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담보 책임기간 이전, 이후의 하자(?)… 주요 입증 책임, 시공사에

코오롱글로벌 시공한 ‘강북 3대 프로젝트 수혜지’ 아파트형 공장, ‘부실공사 의심’ 하자발생

입주자들 “코오롱글로벌의 부족한 시공으로 미관상, 안전상 지장 초래”

코오롱글로벌 “입주자들이 지적하는 하자는 자사 하자담보 책임기간 지나 발생한 것”

하자의 발생 시점의 입증 책임, 시공사에 더 크다고 판결한 법원

입주자들의 하자보수 주장에 해당 하자가 하자담보 책임기간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며 소송까지 번지게한 코오롱글로벌의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코오롱글로벌 인천시 송도 본사. (사진=코오롱글로벌)
한민철 기자

건축물의 하자보수 책임을 둘러싸고, 시공사들은 종종 하자담보 책임기간 이후에 발생한 하자라며 보수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기도 한다. 창립 반세기가 넘는 건축 노하우를 자랑하는 코오롱글로벌 역시 자신들이 시공한 건물의 하자에 대해,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지나서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며 최근까지 입주자들과 법적분쟁까지 벌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물론 법원은 코오롱글로벌 측의 주장 내용에 대해 입증할 주요 책임은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에 있다고 판단했다.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윤창운)은 서울시 강북에 위치한 한 아파트형 공장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지난 2010년 공사를 마쳤다.

이 신축 부동산을 분양하는 사업의 시행자는 당시 코오롱씨앤씨였고, 이는 지난 2015년 12월 코오롱글로벌에 흡수합병돼 자사회가 됐다.

‘최첨단 산업단지’이자 ‘강북 3대 프로젝트의 수혜지’로 불리며 분양이 이뤄졌던 이 아파트형 공장은 지난 2010년 11월에 입주를 마쳤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얼마 가지 않아 건물에서 여러 하자를 발견하게 됐다.

입주자들은 건물의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균열 및 누수, 탈락, 부식, 오염 등의 다양한 하자가 생겼고, 이로 인해 건물의 기능상, 미관상 그리고 안전상 지장이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입주자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코오롱글로벌이 이 아파트형 공장을 신축하며 시공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거나, 사용승인이 난 설계도면과는 다르게 변경 시공을 하는 등 부실 시공의 원인으로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운영위원회의 주장 및 하자보수 요청에 따라,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보수를 실시했다. 그러나 운영위원회 측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전혀 손도 대지 않는 등 코오롱글로벌의 하자보수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입주자 운영위원회 측은 코오롱글로벌 및 이들과 하자보수보증계약을 맺은 건설공제조합 등을 상대로 하자보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통 ‘하자보수 책임기간’ 내의 직접적인 하자보수는 시공사가 전담을 하게 되지만, 이에 금전적 부담은 하자보수보증 계약을 맺은 기관에서 안게 된다. 구체적으로 시행사나 시공사 측이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맺은 뒤 시공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울보증보험이나 건설공제조합, 주택도시보증공사, 기타 금융기관 등을 통해 하자보증을 신청하게 된다.

소송이 진행됨에 있어 코오롱글로벌 측의 주장은 간단명료했다. 입주자 운영위원회 측이 지적하는 하자들은 이 아파트형 공장에 대한 자사 측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지난 후 발생한 것들이라는 입장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은 그동안 입주자 운영위원회 측의 요구로 꾸준히 하자보수를 실시해 왔고,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운영위원회 측의 지적과는 다르게 철저히 하자보수를 완료했다는 설명이었다.

또 그렇게 하자보수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위원회 측이 주장하는 ‘심지어 하자보수에 손도 대지 않은 곳’들의 경우, 자사의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지난 후 발생한 하자라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코오롱글로벌은 재판부에 “건물의 준공 이후 성실히 하자보수 의무를 이행해 왔다”라며 “때문에 건물에 현존하는 하자는 모두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지난 후에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오롱글로벌 측의 이런 주장은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이 사건 소송에 대한 법적결론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측은 코오롱글로벌의 성실하게 하자보수 의무를 이행했다는 해명은 단지 그들의 입장일 뿐이며, 건물에 발생한 하자가 하자담보 책임기간 내에 발생했는지 아니면 그 이후에 생긴 것인지 입증할 책임은 시공사에게도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이번 아파트형 공장에 발생한 하자가 하자담보 책임기간 내 발생하였음은 입주자 운영위원회가 입증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건축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입주자 운영위원회에게 건물에 존재하는 개개의 하자를 특정해 그 발생 시기를 입증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명백히 경과한 하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해당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정리해 보자면, 코오롱글로벌 측은 입주자 운영위원회의 주장하는 하자 부분이 자신들의 하자담보 책임기간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하자가 책임기간 전 또는 후에 발생했는지 입증할 책임은 운영위원회 측뿐만 이나라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 측에도 있었다.

오히려 입주자들은 건축 지식이 건설사에 비해 당연히 부족하며,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미미한 하자에 대해서는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거나, 다소 불편을 느끼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하자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전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특정 하자의 발생 시기에 대한 입증의 책임은 시공사 측에 더 크게 주어진다는 해석이었다.

만약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지난 후의 하자로 명백하게 밝혀진 것 외의 것들, 즉 ‘애매한 하자들’은 코오롱글로벌 측의 별다른 입증이 없는 이상 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법원의 판결은 지난해 인천지방법원에서도 있었다. 당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아파트 공원 조성 등을 맡은 공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및 하자보수에 관한 청구소송이 있었다.

이 소송에서 공사업체 측은 입주자 대표회가 지적한 하자가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도과한 시기에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입주자 대표회 측은 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 쟁점에 대해 하자가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지나 발생한 점 그리고 하자보수를 완료했다는 주장에 대해 모두 시공사가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입주자들의 일상적인 주거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장소나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장소에 발생한 하자들은 하자발생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다”라며 “사용검사 당시부터 존재한 하자이거나 그 무렵 발생해 현재까지 보수되지 않은 하자로 (시공사의 별다른 입증이 없다면) 하자담보 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건축물 내의 하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미미한 하자가 향후 커질 수 있다. 또 대부분 건축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입주자들의 경우 해당 하자가 언제부터 생기게 됐는지 제대로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하자보수 관련 분쟁에서 시공사들이 “해당 하자는 우리들의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지나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힘든 입주자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시공사들의 주장에 대해 하자의 발생기간에 대해 입증할 책임은 오히려 시공사 측이 더욱 크며, 특정 하자가 시공사의 하자보수 책임기간 이전 또는 이후에 발생한 것인지 애매한 경우 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번 코오롱글로벌의 사례는 준공 뒤 시공사 측의 하자보수 책임에 대해 분쟁을 겪고 있는 입주자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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