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사고 후, 안전조치 제대로 취했나

대전 세븐일레븐 한 매장의 ATM기에서 발생한 감전사고 피해자, 신체부위 신경 손상 입어

사고원인, 점주의 ATM기 전원코드 오용에 있었나… 코리아세븐·롯데피에스넷의 관리 문제도

사고 이후 현재까지도 일부 세븐일레븐 매장, ATM기 안전사고 대비한 특별한 예비조치 없어

세븐일레븐 매장 내 ATM기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사고 위험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과거 세븐일레븐 매장 내 ATM기에서 발생한 감전사고 이후에도, 일부 점포에서 기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가 여전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세븐일레븐은 롯데그룹 내 편의점 회사인 코리아세븐을 운영사로 두고 있는 롯데 계열사에 속한다.

때문에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는 롯데와 관련된 상품 및 시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편의점 내 비치된 현금자동출입금기(CD/ATM)도 그 중 하나다.

세븐일레븐 대부분의 매장에 있는 ATM기는 롯데피에스넷이 공급 및 운영·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롯데그룹 계열사로, 세븐일레븐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과도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해 ATM기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세븐은 롯데피에스넷의 관계사이자 지분율 30% 이상을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이에 자연스럽게 세븐일레븐에는 롯데피에스넷의 ATM기가 설치돼 있다.

대전광역시 동구 번화가에 위치한 한 세븐일레븐 점포 역시 매장 내 롯데피에스넷의 ATM기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어느 날, 현금 등 귀중품 보안 운송 전문업체 B사 소속 근로자였던 A씨가 이 편의점에 방문했다.

A씨는 당시 소위 ‘장입’ 업무로 불리는 편의점 ATM기 내에 현금을 채워 넣기 위한 일을 위해 왔었다. 그는 해당 업무를 진행하던 중 기기를 오른손으로 누른 채 왼손 등을 기기 옆 철제 벽체기둥에 닿았는데, 감전돼 의식을 잃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A씨는 이 사고로 신체 부위의 신경 손상,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1형 등의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법 상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아 휴업급여와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A씨에 대한 치료 및 보상 절차가 진행되면서, 세븐일레븐에 주어진 과제는 과연 당시 A씨의 사고 원인이 무엇이었냐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고의 발원지는 매장 내 ATM기였으므로 세븐일레븐 측은 롯데피에스넷과 함께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롯데피에스넷도 ATM기와 관련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둬야 했기 때문에, 이 기기의 제조를 위탁받았던 N사 관계자들을 매장에 불러 확인 작업을 해 나갔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ATM 내에서는 전압이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A씨의 왼손 등이 닿았던 기기 옆 철제 벽체기둥 그리고 바닥 철판에서 약 70V의 누전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코리아세븐 시설팀은 해당 부분에 전기접지 공사를 마쳤다.

이후 코리아세븐 측은 위탁업체까지 고용해 사고의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봤고, 사고 당시 ATM기에 연결된 전원코드가 접지되지 않은 멀티콘센트에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 멀티콘센트가 벽면에 있는 접지형 콘센트에 연결돼 누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ATM기의 전원코드는 접지된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돼야만 한다. 그러나 이 편의점 점포의 점주가 다른 전기기구를 추가로 사용하기 위해 임의로 ATM기 전원코드와 벽면 콘센트 사이에 접지되지 않은 멀티콘센트를 연결해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운영상 전기요금을 세븐일레븐 본사 측과 점주가 나눠서 납부한다고 하지만, ATM기의 경우 매장 내 다른 기기들보다 가동 시 전기요금을 높이는 주 원인 중 하나다.

때문에 일부 점주들 사이에서는 고객들의 매장 방문이 뜸할 때 ATM기의 전원코드를 일정 시간 뽑아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매장에 설치돼 있는 롯데피에스넷의 ATM기. (사진=연합)
특히 당시 사고가 발생한 편의점의 점주 역시 ATM기 전원코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는 행위가 자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럴 경우 기기가 재가동이 될지라도 오류가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이번 사고처럼 ATM기 전원코드를 벽면에 붙은 콘센트에 바로 꽂는 것이 아닌, 접지되지 않은 멀티콘센트를 연결해 전원을 공급, 해당 멀티콘센트에 다른 기기의 전원코드까지 꼽아 사용했다면 누전 및 감전의 위험성까지 높아진다.

주목해 볼 부분은 이를 해당 매장의 점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코리아세븐과 롯데피에스넷이 각 세븐일레븐 매장에 롯데피에스넷의 ATM기를 설치 및 운영하게 하는 업무제휴 계약을 맺으며, 기기의 고장 및 사고 그리고 관리에 대한 책임을 양사가 부담한다는 취지의 조항에 합의했다.

실제로 두 회사의 관련 계약조항 중에는 롯데피에스넷은 ATM기 항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기를 관리·점검해야 하며 고장이나 장애 발생 시 즉시 수리 및 교체할 의무가 있다. 또 코리아세븐 역시 이 ATM기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며 관리할 의무가 있었다.

당시 사고처럼 기기의 누전 등으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1차적으로는 롯데피에스넷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코리아세븐 역시 관리 소홀로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특히 이번 사고 역시 코리아세븐과 롯데피에스넷이 해당 점포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해 방문했을 때, 점주의 ATM기 전원코드에 대한 오용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큰 원인 중 하나였다.

또 당시 점주가 ATM기 전원코드를 무접지형 멀티콘센트에 연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처음 ATM기를 벽면 콘센트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에 설치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TM기 전원코드의 길이가 벽면 콘센트에 직접 닿을 정도가 되지 않았고, 중간에 멀티콘센트를 이어야지만 전원을 공급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코리아세븐과 롯데피에스넷의 중간 관리·감독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기기 설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코리아세븐과 롯데피에스넷 측의 입장에서는 해당 매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을지라도, 방문시마다 점주가 ATM기 전원코드의 오용을 숨기려 했다면 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의 ATM기는 점주가 임의로 기기의 연결을 변경하거나 접속이 끊기는 등의 사례가 자주 있었다면, 해당 기록이 남아 본사 측에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코리아세븐과 롯데피에스넷이 당시 사고에 앞서 누전에 대비한 정기점검을 더욱 충실히 했어야 했지만, 이를 게을리해 사고를 부추긴 것이 명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사고발생으로부터 시간이 좀 지난 시점이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일부 편의점 매장에서는 ATM기의 누전에 대한 안전사고 위험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시간대에 ATM기의 전원을 잠시 꺼두는 경우도 있었고, ATM기에 대한 장입 및 기능점검 등의 업무를 위해 관계자들의 방문은 있지만 기기의 안전사고 위험 예방을 위한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약 당시 사고처럼 전원코드를 오용하거나 무접지형 멀티콘센트에 연결해 전원을 공급하는 세븐일레븐 매장의 ATM기에서 고객들이 현금을 찾으려 한다면, 누전 및 감전 사고로부터 100% 안전하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본지는 코리아세븐 측으로부터 당시 사고 이후 조치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볼 수 있었다.

코리아세븐 측은 “당사는 ATM기에 대한 공간만 제공하고 있으며 ATM기의 설치, 운영, 관리 등 모든 관련 업무에 대한 수행 주체는 설치 업체에 있다”라며 “ATM기는 당사 관리 영역이 아니어서 점주에 의한 전원 연결의 임의적 변경에 대해 확인이 불가한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정승인(가운데) 코리아세븐 대표. (사진=연합)
그런데 이런 해명과는 다르게 앞서 언급한 대로 코리아세븐과 롯데피에스넷 사이 업무계약 조항 중에는 코리아세븐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며 ATM기를 관리할 의무가 있었다.

단지 코리아세븐 측은 “업체가 (ATM기)설치부터 관리 및 점검 등을 전담하는 만큼 별도 점검 보고는 받지 않는다”라며 “당사는 본 사건 이후 ATM외에 점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누전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전기접지 공사를 즉각 시행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라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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