슷한 문제점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후조치가 없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사고가 일어나 누수가 생겼던 문제의 천장 구조는 아직 사고 당시 그대로였다.

본지가 디큐브시티 백화점 내 당시 누수사고가 발생한 B층 천장을 확인한 결과, 다른 층의 천장과는 다르게 환풍구나 배관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사고 후 설치상의 하자 및 마감 처리 문제 해결 그리고 누수를 일으킨 배관 밸브에 조작금지 표시 등의 조치가 없었다면, 위층에서 다량의 물이 터져 나와 누수로 까지 일어지는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만약 대성산업이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디큐브시티 매각이 이뤄졌고, 현대백화점에 이를 알리지 않아 이들이 당시 사고를 인지하지 못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대성산업이 이 사후처리를 현대백화점 측에 떠넘겼다면 그 역시 큰 문제였다.

한화63시티의 과실도 일부 있었지만, 이 사고의 사후조치의 책임과는 관련이 없었다. 사진은 한화63시티가 위치한 63스퀘어. (사진=한민철 기자)
한화63시티 측은 당시 사고에 대한 과실이 인정됐지만, 대성산업과 계약을 맺은 용역회사에 불과했다. 이후 입찰에서는 인연이 닿지 않아 지난 2014년 4월경부터는 디큐브시티 시설에 대한 관리 등 업무에 책임이 없었다.

때문에 일부 과실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책임보험사에 피해 부분에 대한 절반의 보상 판결로 한화63시티의 책임은 마무리된 상태였다.

결국 당시 사고에 대한 사후조치의 책임은 대성산업에 있었다. 대성산업의 조치에 따라, 이후 디큐브시티 백화점 이용객들 및 입주사들의 안전 그리고 현대백화점이 입을 수 있는 재산 피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대성산업 측은 당시 사고가 오래된 일로, 담당 직원이 현재 회사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디큐브시티 사고에 대한 사후조치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4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이 흘렀지만, 자사에서 야심차게 신축해 수 년 동안 운영해왔던 디큐브시티의 사고 조치에 대한 기록이 없고 관련 담당자조차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최근 법원에서 당시 사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대성산업의 문제도 있다고 밝힌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고 손을 뗀 상태이더라도 사후조치 결과와 관련돼 대해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말은 에너지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서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다.

이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쩌면 대성산업의 디큐브시티 사업 실패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