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냐, 조직 안정이냐

연임 여부 아직 알 수 없어

노조는 ‘내부 승진’ 선호

새 대표 최대 과제는 ‘글로벌IB’ 도약

윤경은-전병조 KB증권 각자 대표이사의 임기 종료가 다가오면서 KB증권에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전 각자대표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 종료된다.

아직은 둘 중 한 명이 남아서 KB증권을 이끌고 가게 될지, 아니면 두 사람 모두 KB증권을 떠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인사들은 윤-전 각자 대표의 실적을 비교해 봤을 때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국민은행 행장으로 허인 부행장이 내정되면서 KB금융 내부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이들의 거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윤경은-전병조 실적은?

윤-전 대표는 KB증권의 사업부문들을 나눠서 경영하고 있다. 윤 대표는 자산관리, 세일즈앤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을 맡고 있고 전 대표는 투자금융과 기업금융(홀세일)부문 담당이다.

KB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1124억원(별도기준, 연결기준 당기순익 911억원)중 전 대표가 담당하고 있는 IB부문의 기여도가 가장 컸다. IB부문 기여도는 57%였다.

그렇지만 윤 대표는 S&T부문에서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251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47억 원 흑자를 냈다.

두 대표의 실적에는 큰 차이가 없어서 둘 중 한 사람이 대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윤 대표의 경우 2012년 10월부터 사장직을 맡아 5년 동안 재임해 온 것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사장직에 오래 있었고 합병 이후 KB증권이 안정됐으므로 윤 대표가 내려가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KB투자증권 사장으로 일했다. KB증권 단독 대표이사로 올라 설 가능성도 있지만 KB증권에 현대증권 출신이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KB증권 단독 대표가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B증권 임직원수는 2888명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현대증권 직원 수는 2287명이었고 KB투자증권 직원 수는 578명이었다.

두 사람이 모두 퇴장할 수도

증권가 인사들 중에는 두 대표가 모두 교체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윤종규 회장이 두 사람에게 각 1년씩만 임기를 준 것은 두 사람에게 사장직을 임시로 맡긴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윤 회장이 합병 초기 조직 안정을 위해 두 회사 대표를 모두 유임시켰다고 보고 있다.

윤 대표는 2012년 10월부터 현대증권 사장으로 일하기 시작해 5년 동안 사장을 맡았다. 현대증권은 2012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2014년에 흑자로 돌아섰다. 2015년에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359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이것은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0% 감소한 규모다.

전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KB투자증권 사장으로 일했다. KB투자증권의 2015년 당기순이익은 471억1800만원이었다. KB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에 순이익 28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정도 감소했으나 대형증권사들의 경우 더 많이 순이익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하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전 대표가 유능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증권가에선 새로운 CEO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대표는 행정고시 29회 출신이며 진웅섭 전 금감원장과 막역하다. 또 금감원 채용 비리 의혹 때문에 힘든 처지에 놓여있는 서태종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행시 동기다. 윤 대표는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과 가깝다. 윤 대표는 이동걸 전 회장이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직에 있을 때 임원으로 근무했었다.

KB증권 노조는 신임 사장이 내부 승진을 통해 나오는 것을 원하는 눈치다.

KB증권 노조 관계자는 “증권업계를 아는 사람이 사장이 돼야 하고,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연임이 아닌 내부 승진’이라고 강조했다. 현(現) 사장들의 연임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는 “윤 대표는 5년 간 사장으로 일했고 전 대표는 기획재정부 출신 낙하산”이라고 덧붙였다.

신임 사장의 과제

KB증권은 현재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에 이어 현재 업계 3위다. KB증권이 국내 증권업계에서 상위권에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증권사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이 발전해야 한다.

특히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국내 리딩금융사로 부상한 상황이어서 KB증권도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비교하면 아직 큰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자기자본 7조원을 넘겼다. KB증권은 아직 자기자본 규모가 4조2000억 원 정도다.

새 대표의 최대 과제는 KB증권을 ‘글로벌 IB’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본래 구(舊) 현대증권은 위탁매매와 부동산 투자금융 등에 강했다. 구(舊) KB투자증권은 투자금융(IB)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올려왔다.

올해 KB증권은 글로벌 IB로 올라서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5일 KB증권이 베트남 매리타임증권을 인수한 것도 글로벌 IB로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 여의도 KB증권 빌딩. (사진=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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