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감축 준비 중” vs “아니다”

노사갈등의 핵심은 인력감축 문제

정규직 증가율에 비해 비정규직 증가율이 훨씬 높아

“회사 눈치 때문에 노조 가입 못해”

대법원이 14일 대신증권 전(前) 노조위원장 이남현 씨가 낸 해고무효소송에서 이 전 위원장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고등법원 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에 따라 이 전 위원장의 대신증권 복귀 가능성이 커졌고, 이 위원장이 대신증권으로 돌아갈 경우 다시 노사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여 많은 이들이 고법에서 열릴 파기환송심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대신증권에서 부당 노동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원심 판단대로 이 전 위원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아직 이 전 위원장이 대신증권에 복직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이 어떻게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보적인 현(現)정권이 노조에 우호적 성향을 갖고 있고, 사무금융노조가 이 전 위원장을 복직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전 위원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신증권 노사갈등의 핵심

대신증권 노사갈등의 핵심은 직원 감축 문제다. 2012년 110여 개였던 대신증권 지점은 현재 50여개 정도로 조정됐고 직원 수도 약 25% 줄었다.

업계에선 인터넷 및 모바일 트레이딩이 보편화되면서 증권사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 없게 되자 각 증권사들이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 노조는 직원 감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증권 노조는 사측이 직원 중 계약직 비율을 점점 늘리려 한다고 보고 있다. 정규직 직원이 많으면 인건비 부담이 크므로 계약직 비중을 늘려서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신증권 계약직원은 68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71%(245명) 늘었다. 정규직원은 전년에 비해 7.85%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올해 8월 1일 인사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 개정의 핵심은 전문직군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은 현재 직무 성격에 따라 전문직과 일반직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전문직은 본사영업직(기관 및 법인고객, 고객자산 및 고유자산 운용), 본사직할(리서치 등 담당 전문 업무), 영업점(영업PB)근무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성과 중심의 전문계약직(연봉제)이다.

올해 7월 26일 대신증권 노조는 “노조는 전문계약직 규정 개정을 결사반대한다! 전 직원 총 단결로 구조조정 막아내자!”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대신증권 노조는 이 글에서 “전문계약직 도입은 또 다른 이름의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7월부터 총자산 7000만 원 이하 고객들을 전부 본사가 가져가게 만들었다”며 “직원들이 관리할 수 있는 계좌를 줄임으로써, 영업 인센티브를 거의 받지 못해 생계가 어렵도록 만들고 그 시점에서 계약직으로 변경 가능한 제도를 도입하는 식으로 치밀하게 몇 년을 두고 설계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신증권 노조는 “계약직 전환 후, 2년이 지나면 영업실적이 적다는 이유로 계약해지가 가능함으로써 사실상 해고가 용이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대신증권 사측은 “전문계약직이라는 것은 연봉을 많이 받는 계약직에 한해서 정규직 직원을 전문계약직으로 돌리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절로 정규직 직원이 줄어들고 있는데 희망퇴직이 반영이 돼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직원을 줄인 이유에 대해선 “예전에 증권업황이 안 좋아 줄인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들과 같다”고 덧붙였다.

구내식당이 없는 대신증권 빌딩

서울 중구 저동에 새로 건립된 대신파이낸스센터(대신증권 신(新)사옥)에는 구내식당이 없다. 구내식당이 없는 이유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그냥 만들지 않았고 직원들에게 식대가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노조 카페에는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여전히 식대는 15만원입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신증권의 식대는 20년간 15만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식대 문제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노조는 대신파이낸스센터에 구내식당이 없는 것이 후퇴하고 있는 직원 복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신증권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몫은 점점 줄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101억7300만원, 438억9900만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16%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49.5%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81.4% 늘어난 352억4300만원이었다.

대신증권 노조는 “7000만 원 이하 고객계좌를 고객감동센터로 옮긴 바람에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안줘서 이익이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신증권 사측은 “인센티브는 오히려 늘었다”라며 “브로커리지 인센티브는 줄었을 수 있는데 금융상품 판매해서 가져갈 수 있는 인센티브는 늘어서 총액이 늘었다”고 반박했다.

대신증권 노조는 “전라도와 경상도는 5000만 원 이하의 계좌, 서울지역은 7000만 원 이하의 계좌관리권한을 고객감동센터로 옮겼다”라며 “거기서 나오는 금융상품 매매 수수료도 전부 고객감동센터로 넘어간다. 모든 수익이 본사 수익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가 안 돌아가게 구조화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목표치를 못할 것이 아닌가? 인센티브를 못 받게 돼 인건비가 엄청나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회사는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라고 자꾸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대신증권 사측은 “강제로 파는 것은 없다”며 “노조는 매번 똑같은 이야기한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 아니고 노조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오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이 ‘대신부동산’으로?

요즘 대신금융그룹은 한남동 외국인 아파트 부지 개발 사업에 상당한 힘을 쏟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런 와중에 대신금융그룹의 핵심인 대신증권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업인 증권업 대신 부동산 사업이나 부실채권 투자에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신금융그룹에서 주목받는 회사가 부실채권 투자 사업을 하는 대신F&I다. 대신증권은 F&I 지원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대신F&I 지원이 대신증권의 최우선 임무가 된 이후, 대신증권은 대신F&I의 부동산 매입이나 후순위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고액자산가 대상의 사모 부동산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앞세우고 있다.

이렇게 대신증권이 사업 방식을 전환함에 따라 많은 정규직 직원이 필요할 이유가 없게 된 셈이다.

대신증권 노조는 “사측이 계속 직원들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회사 눈치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증권가에선 증권업 환경이 변하고 있음을 감안해 직원 감축이나 정규직의 계약직화(化)에 순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증권사들이 현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향에 역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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