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납득할 수 없는 주장에 결국 패소

사업자 명의대여, 충분히 고지한 채 운영권을 넘긴 점포주 A씨

빙그레 “사업자 A씨의 ‘전대차 계약’ 알지 못했다” 반박

빙그레 “명의대여 관계에 있는 사업자와 거래 가지지 않는 것이 원칙” 주장

빙그레가 내부소통부족으로 발생한 문제를 거래처 책임으로 돌리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한 사연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빙그레 남양주 공장. (사진=연합)
빙그레 측이 거래처에 물품대금 배상 등에 대한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던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빙그레의 물품 거래처 점포의 사업자 명의가 변경됐다는 사실을 지역 영업소에 구두로 통보했지만, 영업소가 이를 본사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빙그레는 괜한 사람 탓을 했던 셈이었다. 이에 유통사에서 꾸준히 지적돼 오는 거래처의 실소유주와 운영자에 대한 명확한 파악 부족을 빙그레 측이 여전히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성 A씨는 지난 2012년 6월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 점포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해당 점포의 사업자인 B씨로부터 이를 양수했다.

슈퍼마켓 점포를 양수하면서 A씨는 B씨가 운영하던 시기 받던 물품 리스트를 체크했고, B씨가 빙그레 측으로부터 받던 물품들을 그대로 받기로 결정했다.

정리해보자면 B씨와 빙그레가 기존에 체결했던 해당 슈퍼마켓 점포에 대한 물품거래계약을 A씨 역시 그대로 인수한 것이었다. 물론 빙그레 측도 이에 대해 동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품거래계약에는 약정매출액 2억 2500만원과 판매장려금 4500여만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가 B씨로부터 슈퍼마켓 점포를 인수한 지 약 1년 5개월 뒤인 지난 2013년 11월, A씨는 C씨라는 사람과 해당 점포에 대한 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점포 운영권을 C씨에게 넘겼다.

C씨는 배우자인 D씨와 함께 해당 슈퍼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점포의 건물주가 A씨에서 C씨로의 임차인 명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아 C씨 부부는 A씨의 사업자 명의를 계속해서 사용한 채 해당 점포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C씨 부부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막고자, A씨가 보유하고 있던 해당 점포에 대한 사업자 명의를 자신들이 사용하겠다며 빙그레 지역 영업소 관계자에 구두로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점포가 잘 운영돼오며 2년 뒤인 지난 2015년 12월 A씨는 해당 슈퍼마켓의 폐업을 결정했고, 이를 C씨 부부 그리고 기존에 물품거래를 해오던 업체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빙그레 본사는 폐업을 통보한 A씨 측에 지난 2015년 12월 말까지 발생한 물품대금미수금 800여만원과 잔존장려금 반환액 1300여만원, 총합 2100여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당연히 이런 빙그레 측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다. A씨 자신이 해당 슈퍼마켓의 명의상 사업자인 것은 맞았지만, 엄밀히 말해 2년여 동안 이 점포를 운영해 왔던 이들은 C씨 부부였고 이를 빙그레 측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점포 폐업으로 인한 물품대금미수금과 잔존장려금 반환액 역시 A씨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C씨 부부의 점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이 돈에 대한 지불은 C씨 부부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빙그레와 A씨 양측은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빙그레 측은 A씨 측에 물품대금 등에 대한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의정부 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이 판결의 이유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빙그레 측이 C씨 부부가 A씨의 사업자 명의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사실을 고지했으나, 이에 대해 빙그레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C씨 부부는 사업자 명의를 A씨에서 자신들로 변경하려 했지만, 건물주의 반대에 부딪혀 빙그레 측에 이에 대해 통보를 한 뒤 점포 운영을 계속 해왔다.

물론 구두상의 통보로 인해 빙그레 층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기 힘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C씨 부부가 해당 점포를 2년여 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빙그레 측이 이를 몰랐다면, 이 역시 회사의 과실이라는 판단이었다.

무엇보다도 점포의 사업자 명의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A씨와 C씨가 체결한 전대차계약에 A씨가 이전 사업자인 B씨로부터 인수받은 물품거래계약이 포함돼 해당 물품거래계약 역시 C씨에게 양도됐다는 설명이었다.

빙그레, 사업자의 전대차 계약 여부 파악 못 해

빙그레 측의 A씨에 대한 물품대금미수금 및 잔존장려금 반환액 청구 소송이 빙그레의 패배로 마무리 되면서, 빙그레를 비롯한 유통업계 전반에서 생기는 관련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빙그레 측은 A씨와 전대차 계약을 통해 점포의 새로운 영업자가 된 C씨 부부가 A씨의 사업자 명의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확인절차가 소홀했음이 분명했다.

마켓 점포에서 실제 운영자와 명의상 사업자가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향후 폐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정산 문제에 대비해 기업 측의 실제 영업자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 빙그레 측의 사례처럼 대부분은 유통업체들이 물품공급과 이에 따른 대금 정산에만 큰 신경을 쓸 뿐, 거래처 운영에까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영업소와 본사 측의 대화가 원활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빙그레 측 관계자는 “C씨가 빙그레 영업사원에 구두로 전했지만, 이 사실을 영업소장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빙그레 영업을 관리하는 영업소장은 C씨 혹은 이야기를 전달받은 영업사원으로부터 명의상 사업자와 실제 점포 운영자가 다르다는 사실은 물론 전대차 계약이 이루어진 사실조차 전달받지 못해 이후 빙그레 측이 A씨에게 미수금을 청구했다는 설명이었다.

C씨 입장에서는 빙그레 측에 명의대여 사실을 전달했으나, 사실상 빙그레 영업소장에게는 전달된 것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빙그레 측은 당시 영업소장에 C씨의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빙그레 측은 지난 2013년 11월에 A씨와 C씨 간에 전대차 계약이 체결되고, 지난 2015년 12월에 A씨 점포가 폐점하기까지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 C씨 부부로부터 명의대여 사실에 대해 재차 전달받거나 명의대여 사실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2년 6월 이후로 실제 점포 운영자가 두 차례 변경되는 동안 새로운 운영자와 빙그레 간의 물품거래계약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도 문제로 지적됐다.

빙그레 측 관계자는 “점포가 다른 사업자에게 양수되는 경우, 빙그레 측과 사업자 간 물품거래계약은 양자 간 합의과정을 거쳐 진행된다”라며 “A씨가 전 사업자로부터 해당 점포를 양수받을 당시에도 합의 하에 물품거래계약 인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C씨 부부의 경우, 빙그레 측은 전대차 계약이 이루어진 사실에 대해 전달받지 못해 물품거래계약에 대한 합의과정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명의상 사업자와 실제 점포 사업자가 다를 경우, 즉 명의대여 관계에 있는 사업자와는 여러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거래를 가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C씨 부부가 A씨의 명의를 빌려 점포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빙그레 측에 설명했으나 이 사실이 영업소장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엄연한 빙그레 측의 과실이었다.

박영준 빙그레 대표이사. (사진=연합)
C씨 부부의 이야기가 영업소장에게 제대로 전달됐다면, C씨 부부와 빙그레 측이 명의대여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그리고 A씨에게 까지 소송의 불똥이 튀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거래처에서 사업자 명의가 바뀔 때마다 영업소에 구두 통보를 하는 것이 아닌, 본사 측에 공식문서를 통해 서로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빙그레 측은 “현재 재판은 종결된 상태로 추후에 실질 사업운영자를 상대로 채권 회수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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