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장의 17.7%, 주거 환경 매우 취약… 에어컨 없거나 숙소로 창고형 컨테이너 사용

일부 학생, 열흘가량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이상 노동착취

학교, 그럼에도 농장주 두둔하는 보고서 작성… 본교 학생보다 농장주 편드나

김종회 의원 “농식품부의 직접 조사·조사 책임자 처벌·총장 공식 사과 등 있어야” 주장

한국농수산대학 일부 장기현장실습 학생들이 실습과정에서 농장주로부터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연합)
김소현 기자

국립 한국농수산대학 일부 장기현장실습 학생들이 실습과정에서 농장주로부터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를 당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김제·부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소관기관에 대한 감사에서 "한국농수산대학 재학생들이 장기현장실습 과정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대통령령과 한국농수산대학 설치법을 근거로 설립된 농수산대학은 지난 2009년 학교명칭을 한국농업대학에서 현재 교명으로 바꾸고 소속은 농촌진흥청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변경된 바 있다.

이 대학이 10∼12개월간 실시하는 장기 현장실습 교육에는 약 33억9800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농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제보를 바탕으로 한여름 에어컨 없는 방 생활, 농장주 폭언, 노동력 착취 등 인권유린, 규정을 무시한 실습교육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 측은 지난 16일부터 26일까지 실습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여부와 실습장 내 숙박시설 운영 실태를 설문 조사했고 실습 중인 학생이 보낸 사진을 통해 실습장에 대한 간접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습장 203곳 중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34곳(16.7%)에 달했고, 2곳은 숙소로 창고형 컨테이너를 제공하는 등, 전체 실습장의 17.7%에 달하는 실습장 36곳의 주거 환경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농장주 폭언과 장시간 노동 강요, 학과목과 무관한 농사일 지시 등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행위가 24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생은 농번기에 열흘가량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장시간 일을 하는 등 심한 노동착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훼농장에 투입된 학생은 사장 부인과 과장으로부터 폭언을 들었고 농장주 식당에 재료를 조달하는 등 학과목과 무관한 잡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인권유린과 노동착취에도 학교는 농장주의 편을 드는 듯한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농장주는 실습 여학생에게 '애기'라고 불렀고 일과시간이 끝난 뒤 숙소를 지켜보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지만, 학교는 농장주를 두둔하는 듯한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결과 보고서에서 "현장교수, 즉 농장주는 실습생이 딸같이 생각돼 낯선 곳에서 혹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음. 학생 호칭은 현재 실습 중인 학생에게 지속해 사용하고 있으나 다른 의도보다는 언어적 습관 정도로 판단됨"이라고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교는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가 있었다는 24건의 설문조사 결과 중 11건을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종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회 의원은 "이번 실태 조사는 '농장주 봐주기'식에 불과하다"며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농식품부의 직접 조사, 조사 책임자 처벌, 총장 공식 사과 등 후속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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