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해 문책 인사 있을 수도…경영진 세대교체 가능성 높아

내년부터는 한국타이어 실적 호전될 듯

이수일-김형남 부사장 등 60년대 출신에 ‘주목’

新성장동력 발굴 및 내부거래 비중 낮춰야

국내 타이어 업계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다음 달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타이어 임원 인사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임원인사는 12월 6일에 있었다. 당시 임원 인사에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강조됐다.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2명의 전무와 2명의 상무보 승진을 발표했고 한국타이어가 1명의 전무, 2명의 상무, 12명의 상무보 승진 인사를 공개했다.

업계에선 올해 임원 인사 폭이 지난해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임원 인사도 지난해처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임원 인사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내 인프라 조직과 신흥시장 공략 강화 등을 위한 임원 인사가 진행됐다.

당시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와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운영본부장은 그동안 각각 같이 맡았던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과 경영운영본부장 자리를 내놓고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업무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로 한국타이어 지분 25.16%를 갖고 있다.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 지분 10.5%를 갖고 있으며, 조현범 본부장이 지분 2.07%를 갖고 있다. 조현식 대표가 보유 중인 한국타이어 지분은 0.65%이며, 조희경(조양래 회장의 장녀) 씨가 2.72%를 갖고 있고 조희원(조양래 회장의 차녀)씨가 0.71%를 소유하고 있다.

조양래 회장이 1937년생으로 올해 만 80세인 관계로 재계에선 한국타이어의 승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타이어 임원 인사는 경영권을 받을 조현식-조현범 형제를 보좌할 수 있는 인물들이 발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제조를 1999년 2월 ‘한국타이어’로 상호를 바꿨고 2012년에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함께 타이어 사업 부문을 분할해 한국타이어를 새로 세웠다. 이어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 한국타이어를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배구조를 보면 조양래 회장이 23.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조현식 대표와 조현범 본부장이 각각 19.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인사에서 도전 및 혁신의 기업문화인 프로액티브 컬처(Proactive Cuture)를 토대로 하는 인재경영 및 디지털 영역을 체계화한 사내 인프라 조직 등을 보강했다. 대외로는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 및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해 글로벌 탑 티어(Top Tier) 성장에 무게를 뒀다.

또 변영설 글로벌세일즈부문 상무를 아시아태평양 및 아프리카·중동(APAM) 영업부문장(전무)으로 승진시켰다. 이것은 나눠져 있었던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영업조직을 하나로 합쳐 만들어진 조직이다.

중국 시장에서 매출 성장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큰 역할을 맡은 이수일 중국지역본부장은 마케팅본부장 겸 경영운영본부장으로, BMW/포르쉐 등 프리미엄 OE(기본형 출고타이어)를 포함한 OE 공급 확대를 이끌어 낸 우병일 글로벌OE부문장은 중국지역 본부장으로 이동시켰다.

한국타이어의 실적 ‘우울’

올해 한국타이어는 실적이 부진하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분기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떨어졌다.

한국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22.3% 줄어든 4360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3060억 원이었으며 이는 1.4% 줄어든 것이다. 매출에 비해서 영업이익 하락폭이 컸다. 이것은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6668억 원으로 1분기보다 1.7%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2.3% 감소한 2037억 원이었다. 대개 한국타이어는 3개월 전에 사놓은 원자재로 타이어를 생산해서 판매한다.

그런데 천연고무와 합성고무의 가격이 올해 2월 크게 올라 2분기 타이어 생산 원가에 영향을 줬다. 이것이 2분기에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낮아진 이유다.

한국타이어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9.2% 줄어든 2141억 원, 영업이익률은 전년에 비해 6.5%포인트 감소한 11.7%였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액은 한국을 제외한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지역 판매증가로 인한 물량효과와 판가 인상효과, 우호적인 환율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10,1%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비 투입원재료 15% 상승과 미국 테네시공장 초기 가동영향으로 29.2%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한국타이어 올해 4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한국타이어의 올해 4분기 실적이 매출액 1조7000억 원(전년에 비해 7.4% 증가), 영업이익 1947억 원(전년에 비해 18.6% 감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타이어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공장의 낮은 가동률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한국타이어의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공장이 정상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판매가격이 오르고 원재료 가격하락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임원 인사 어떻게 되나

업계에선 올해 한국타이어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인사 폭이 작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악화된 실적 때문에 문책성 인사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서승화 부회장(대표)이 이끌고 있다. 서 부회장은 1948년 생이어서 내년이면 만 70세가 된다. 이에 따라 업계 주변에선 한국타이어도 삼성처럼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선 앞으로 한국타이어에서 60년대 출신 부사장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7월 한국타이어는 이수일 마케팅본부장 겸 경영운영본부장(부사장)이 유통사업본부장을 겸하게 했다. 이수일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경북대 무역학과와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타이어 최고의 마케팅-세일즈 전문가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미국, 중국 등 해외를 두루 거치면서 국제 감각을 길렀다.

그는 1987년 공채로 입사했고 1998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지점 근무 후 2001년 프랑스 법인에서 일했다. 2006년에는 마케팅담당 상무를 맡았다.

이어 2009년 미국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2013년 중국으로 가서 지역본부장으로 일했다. 그는 중국시장에서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이미지를 프리미엄급으로 높이고, 판매를 늘리는데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형남 부사장도 1962년생이고 한국타이어 중장기 기술개발(R&D)의 중심인 중앙연구소 테크노돔을 이끌고 있다.

테크노돔은 친환경 원료와 신소재 개발 등 미래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테크노돔은 국내 타이어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센터’, 세계 최고 수준의 ‘타이어 소음 테스트 실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부사장이 공채 출신인 반면 김 부사장은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김 부사장은 기아차-르노삼성차 출신이다. 김 본부장은 2013년 8월 한국타이어에 들어와 구매부문장으로 일하다 2015년 12월부터 연구개발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연구개발본부와 구매부문을 같이 담당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적합한 시점에 나오도록 관련 기술을 연구하면서 최적의 원료구매 가격 및 업체를 찾아내고 있다.

50년대에 태어난 부사장으로는 배호열 구주지역본부장(58년생)이 있다. 배 부사장이 맡고 있는 유럽은 한국타이어의 실적이 좋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코스피 상장사가 2개(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한국타이어)이고 코스닥 상장사가 하나 있다. 차량용 배터리 제조사 아트라스BX가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

올해 1월부터 원석준 전 현대카드 디지털사업본부장이 아트라스BX 대표를 맡고 있다.

원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그는 맥킨지앤드컴퍼니를 거쳐 현대캐피탈아메리카 CEO와 현대카드 경영기획실장, 카드사업본부장, 디지털사업본부장으로 일했다.

한국타이어는 아트라스BX의 코스닥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액주주들은 아트라스BX의 상장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아트라스BX는 회사 이익이 주주 이익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아트라스BX는 국내 2위, 세계 6위 자동차용 축전지 제조업체지만 17일 기준으로 주가가 5만원도 되지 않는다.

증권가에선 기업가치 평가방식 중 하나인 에비타멀티플(EV/EBITDA multiple)방식으로 아트라스BX 주식가치를 추산하면 최소 주당 주가가 15만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장폐지를 하면서 정리매매를 주당 5만원에 하면 회사는 최소 670억 원에서 최대 1500억 원의 이익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가 현재 주당 가격으로 진행되면 대주주가 챙기는 이익만큼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한국타이어의 과제

재계에선 올해 한국타이어 임원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할 인물들을 승진시킬 필요가 있고, 세대교체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직업병 문제나 한온시스템 인수 같은 중대한 경영 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경영진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계열사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것도 한국타이어의 과제다. 한국타이어 계열사 중 하나인 엠케이테크놀로지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98.6%다. 지난해 매출 573억 원 가운데 565억 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로 냈다. 한국타이어가 이 회사 지분의 50.1%를 갖고 있고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사장이 49.9%를 보유중이다.

곽호성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돈기업 한국타이어

MB 관련 수사로 불이익 받을까 ‘노심초사’

일감몰아주기, 직업병 문제 등으로 압박받을 듯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국타이어는 사돈 관계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본부장이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 씨와 결혼했다.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고 광고홍보팀장, 마케팅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하고 2012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부터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 7월에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씨가 한국타이어에 인턴 직원으로 입사했다. 한국타이어가 2008년 5월 말에 내놓았던 인턴 선발 공고에는 지원조건이 ‘2009년 2월 졸업예정자’로 돼있어 대학 졸업 후 수년이 지난 이시형 씨는 지원할 수가 없었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한국타이어 측은 동료 인턴과 함께 선발된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수시 인턴모집 과정을 통해 선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2일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최 모 씨가 컨베이너 벨트와 롤 사이에 끼어 숨졌다. 2007년에는 전-현직 한국타이어 직원 15명이 1년 반 사이에 잇따라 돌연사했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2월 합동조사결과 발표에서는 사측의 책임이 없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사망한 근로자만 지금까지 140명 이상이고 1997년부터 현재까지 산재 신청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한국타이어 제조 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회사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타이어가 안전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 대한 압박이 앞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한국타이어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타이어도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어 현(現)정부의 개혁 대상 기업 중 하나로 포함될 전망이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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