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가이드 갈등…‘태국 관광객 국제 미아 사태’ 올까

태국 가이드 “하나ㆍ모두투어 돈 문제 공정해야”… 태국 현지에서 시위 벌여

하나 “가이드들은 파업과 무관”, 모두 “가이드노조 측 주장은 실정과 달라”

태국 통역가이드노조가 파업을 선언하면서 관광업계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에 대해 업계 인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7년 12월 27일 태국 통역가이드노조 박인규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31일 오후 3시부터 태국에서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가이드 비용 40달러 중 단 1달러도 가이드에게 오지 않는다”며 “모든 비용은 호텔비나 관광지 식대비, 차량 기름 값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여행사에서는 여행지원비도 없으며 0원으로 손님들만 보낸다”며 “비용을 가이드들이 옵션(부가 관광 상품)으로 알아서 손님들에게 걷어서 비용을 내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가이드들은 손님에게 옵션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손님들은 원치 않는 부분까지 가이드들에게 강요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 가이드들은 한국여행사가 어느 정도의 여행지원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은 “가이드들이 손님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하고자 파업을 결행하게 되었으며 일한 만큼의 보상은 있어야 한다”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본다면 3박4일 동안 돈 없이 여행을 하는 것도 그렇고, 가이드가 돈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님들에게 무슨 서비스가 있겠냐”고 물었다.

태국 관광 가면 ‘국제 미아’ 되나

가이드노조 관계자는 12월 31일 오후 3시 이후 한국인 태국 단체 관광객들이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 공항에 도착하면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하는데 가이드들이 업무에 나서지 않으면 관광객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현재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은 총 100명이다. 노조에선 파업에 불참한 가이드가 400여명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에 나서지 않는 가이드가 400여명에 이르지만 가이드노조 관계자는 “태국 경찰이 나와 가이드 한 명 잡으면 가이드 모두 손님들을 버리고 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국에서 외국인이 관광가이드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태국인 관광가이드들이 외국인에게 관광가이드 허가를 주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가이드노조가 파업에 나선 핵심 이유는 돈 문제다. 가이드노조는 “국내 여행사들이 헐값에 태국 관광 상품을 팔고는 태국 현지로 돈을 보내지 않거나 극히 적은 금액을 보내고 있다”며 “그래서 옵션(부가 관광 상품)을 팔아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만 ‘메꾸기’를 하고 있다. ‘메꾸기’란 옵션 관광 상품을 팔아서 관광객 1인당 15만원을 벌어서 관광비용을 충당하고 남은 수입을 가이드 6 대 현지 한국인 여행사(랜드사)4 또는 5:5 로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박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랜드사 때문에 가이드가 돈을 메꾸기를 해서 돈을 벌기는 어렵다”며

“메꾸기 때문에 횡령, 갈취, 사기, 환율 사기 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이드노조에 따르면 현재 태국 관광 구조는 이런 식으로 돼있다. 손님이 국내여행사를 방문해 관광 상품을 사면 한국여행사들은 전체 상품 요금에서 여객기 티켓 요금을 빼고 남은 자기 마진만 챙기면 끝이다.

그 다음에는 현지 태국 여행사(랜드사)가 손님을 인계받아 옵션을 팔아 돈을 버는 구조다. 가이드노조는 태국 현지에서 한국 관광객 1인이 관광을 하려면 평균 30만원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가이드노조는 “랜드사들이 가이드들을 갈취한다”며 “호텔비 속여서 부풀리고 식비 부풀리고 그것이 원가라고 속여서 가이드에게 메꾸게 한다”고 주장했다.

태국 현지에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안마방, 식당, 쇼핑몰 등이 많이 있다. 랜드사들은 호텔비나 식비 등을 부풀리는 등의 행동을 할 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소와 거래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업소와 많이 거래를 하고 있다.

관광가이드들은 이렇게 태국 안에서 한국인들끼리 돈을 버는 것을 태국 현지인들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형태의 사업방식은 위험성도 높다. 현행 태국법 상 불법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가이드들이 추방될 경우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업소에 손님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ㆍ모두투어의 입장은?

자연스럽게 관광업계의 시선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로 집중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국내 관광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관광업계에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35%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적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태국 관광 상품과 관련해 한국여행사에서도 어느 정도의 여행지원비는 줘야 한다는 가이드노조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또 정확히 랜드사에 어느 정도의 액수를 지급하는지, 낮은 여행요금 상품의 경우 항공료와 여행사 이익을 빼면 랜드사에 돌아가는 돈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 물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태국 가이드노조 파업에는 모든 가이드가 아닌 일부 가이드만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투어 행사를 담당하는 협력사 가이드들은 이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ATA(한국여행업협회)에서 노 투어 피(No tour fee, 여행사에서 현지 여행사에 주는 비용이 없다는 뜻)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개선 및 자정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가이드 노조 측 주장은 당사에서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이며, 당사의 실정과도 상당부분 다른 점이 있다”며 “우선 당사는 가이드를 직접 고용 및 계약 관계가 아니면 현지협력업체(랜드사)와 지상비(현지 일정에 필요한 경비 일체, 인건비 포함) 계약을 맺고 진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현지 비용일체를 계약에 맞게끔 지불하고 있다”며 “(가이드노조의 주장은) 당사의 관계가 아닌, 현지협력업체와 가이드간의 계약이며 협력업체와 가이드 상의 계약관계 등에 대한 사항을 당사가 확인하는 것은 현지 협력업체에 대한 운영간섭 및 지휘, 통제 등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사의 상품이 단일상품으로 구성되지 않는 점(2018.1.15일 기준 방콕‧파타야 기획 상품만 700여개 이상)과 영업상의 이유로 계약된 견적금액(지상비) 확인이 불가능하며, 당사는 현지협력업체가 제안한 견적비용으로 상품의 지상비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며 “당사의 수익은 상품금액의 고정비율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상품 성격 등에 따라 수익률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일련의 주장이 현지협력업체에 적은 지상비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측의 해명에 대해 가이드노조 측은 “여러 가이드들이 휴가를 내고 빠진 상태이고, 태업이라도 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의 문제이므로 모른다고 일관하고, 가이드들도 남이라고 모른 척 할 것이면 컴플레인이 생겼을 때 왜 현지에 돈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국내 여행사들이)컴플레인 발생 시 가이드가 배상해줬다는 증명이나 영수증도 안 보내준다”며 “관광객들은 싼 가격으로 여행 간다고 태국에 왔다가 옵션상품 판매설명들을 듣고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도 시위한 가이드노조

한편 관광가이드들은 28일 태국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과 태국 주요 언론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의 태국인 가족들을 동반했으며 태국어로 작성된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우리는 제로투어(태국 현지로 관광비용을 보내지 않는) 척결단체로서 태국 총리 명령을 위반하는 업체들을 고발 조치한다”며 “랜드사들이 한국 외환 관리법을 위반하고 한국 세금을 포탈하며, 횡령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국내 대형여행사들이 가이드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박 위원장은 “만일 관광가이드가 고객에게 컴플레인(불만 제기)를 들으면 국내 대형 여행사들이 랜드사에게 컴플레인 비용을 달라고 한다”며 “랜드사가 컴플레인 비용을 내게 될 경우 가이드에게 배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는 돈이 없으므로 졸지에 ‘랜드사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이 외국 땅에서 같은 한국 국민에게 갈취, 사기, 횡령 등을 당하는데도 보호도 못해주는 무능한 정부인 듯하다”며 “참 개탄스럽다”고 질타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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