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나비효과?

24% 최고 금리가 기본 금리로 정착될 조짐

대부업체, 수익성 악화로 업계 재편될 가능성 높아져

불법 사금융 시장 커지는 풍선효과도 나타날 듯

오는 2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7.9% → 24%)를 예고하면서 금융당국과 업계가 그에 따른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금융공약 중 하나로 대부업 최고이자율은 연 27.9%에서 25%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10월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고 오는 2월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는 기존 27.9%에서 24%로 3.9%p 낮아진다.

대부업상 최고금리는 법이 처음 시행된 2002년 연 66%에서 시작했다. 이후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6년 27.9% 순으로 계속 하향 조정됐다.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는 1980년 40%로 시작, 1998년 한 때 폐지됐다가 2007년 30%, 2014년 25%로 조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나아가 현 정부 내 원금 초과 이자 부과 금지와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점진적·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표명한 상태다.

최고 금리가 기본 금리로 굳어질 가능성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서민들의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부금융협회의 금리비교 공시에 따르면 대부업체로부터 직접대출, 중개대출 포함해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27.9%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최저금리와 최고금리가 27.9%로 동일한 대부업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금리를 제공하는 업체는 공시에 나온 42곳 대부업체 가운데 8곳에 불과했고 그 비중 역시 전체 대출 건수의 1%가 채 되지 않았다. 법정 최고 금리가 곧 대부업체의 기본금리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여전히 24%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물게 될 확률이 크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고금리 인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대부업계 재편 움직임 꿈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방침에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 회장은 지난 3일 ‘2018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올해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계가 요동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업계의 재편 움직임은 시작됐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일 '2017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를 통해 지난해 6월말 등록 대부업자 수가 전년 말(2016년말)보다 579개 감소한 8075개라고 밝혔다.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는 1080개로 229개 증가한 반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는 808개 줄어든 6995개였다. 개인 대부업자만 798개 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는 대부분 매입채권추심업자(236개 증가)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 2016년 3월 법정 최고금리가 34.9%에서 27.9%로 낮춘 이후 대형 대부업체 중심으로 영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중소형 대부업체 중 개인 대부업자는 감소 추세인 것이다.

이정현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구조적 수익성의 저하 및 부실자산 확대는 규모의 경제 및 비용구조가 열위한 영세대부회사의 폐업을 증가시키고 대형대부회사를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시키는 등 업권 내 양극화 추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바라봤다.

대형 대부업체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2월 NICE신용평가는 리드코프, 바로크레디트대부, 안전대부 등 대부업체 3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NICE신용평가 측은 “2018년 2월부터 최고이자율이 24%로 추가 인하되면서 운용수익률의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 가능성, 저신용자 대상 대출취급에 따른 제한적인 대손비용 절감, 모집비용과 판관비용의 절대적 수준을 감안한 추가 절감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향후 대부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2018년 대부업계를 전망했다.

NICE신용평가 측은 이어 “리드코프, 바로크레디트대부, 안전대부는 여타 경쟁사 대비 차입금의존도가 높고 실질 충당금적립수준이 높지 않아 대손비용의 추가적인 절감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최고이자율 인하에 대한 대응능력은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되며, 리드코프, 바로크레디트, 안전대부의 수익성은 과거 대비 상당폭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대부업체 유일한 상장사인 리드코프의 주식시장 반응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7월 19일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인 8450원을 기록한 이후 리드코프의 주가는 지난달 5000원대까지 추락했다. 1월 4일 종가 기준 리드코프의 주가는 5940원이다.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 확대 가능성 높아져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대부업 이용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일부 줄어드는 순효과도 있다. 그러나 대부업체들의 대출 축소로 저신용 대출자들을 대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러시앤캐시, 산와대부, 웰컴론 등 신용대출 취급 대부업체 35곳을 대상으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5% 밑으로 떨어질 경우 경영 전략을 설문한 결과, ‘대출 축소’ 의견을 낸 곳은 19곳, ‘대출 중단' 답변도 9곳에 달했다. 일부 업체들은 최고 금리 인하로 경영이 악화될 경우 대출만기 연장도 거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저신용자들이다. 이미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 대출 만기를 갚기 위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향후 대부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돈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은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로 인하될 경우 금융권에서 내몰리는 저신용자는 25만8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7월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최고금리를 24%로 내리면 대출 타락 인원은 최소 38만8000명, 최대 16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햇살론 재원 확충 및 조건 완화, 저신용 계층 대출 확대 등 대부업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게 될 저신용자들에 대한 정책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