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으로 반사이익 기대되던 시기… 묻혔던 ‘오물벼락’ 사고

아시아나항공, 오수배관·통기관 관리의무 소홀로 오물 누수 사고 초래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라운지 아래층 명품매장, 오물벼락 사고로 상당한 손해발생

“이미 다 끝난 일”이라는 아시아나항공… 되짚어볼 문제 정말 없었나

과거 아시아나항공의 오수배관·통기관 관리의무 소홀로 인천공항 내 명품매장에 끔찍한 오물 누수 피해를 끼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부실관리로 인해 인천공항 출국장 내 한 명품매장이 ‘오물벼락’을 맞았던 끔찍한 사고가 뒤늦게 밝혀졌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다 지난 일이며 사고 당사자와는 서로 합의를 봐서 끝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사고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내 운영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라운지’는 여객동과 탑승동에 각각 두 곳씩, 총 네 곳이다.

이 라운지는 아시아나항공의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공항에 대기 중인 승객들에게 각종 편의시설과 음식 그리고 읽을거리 등을 제공한다.

이중 탑승동 4층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라운지는 샤워실과 휴식실, 텔레비전을 보며 앉을 수 있는 소파 등이 마련돼 있는 등 ‘1등급’이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몇 년 전 이 라운지에서 이런 호칭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상당히 불결한 사고가 벌어진 적이 있었다.

지난 2014년 11월 중순,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아시아나항공 라운지 탑승동 4층 바닥에 설치돼 있던 오수배관에서 이날의 사고는 시작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유지·관리해오던 이 오수배관에는 이물질(유지분)이 쌓이고 쌓여 배관 내 공간을 좁게 만들었고, 이를 통과하던 오수가 역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이 역류한 오수가 역시 아시아나항공 측이 유지·관리하던 통기관에 유입됐고, 해당 통기관에 부실하게 연결돼 있던 이음부 나사를 통해 오수가 흘러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다음 단계에서 벌어졌다. 탑승동 4층 아래층인 인천공항 출국장 3층은 각종 면세점이 즐비한 상업시설이었고, 아시아나항공 라운지 바로 아래에는 전 세계 여성들로부터 사랑받는 한 명품 브랜드 매장이 운영돼 오고 있었다.

끔찍하게도 이날 아시아나항공 라운지 바닥에서 흘러나온 오수는 아래층 명품매장 천장 쪽에 번지며 매장 진열대 등 곳곳에 쏟아졌다.

이 명품매장은 고객들이 한창 몰려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맑은 하늘에 오물벼락’을 맞았다. 매장 직원들도 갑자기 흘러내리는 오수를 막을 방법이 없었고, 진열대 위에 전시돼 있던 명품 시계 5점과 전시마네킹이 착용하고 있던 바지 및 신발 등이 심하게 오염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 (사진=아시아나항공 페이스북)
향후 이 명품매장의 임차인이 손해감정을 의뢰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이 명품매장이 입었던 경제적 손실은 생각보다 상당했다.

우선 오염된 시계와 바지, 신발의 총 가치하락 액수만 약 6500만원에 달했고, 이 상품들을 인천세관에서 지정한 보세구역에서 보관하면서 600여만원이 소비됐다.

또 당시 오수로 인해 오염된 것은 상품들뿐만이 아니었는데, 매장 천장 및 카펫 그리고 바닥 대리석도 오염됐고, 매장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까지 고장 나면서 5900여만원의 손해가 추가로 발생했다.

특히 사고 당일 고객들이 한창 방문할 낮 시간이었음에도 6시간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해 1500여만원의 영업이익 감소도 손해액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날의 불결한 사고는 아시아나항공 라운지 바닥에 설치된 오수배관에서 오물이 역류해 통기관으로 유입됐고, 이 통기관이 사실상 부실하게 관리된 점에서 비롯됐다.

이 시설의 관리의무는 아시아나항공 측이 부담하고 있었다. 이에 향후 진행된 이 명품매장의 임차인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이 사건의 누수는 아시아나항공의 오수배관과 통기관에 대한 관리상 과실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법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오물벼락’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명품매장 측에 상품가치 하락 및 보세구역에서 보관 등에서 생긴 손해액 등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본지에 당시 사고에 대해 “해당 시설은 주기적으로 청소 및 관리·점검되고 있었으나 예상치 못한 역류가 발생했다”라며 짧게 해명했다.

다시 언급하지만, 당시 사고는 오수배관에 이물질이 쌓였고, 통기관에 부실하게 연결돼 있던 이음부 나사를 통해 오수가 흘러나왔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측의 해명과는 다르게 오히려 주기적으로 청소 및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했다는 근거였다.

무엇보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정화시설이 낡아빠진 오래된 아파트나 상가가 아닌, 국내 대표 항공사가 운영하던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의 1등급 휴식공간 내 바닥이었다.

오수배관과 통기관이 구식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기 때문에, 유지·관리의무 소홀 외에 당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땅콩회항’ 사건과 시기가 비슷하게 겹치며, 묻혔던 ‘오물벼락’ 사건

사실 당시 사고는 단순히 아시아나항공과 명품매장 측과의 손해배상에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본지에 “해당 건에 대한 수습과 조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배상 관련 사항 역시 완전히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다 끝난 일 가지고 뭘 그러는가’라는 취지의 입장이었는데, 되짚어볼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해준 홍보팀 직원들처럼 오물벼락 사고를 단순히 지난 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과는 다르게 박삼구(사진 맨 아래)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당시 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
우선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평가에서 종합순위 1위를 유지해 오고 있던 최고의 공항으로 국가의 자랑이자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심어주는 얼굴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닌 인천공항 출국장 내 상업시설, 그것도 명품매장에 아시아나항공의 관리 소홀로 오물이 흘러내려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당사자들 간의 문제로 끝낼 일이 절대 아니었다.

명품매장의 사고로 인해 이 매장 주변의 다른 사업장에 이용객 감소의 피해를 끼쳤을 가능성 그리고 인천공항 전체 시설의 안전문제 대한 이용객들의 우려 역시 커졌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누수로 인해 명품이 오염되는 데 끝나지 않고 매장 내 다른 시설에 고장까지 일어나는 일이 발생했다면,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가 안전문제와 결부된 것으로 밝혀졌다면, 당연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차원에서 관련 사항에 대한 질의에 나서거나 국토교통부 역시 추가 진상조사가 있어야 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당시 사고로) 행정기관으로부터 받은 별도 제재나 처벌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안타깝게도 당시의 사건은 아시아나항공 또는 인천공항 홈페이지 공지뿐만 아니라, 현재 인터넷 뉴스기사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당시 아시아사항공 라운지 사고가 일어난 지 약 보름 후인 2014년 12월 5일,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사인 대한항공에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소위 ‘땅콩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때문에 반사이익 효과가 기대됐던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오물벼락’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고 넘어가려 했을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오물벼락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뒤 ‘땅콩회항’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
특히 당시 사고는 법적으로도 되짚어볼 부분도 있었다. 항공법 및 공항시설법에서의 ‘공항시설’이란 항공기의 여객 등을 위한 시설과 그 부대시설 및 지원시설로서 공항구역 안팎에 있는 시설 등을 의미한다. 때문에 오물벼락 사고가 발생했던 아시아나항공 라운지 역시 공항시설에 포함되는 곳이었다.

공항시설법상 이 공항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자는 시설의 보안관리 및 기능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의 관리·운영 및 사용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만약 이런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당시 라운지 바닥에 설치돼 있던 오수배관과 통기관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면, 사고 당사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에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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