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ㆍ정권교체 따라 은행권 대변화 시동…60년대생 시대 온다

국민은행…허인 행장 취임 변수, 세대교체 인사 이뤄질 듯

신한은행…‘리딩뱅크 탈환’ 인사 되나, 고대 출신 주목

하나은행…함영주 행장 입김 작용할 듯, 소폭 인사 전망

우리은행…채용 비리 후폭풍, ‘환골탈태’ 인사 예측돼

올해 연말 은행권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4대 은행 부행장 30명 가운데 2명을 뺀 모두가 올해 안에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인사들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행장이 바뀐 상태에서 부행장 인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은행의 직급체계는 보통 행장-수석부행장-부행장-부행장보-본부장-부장-수석부부장-부부장-차장-차장대우-과장-대리-사원으로 돼 있다.

부행장은 부행장보나 전무가 진급해서 맡게 된다. 부행장은 은행의 한 사업부를 총지휘할 수 있으며, 행장 진급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모든 은행원들이 앉아보고 싶어 하는 ‘꿈의 자리’다.

은행권 인사들은 올해 부행장 인사에 정권교체‧세대교체‧신임 행장 등장 등의 요인들이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세대교체’ 관건

KB국민은행은 이홍, 허정수, 오평섭, 박정림, 전귀상, 이용덕, 김기헌 부행장까지 7명 모두의 임기가 31일 종료된다. 이 중 여성인 자산관리(WM)그룹 박정림 부행장은 2014년 8월부터 부행장직을 맡고 있다.

올해 연말 국민은행 임원 인사는 허인 신임 행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지는 임원 인사다. 금융권에선 허 행장이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 1년 이상 근무한 현직 부행장 중 연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는 박정림 부행장이 있다. 허 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간부와 임원의 비중이 현재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국민은행에서 전무와 상무 직에 있는 여성임원이 없기 때문에 여성 부행장을 유지하려면 박정림 부행장을 유임시키거나 외부 여성 인사를 여성 부행장으로 임명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다른 부행장 중 허정수 부행장은 지난해 12월에 부행장으로 진급했기 때문에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신한은행 고대 출신 약진하나

신한은행에선 올해 연말에 위성호 행장의 첫 정기 임원 인사가 있게 된다.

신한은행 부행장 7명 가운데 이동환 부행장 외 서현주, 왕태욱, 최병화, 권재중, 이기준, 허영택 등 부행장 6명의 임기가 이달에 끝난다.

은행권에선 위 행장의 첫 임원 인사이고, KB국민은행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큰 쇄신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행장 가운데 5년차인 서현주 부행장과 4년차 왕태욱·최병화·권재중 부행장 등이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환 부행장 외 현직 부행장 중에선 허영택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이기준 부행장의 유임 가능성이 높다. 허 부행장은 부행장직에 2년 정도 있었다. 허영택 부행장은 광주 대동고,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이기준 부행장은 2015년부터 부행장직에 있었고 선린상고, 국제대 무역학과 출신이며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행장 바로 아래 자리인 부행장보는 모두 8명이다. 허순석, 서춘석, 이창구, 박우혁, 주철수, 고윤주, 김창성, 윤상돈 부행장보가 있다. 이중 올해 연말에 서춘석, 이창구, 윤상돈 부행장보의 임기가 끝난다.

신한은행이 부행장 인사폭을 크게 할 가능성이 커서 덕수상고 출신인 서춘석 부행장보, 광신상고를 졸업한 윤상돈 부행장보, 한양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이창구 부행장보의 진급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은행권 인사들은 위 행장이 과감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의 특징은 고려대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며 위성호 행장은 경제학,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경영학을 전공했다. 허영택 부행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며 이기준 부행장도 고려대 재무학과 석사학위를 갖고 있어서 고려대 동문이다. 주철수 부행장보도 위성호 행장의 고려대 후배다.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 실세인 장하성 정책실장의 영향으로 고려대 출신들이 금융권에서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서 신한은행에서도 고려대 출신들에게 앞으로 강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 함영주 행장 영향력 작용

KEB하나은행(하나은행)을 보면 전무 이상 20명(부행장 4명, 전무 16명) 모두 이달에 임기가 끝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인사에서 부행장 수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하나은행 부행장 임기는 1년이다. 함영주 행장의 임기는 2년이고 올해 2월 연임했으므로 2019년 2월까지 행장직을 맡게 된다.

지난해 12월 장경훈 하나금융지주 그룹전략총괄 겸 경영지원실장 전무가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이 됐고 정정희 여신그룹 전무가 기업영업그룹 부행장 자리에 올랐다.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전무는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으로 진급했다.

1966년생인 한준성 부행장은 국민은행에서 은행 업무를 시작했으며 1992년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그는 신사업기획부장, 본부장, 하나금융지주 상무, 미래금융그룹 전무 등으로 일해왔으며 금융신사업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장경훈 부행장은 1963년생이며 경기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고 하나은행 PB사업부장, 마케팅기획부장, 리테일본부장, 미래금융사업 전무, 하나금융 전략총괄담당 및 경영지원실장직을 맡았었다.

정정희 부행장은 외환은행 출신이다. KEB하나은행 부행장 중 외환은행 출신은 정 부행장 한 명뿐이다.

정 부행장은 덕수상고와 동국대를 졸업했다. 외환은행에서 강남기업영업 본부장, 여신그룹 부행장보, 중국유한공사 법인장, 해외사업그룹 전무를 역임하고 통합 이후 여신그룹장과 기업영업그룹장을 맡았다.

기존 3명의 부행장 중에선 유제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만 연임에 성공했다. 은행권에선 우선 지난해 부행장이 된 이들 중에선 교체될 인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 부행장은 중국 칭화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중국 전문가다. 유 부행장도 62년생으로 젊고, 중국통이어서 하나은행 중국사업을 감안하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은행의 중국 점포수는 31개다.

하나은행에는 부행장 아래에 전무가 있고, 전무는 총 16명이다.

하나은행 전무 중에선 박승길 전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전무는 하나은행 IB(투자은행)사업단장 겸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이다. 박 전무는 대일고,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환은행 투자금융부장, 외환은행 IB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박 전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은행들이 기업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소매금융에만 의존해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

우리은행 큰 폭 인사 될 듯

최근 채용비리 의혹 때문에 이광구 전 행장이 물러 난 우리은행은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부문장을 포함한 부행장급 12명 가운데 정원재 부문장을 뺀 11명의 임기가 3일과 8일에 끝났다.

손태승 행장 내정자가 인사를 하게 되며, 손 내정자는 본부장급 이상 인사를 은행장 선임이 정해지는 주주총회 시점인 22일에 실시하고, 남은 인사는 퇴직연금, 연체관리 등 영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26일에 할 계획이다.

손 내정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능력 위주로 시스템을 통해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일-상업 출신 간 갈등 등을 없애기 위해 철저히 성과 근거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은행 내부의 한일은행 출신들은 내부 분위기 쇄신을 위한 파격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한일은행 출신들은 상업과 한일은행 출신 간 임원 수만 맞추고 요직은 상업은행 출신이 독식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 내정자는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렇게 우리은행 내부에선 상당한 인사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에선 채용비리 논란 때문에 행장이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직에 큰 피해를 준 이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에도 이광구 전 행장은 기존 부행장 11명 중 5명을 교체했다.

현재 우리은행 임원 중 부행장은 최정훈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김홍희 부동산그룹 부행장 김선규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신현석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장안호 기업그룹 부행장, 조운행 기관그룹 부행장, 권광석 IB그룹 겸 대외협력단 부행장, 박성일 준법감시인(부행장)이 있다.

장안호, 조운행, 권광석, 김선규, 신현석, 박성일 부행장은 올해 2월에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은행권에선 올해 2월에 부행장으로 승진한 이들 중에선 연임되는 부행장이 여럿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홍희 부행장은 57년생, 최정훈 부행장은 58년생이어서 은행권의 세대교체 바람을 감안하면 연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하고, 부행장으로는 상무가 승진한다. 우리은행의 상무는 총 11명으로 김영배 외환사업단 상무, 허정진 정보보호단 상무, 이동연 중소기업그룹 상무, 홍현풍 차세대 ICT구축단 상무, 하태중 기업금융단 상무, 정채봉 WM상무, 이종인 자금시장그룹 상무, 이원덕 미래전략단 상무, 이창재 연금신탁그룹 상무, 이대진 검사실 상무, 김정기 대외협력단 상무가 있다.

홍현풍, 허정진, 이창재, 이대진, 김정기, 김영배 상무는 상업은행 출신이며 하태중, 정채봉, 이종인, 이원덕, 이동연 상무는 한일은행 출신이다.

은행권에선 손 내정자가 한일은행 출신이고, 우리은행에서 내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므로 상업은행 출신들을 충분히 배려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업은행 출신 중에선 부행장 진급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김영배 상무가 첫째로 거론되고 있다. 김 상무는 대구상고를 졸업했다. 고졸 출신이어서 학벌주의 타파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고, TK에 뿌리를 두고 있어 적절한 지역 안배 인사를 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손태승 행장 내정자가 전북지역 명문고인 전주고를 졸업했고 광주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부행장직에 영남 출신을 충분히 배치해야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 상무는 1978년 상업은행에 입사해 경산지점장, 대구 평리동지점장, 포항 포스코타운지점장 , 대구경북영업본부장을 거쳤다.

한일은행 출신 중에선 이동연 상무가 주목받고 있다. 이덕훈 우리은행 전 행장이 아꼈던 전략기획팀장 3인방 중 한 명이 이동연 상무다. 다른 두 명은 손 내정자와 신현석 부행장이다. 이동연 상무는 강경상고, 서울디지털대 출신이며 중소기업그룹 상무를 맡고 있어서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중시하는 현(現) 정부와 맞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뚜렷한 세대교체 인사’될 듯

금융권에선 이번 부행장 인사가 앞으로 진행될 은행권 세대교체 인사의 출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핀테크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인사를 마치고 각 은행들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며, 이를 위해 신임 행장들이 철저히 능력과 성과를 근거로 한 인사를 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부행장 자리에는 업무를 많이 처리해 본 인물과 해당 분야에 경영 비전을 갖춘 인물이 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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