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록 예탁원 노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예탁원 노조 제공)

노조 “채용비리” vs 사측 “전문가 영입”

노조 “낙하산 인사 철회 안 하면 사장 퇴진운동 전개할 것”

사측 “외부 전문가 영입 차원 인사일 뿐”

지난해 예탁원 1인당 연봉, 공시 대상 332곳 가운데 ‘최고’

요즘 한국예탁결제원이 ‘낙하산 채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지난해 12월 26일 산업은행 출신 임원을 선임하면서 이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예탁원 노동조합은 2일에 긴급 임시조합원 총회를 열고 낙하산 선임 철회 요구 및 무기한 출근저지 등 강력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낙하산 인사 철회를 위한 무기한 투쟁, 쟁의기금 사용 승인, 희생자구제기금 특별징수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노조는 “금번에 선임된 낙하산 인사는 3500조원의 국민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과 아무런 업무적 연관성이 없는 자”라며 “최근 수년 간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혈세를 낭비한 산업은행 출신의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가장 악질적인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탁원은 “외부 전문가 영입 차원의 인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노조는 이번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철회 안하면 사장 퇴진운동 할 것”

예탁원이 선임한 이 모 씨는 산업은행 자금시장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씨는 투자지원본부장(상무)으로 선임됐고 임기는 15일부터 시작된다.

노조는 낙하산 논란을 이유로 시무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2일 예탁원 시무식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노조가 이씨를 낙하산 인사로 지목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예탁결제업무와는 무관한 업무를 해왔다는 점이다.

예탁원 노조 관계자는 “(이씨는) 일단 기본적으로 예탁결제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추천을 받는데 통상적으로 사전에 이사회가 개최되면 상무선임안건으로 미리 올려 놓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그런 것 없이 이사회 당일에서야 갑자기 안건으로 상정을 해서 날치기로 통과를 시킨 것”이라며 “임기도 이달 15일부터 시작하므로, 아직 개시가 안됐는데 굳이 12월 26일자로 그렇게 했으며 이것이 낙하산 인사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 측은 “예탁원 내규인 상무 후보자 추천지침에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년 이상 근무한 내부출신 본부장 중 상무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상무 후보자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기에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무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한 이병래 예탁원 사장이 노조위원장의 선임배경에 대한 공개질의에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공공기관 고위직 채용비리, 인사 청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번 고위직 낙하산 채용비리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 보고, 회사 측이 이를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감독기관 및 사법기관을 통한 진정과 고발 등은 물론 이병래 사장 퇴진운동까지 전개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예탁원의 낙하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낙하산 논란이 3번 있었다.

이병래 사장도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다. 이 사장은 32회 행시 출신으로 재무부-금융위에서 일했다. 그동안 재경부-금융위 출신 인사가 예탁원 사장직을 많이 차지함에 따라 낙하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 사장뿐만 아니라 박임출 전무도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박 전무는 금감원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 국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 3월 예탁원 예탁결제본부 상무로 임명됐다.

2016년 4월에는 서병수 부산시장 선거캠프 출신의 김영준 씨를 상무로 선임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어났다.

예탁원 경영진은 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장, 전무, 상무 2명까지 모두 4명이 낙하산 논란에 등장하게 됐다.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예탁원에서 낙하산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첫째 이유는 예탁원이 기타공공기관이어서 관료 출신들이 옮겨가기 쉽다는 것이다. 예탁원 지분 70.43%를 한국거래소가 갖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민간 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높은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탁원이 기타공공기관이면서 대우도 좋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예탁원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고 있다. 예탁원은 ‘신의 직장’ 중 하나다.

2016년 기준 예탁원 사장 연봉은 3억3176만원이며, 예탁원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910만원이었다. 공시 대상 332개 공공기관 가운데 최고였다. 예탁원은 2015년에도 공공기관 평균보수 1위였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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