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형편 어려운데 수협은 배불러… 수협회장 연임 추진 도마 위에

회장 연임 가능케 한 법안 발의… 비리 많은 수협부터 개혁해야 한 목소리

김임권 회장 권한 막강…사택도 지원받아, 특정 집단 대출 논란

어민들이 직접 수협중앙회장 뽑아야 한다는 의견 나와

내년 2월 신협중앙회장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협동조합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은 형이 확정되면 회장직을 잃게 된다.

이런 와중에 수협중앙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본래 부정부패 때문에 많은 지적을 받았다. 수협중앙회는 1990년 이후 회장 직선제를 택하고 있다. 전국 회원수협 조합장들이 투표를 해서 회장을 뽑고 있다. 1990년 이후 나온 수협중앙회 역대 회장 중에 이종구 전 회장만 임기 중에 사퇴하지 않았다.

요즘 수협중앙회가 달라지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 수산업 종사자들의 견해다. 수협중앙회가 어민들을 위해 좀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민은 가난해도 수협은 고액연봉

어민들은 가난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수산업협동중앙회(수협) 소속 직원 중에는 억대 연봉자가 전체 직원의 9.0%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3년에 비해 75%나 늘어난 것이다.

수협은 2001년 4월 수협신용부문이 부실화되면서 정부로부터 총 1조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수협은 올해 11월 말까지 127억 원을 갚았다. 사정이 이럼에도 억대 연봉자가 크게 늘어났다.

올해 10월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협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1억 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은 임직원은 총 115명이며 급여총액만 126억5600만원이다.

회장, 대표이사, 감사위원장 연봉이 각각 연봉이 1억6800만원이고 수협 회장은 2013년 대비 연봉이 26% 가량 늘었다.

지난해 기준 수협 직원들의 직급별 평균연봉을 보면 별급 1억1240만원, 1급 9967만원이며 수협 정규직 평균연봉 대비 비정규직 연봉을 비교하면 비정규직은 2015년 4440만원에서 지난해에 4357만원으로 1.9% 정도 수입이 감소했다.

수협중앙회장은 1억6800만원의 연봉과는 별도로 업무추진비가 예산액 기준 매년 7200만원이 있다. 또 월 240만원의 임차료와 연간 1500만∼2000만 원 정도의 차량운영비가 들어가는 고급세단(에쿠스)을 사용하고 있다.

또 수협중앙회장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면적이 143.3㎡, 보증금이 7억5000만 원인 사택도 지원받고 있다.

반면 어민들은 가난하다. 올해 4월 17일에 나온 해양수산부 국가승인통계 ‘2015년 기준 수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어민들이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벌고 있다. 총부채는 132조원이었고 전체 수산업 종사자 월평균 임금은 172만원이었다.

수협의 비리들

지난달 제주도 모 수협 조합장이 직원 채용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와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부산시수협에서도 채용비리가 나왔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달 8일 취업브로커의 요청을 받고 정당한 절차없이 비정규직 직원 4명을 채용한 혐의(직업안정법 위반 방조)로 조합장 A(58)씨와 간부직원 B(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올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수협중앙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6년 동안 회원조합에서 45건의 횡령사고(180억 원)와 11건의 배임사고(120억 원)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1년 간 금융 사고가 19건(48억 원)이었고 올해는 6월까지 16건에 사고 액수는 77억 원이었다.

올해 2월에는 거제수협에서 조합장을 포함한 임직원 등이 거액 부당 대출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회장이 당선된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수협 비리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협중앙회 회장의 힘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를 한 차례에 한해 연임이 되도록 한 ‘수협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소관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수협에 만연했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수협중앙회장의 권한을 크게 줄이고 연임을 할 수 없게 했지만 지금도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권력은 막강하다는 평가다.

인사권이나 내부 사업 결재권은 없으나 이사회와 총회 의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실권이 회장에게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협중앙회의 실력자인 김 회장의 고향은 경남 남해이며 부산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1974년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1979년 갑자기 부친이 암으로 타계하면서 가업을 물려받았다.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3년 만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이때부터 그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현재는 구덕교회 장로다. 한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진 김 회장은 1995년에 3000t급 냉동운반선을 인수한 다음 운반 사업에 나섰다.

큰 실패 후 시작한 운반 사업이 성공하면서 김 회장은 재기했다. 다시 일어선 그는 북태평양에서 어업규제가 강해질 것이란 전망을 하게 되면서 1998년 그동안 벌였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근해 대형선망업을 시작했다.

그는 1998년 3월에 혜승수산을 세워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2006년에는 대형선망조합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2015년 2월에는 수협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승리해 수협중앙회장이 됐다.

김 회장이 수협중앙회를 이끈지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수산업계 일각에선 중앙회가 중앙회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수협노조(수협조합 근로자노조) 관계자는 “중앙회 태생 자체가 전국 조합에서 출자해서 만든 것”이라며 “중앙회의 주인은 전국 조합들, 어업인들이 주인인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돼 중앙회가 주인이고 조합이 종”이라고 지적했다.

“중앙회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자”

수산업계 인사들 중에는 수협중앙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수협중앙회장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현재는 중앙회장 연임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렇지만 수협 조직과 수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수협중앙회장의 힘은 상당하다.

김 회장은 혜승수산의 대주주이며, 올해 10월 10일 혜승수산 감사보고서를 보면 혜승수산은 ㈜한국수산신문사 지분 51.6%를 갖고 있다. 혜승수산 대표이사는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은 부산 구덕교회 장로다. 수협은행 대출상품 중에는 ‘샬롬 대출’과 ‘교회 대출’이 있다. 둘 다 교회에 대출해 주는 상품이지만 샬롬 대출은 수협은행이 취급하는 상품이고 교회 대출은 회원 수협이 취급하는 상품이다. 회원 수협은 전국 각 단위수협이 운영하는 은행이다. 수협은행과 전산시스템은 연결돼 있지만 별개의 은행이다. 수협은행의 불교 사찰 대상 대출상품이었던 바라밀대출은 올해 5월 2일에 판매가 중단됐다.

김 회장은 탄탄한 자금력과 지지기반을 갖고 있고 언론사도 운영하고 있다. 전국 91개 수협조합장들이 수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현행 선거시스템이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수협중앙회장을 선출할 때 ‘어업인 직선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업인 직선제란 어민들이 수협중앙회장을 직접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91개 수협조합장들이 수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구조에선 소수의 조합장들만 장악하면 수협중앙회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수협중앙회장 선거가 금권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수협노조 관계자는 “수산업계 인사들 중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이들이 수협중앙회장 자리를 지나가면 좋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 수협조합의 경우 수많은 소속 조합원들의 입장을 조합장 한 명이 대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전남고흥수협의 경우 조합원 수가 1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실제 투표는 조합장이 조합원들을 대표해서 한다.

이런 간접선거 구조는 수협의 부패를 막는 것도 어렵게 한다.

전국수협노조 관계자는 “수협 내부 부패를 막으려고 해도 중앙회장 선출권이 조합장들에게 있다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게 많다”며 “2년에 한 번씩 정기 감사를 하는데 방대한 수협의 업무를 1주 내지 2주안에 감사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질타했다.

수협은 본래 어민들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집단이지만, 부패가 만연할 경우 어민이 아닌 ‘수산귀족’을 위한 집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본래 수협은 설립 당시에 어민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출범했다. 그런데 수산업계 일각에선 수협이 쉬운 금융사업 위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어민들의 권익향상을 도모하자는 취지는 퇴색되고 수협이 돈벌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주장이다.

전국수협노조 관계자는 “어민 권익을 향상시키려고 수산업협동조합에서 중앙회를 만들었는데 일선수협에서 어민들을 수탈하고 중앙회에서 어민들을 수탈한다”고 주장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올해 10월 25일 국감자료를 내고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은 21건의 해외부동산 투자(약 5000억)등으로 600억 원의 순익을 내고 있는 반면 경제 사업은 44억 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경제 사업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그동안 어민들은 수산물 가격급락에 발만 구르고 있고, 어민들 사이에서 협동조합이란 인식이 희박해져있는 수협이 더 이상 본연의 고유목적을 잃지 않도록 탄력적인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전담 부서를 구성해 수산물의 가격급변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산업계 인사들 중에는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에 정부 입김이 심한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수협은행은 IMF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1조1500억 원을 받았다. 수협은행이 공적자금을 완전히 상환하기 전에는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응답 없는 수협중앙회

수협중앙회에 조합장들이 수협중앙회 회장을 선출하는 현재 방식을 바꿀 계획이 있는지와 중앙회장을 소수의 조합장들이 선출하므로 금권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수협중앙회 회장 선거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또 수협중앙회장과 수협중앙회 임직원들이 받는 급여 같은 혜택을 줄여서 어민들을 위해 쓸 계획은 없는지, 수협 비리와 부패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갖고 있는지, 수협중앙회에서 전국 수협조합들을 2년에 한번씩, 1주에서 2주 정도 감사를 하고 있는데 현재의 감사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질문했다.

수협중앙회는 이런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곽호성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