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정지석 사장 선임 놓고 노조-사측 정면 대결
대표 선임ㆍ임금ㆍ고용 안정 등 문제로 노사갈등
한국지엠에선 노노(勞勞) 갈등까지
다국적 제약유통사 쥴릭파마 노조는 1인 시위 나서

겨울 한파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와는 반대로 노사갈등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증권가에선 코스콤의 노사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제조업에서는 한국지엠 노사갈등이 대표적이다. 제약유통업계에선 쥴릭파마코리아 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코스콤 노사갈등의 핵심은 사장 선임 절차의 문제다. 한국지엠은 고용과 임금협상이 관건이다. 쥴릭파마코리아도 임금 문제가 핵심이다.

코스콤 노조 "정지석 사장 진정성 없어…총파업 한다"

코스콤 노조는 24일 오전 10시 코스콤 본사 중회의실에서 정지석 사장을 만난 결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총파업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송재원 코스콤 노조위원장은 “24일 오전 10시에 정지석 사장이 조합간부, 대의원, 운영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본인의 입장표명을 했다”며 “이미 사장 취임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입장 표명하는 자리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콤 노조는 24일 노동부에 조정신청을 냈다. 총파업은 대략 2주 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송 위원장은 “정 사장이 들어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조합원들이 느끼기에는 그것이 진정성이 없었다”며 “한쪽에선 취임식 준비를 하고 있어서 조합원들이 더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정 사장을 사장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취임식 준비를 미리 하고 있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 사장이 내정자 상태에서 취임식을 미리 준비했다는 주장에 대해 코스콤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코스콤 노조는 당초 사장 선임 절차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었다. 송 위원장은 “최근 10년 동안 정연대 전 사장을 제외한 코스콤 사장들이 모두 불명예퇴진을 했는데 그 선임절차를 그대로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원회에서 혁신위원회를 만들었고, 혁신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이 아닌 금융기관 사장 선임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1차권고안이 만들어졌다”며 “11월 말에 모범권고안을 발표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코스콤 노조는 사장 재공모를 주장했다. 코스콤 노조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코스콤이 공공기관에 속해 있었는데 ‘낙하산 사장’이 계속 왔다고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민간기관사장이 오는 것이었는데 과거 관례대로 진행이 된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송 위원장은 정연대 전 사장 재임시절에 코스콤이 발전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코스콤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이익은 나아졌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직원 짜내기였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코스콤 사장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며 “잘못된 결과가 만들어졌을 경우 사장추천위원들도 책임을 지는 사장 인선 절차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콤 사장들이 여럿 비리혐의로 물러났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어 송 위원장은 “내부인사이든 외부인사이든 제 역할 할 수 있는 사람이면 관계없다”고 덧붙였다.

총파업 시 주식거래 시스템 문제에 대해 송 위원장은 “필수인력이 남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시스템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필수 운영인력을 가동하기 때문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한국지엠 노조

제조업체 중 노사갈등이 있는 대표적인 곳이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노조원 150여명이 파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내 하청 비정규직이 하던 일을 정규직이 하게 하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 교섭도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9월 13일 카허 카젬 사장 취임 후 첫 교섭 결렬 이후 대의원 선거와 지회 임원선거 등으로 교섭을 중단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27일부터 임금교섭을 재개할 계획이다. 노조는 최근 회사 측에 빠른 교섭 재개와 성실교섭 촉구 공문을 보냈다.

또 한국지엠 노조는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문제보다 GM의 한국지엠 매각설 및 한국 철수설 때문에 생기는 불확실성을 없앨 방안을 내놓을 것을 회사 측에 요청하고 있다. 노조 조합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에선 노조와 노조 간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이다. 정규직 노조는 회사 여건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한국지엠 문제의 핵심은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차가 잘 안 팔린다는 것에 있다. 차가 잘 팔리지 않으니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고, 고용 유지가 어려우니 노사갈등이 심해지는 것이다.

한국지엠이 살기 위해선 잘 팔리는 차량을 생산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인사들 중에는 한국지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 많다.

쥴릭파마코리아도 노사 갈등

노사갈등은 제약 및 제약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다국적 제약유통사인 쥴릭파마코리아도 노사 간 갈등이 생긴 상태다.

요즘 이 회사 노조원들은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쥴릭파마코리아 사장의 국적이 프랑스이기 때문이다. 쥴릭파마코리아 사장은 크리스토프 피가니올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지난 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거부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노동법을 무시하고 독단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위원회는 기본급 3.1% 인상, 일시 타결금 150만원 지급, 휴가 촉진 등 비용절감 방안 마련에 합의, 2018년 임금협약 시 전년도 경영실적 반영 등이 들어있는 조정안을 권고했다.

또 노조는 사측이 성실교섭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책임자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전면 파업도 고려 중이다.

반면 쥴릭파마 사측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쥴릭파마는 23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회사는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제약사들과는 다른 업종으로 낮은 마진구조로 인해 제약사 평균임금 인상률 수준만큼 인상률을 가져가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노사 간 일시상여금에서 차이 나는 부분과 비용부담에 대해 올해와 내년에 어떻게 비용 절감에 협조할 수 있을 지 노사 양측이 논의해 절충점을 만들고 원만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쥴릭파마는 피가니올 사장이 노동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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