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등 대형 금융지주 회장 연임 ‘불투명’… 정부 반응은?

벚꽃 시즌 맞아 금융계 수장 물갈이 정황…文정부 금융개편 방향과 맞물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 급제동… 김용환 NH농협 회장 연임 악재 불거져

이정환 신임 주금공 사장 취임, 금융공기업 인선 시작…곽범국 예보 사장 교체 유력

문철상 신협중앙회장, 실적 개선됐으나 금감원 징계로 연임 가능성 반반

새해 벽두부터 임기만료를 앞둔 금융권 인사들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금융 공공기관 등이 그 대상이다.

금융업계의 관심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연임에 쏠려있다. 당국의 견제와 관심이 연일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김 회장이 포함된 16명 회장 후보군을 확정지었다. 3연임에 도전하는 김 회장은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노조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2015년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 올해 3월 3연임 도전에 나설 전망인 김용환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 회장 이외에도 금융공기업 등 곧 수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되는 금융권 현황에 대해 파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정태 회장, 3연임 급제동 걸려

지난 연말, 금융당국에서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그 대상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회장 선임 절차를 지난 회장 선정 당시보다 한달 가량 서둘러 진행했다. 회추위는 지난 9일에는 회장 후보군이 27명에서 16명으로 줄인데 이어 15~16일 후보자 인터뷰를 통해 최종 후보군을 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당국에서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건과 중국 투자건, 채용비리 등의 의혹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장 선임을 서두르면 결과에 따라 CEO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정윤회 등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게 하나금융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은 이례적으로 지난 2015년 9월 중소벤처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아이카이스트 문제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이카이스트가 대출 당시 편법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였고 KEB하나은행은 이를 알면서도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해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20억2000만원을 대출했으나 올해 1월 아이카이스트 부실이 발생하면서 8억5700만원의 미회수금이 생겨 대손상각처리했다. 아이카이스트는 지난해 9월 열린 1심에서 김성진 대표이사가 사기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폐업했다.

김 회장은 중국 특혜 투자 의혹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중국 랑시그룹 신동일 회장에게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는 랑시그룹 인수 과정에서 필요한 기업금융서비스는 물론 법률·회계 파트너십까지 제공했다. 이후 하나은행은 랑시그룹과 2017년 3월 자본금 총 10억 위안(약 1600억 원) 규모의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합작사를 설립했다. 같은해 6월에는 유상증자에 참여, 약 1억 위안(약 165억 원)을 2차로 투자했다. 문제는 하나은행 중국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조 측에서는 “형법 355조와 366조의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고 은행법 35조와 6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채용비리의 경우 심층 점검을 위해 2차 검사 대상으로 추려진 10개 은행에 하나은행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2~3주 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중지하라는 입장이지만 회추위는 “예정대로 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행 움직임에 금감원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CEO리스크의 책임도 모두 하나금융이 져야 된다고 경고했고, 금융당국은 더 강력한 수위로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CEO리스크 관리라는 의견과 인사 개입을 통한 관치 금융의 부활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일정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5년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 올해 3월 3연임 도전에 나설 전망인 김용환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해 연임이 쉽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회장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는 탓이다.

금융 공기업 새 얼굴 대거 임명 예정

무술년이 시작되자 금융 공기업 수장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김재천 전 사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 상태가 유지됐던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사장 자리에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사장이 최근 취임했다.

지난 3일, 공식 취임한 이 사장은 행시 1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를 거쳐 참여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후 2008년 3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나 당시 이명박 정부와의 갈등으로 취임 1년 7개월 만에 자진사퇴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부산 남구갑 의원에 도전했지만 낙선했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경책 자문과 부산시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앞장섰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이 사장이 주금공 사장 유력 후보군에 오르자 ‘낙하산’, ‘관피아’ 등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관가와 정가에서는 주금공을 시작으로 금융 공공기관 수장 교체 움직임에 가속도가 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10개월 가까이 새 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화동 사장은 지난해 4월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이 확정되지 않아 계속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수출에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34억 원 이상 늘어난 4777억 원, 영업이익은 60억 원 이상에 이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4년 연속 증가세다.

관가에서는 신임 사장 후보에 여러 고위급 관료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이들이 고사하면서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돈다. 일각에서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김 사장의 연임을 점치기도 하지만 공모 절차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예금보험공사 곽범국 사장은 오는 5월로 임기를 마친다. 행시 28회 출신으로 국세청 행정사무관을 거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 재정정보관리과장 등을 지냈다. 2007년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참여정부 정책조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에 몸 담았다. 이후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2015년 5월 예보 사장에 취임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참여정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지만 새누리당 전문위원 및 박근혜 정부 시절 예보 사장직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교체가 유력하다. 예보의 규모와 역할을 감안하면 개혁성향을 겸비한 비중 있는 인사가 부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은성수 전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되면서 사장 자리가 공석인 한국투자공사는 새 인물 찾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5일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다음달 14일 사장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추위가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사 안팎에서는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최희남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채선병 전 한은 외자운용원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이 신임 사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주진형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있다. 행시 19회 출신 김 전 청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비롯해 국제금융 업무를 두루 거쳐 참여 정부 당시 조달청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도 언급된 바 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던 주 전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특유의 개혁성향과 추진력으로 각종 금융 기관 인사 때마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공 성격을 띠고 있는 한국증권금융 사장직도 공석이다. 증권사들의 공동 출자로 1995년 설립된 한국증권금융은 ‘증권거래법’에 의거한 국내 유일 증권금융전담기관이다. 사장 공모제로 전환한 2004년 이후 이 기관의 수장 자리는 관료 출신 차지였다. 행시 27회 출신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한국증권금융을 이끈 바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아직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문철상 신협중앙회장, 재신임 가능성 반반

신협중앙회장의 수장 교체 여부도 관심사다. 현 문철상 신협중앙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로 문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년간 신협중앙회를 이끌어 온 문 회장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공격적 영업을 앞세워 2013년 약 56조 원의 자산 규모를 지난해 약 81조 원까지 확대했다. 신협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약점도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정부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신협이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2007년 정부는 부실 신협에 3년간 무이자로 3000억 원 한도내에서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신협은 경영정상화계획을 마련했고 정부는 단위조합이 맡긴 예탁금에 대해 운용실적에 따른 실적배당제를 도입하도록 약정했다. 높은 확정이자 지급에 따른 중앙회 결손을 막기 위한 보호막이었다. 그러나 신협은 실적배당제를 지키지 않고 조합에 높은 확정이자를 지급했고 이를 금감원에서 문제제기한 것이다.

그간 신협중앙회는 신용예탁금 운용수익률과 상관없이 확정이자를 조합에 지급했고, 이 같은 관행은 채권 수익률보다 높아 부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금감원은 신협중앙회엔 ‘기관경고’를, 문철상 중앙회장에게는 ‘주의’, 김경섭 신용공제사업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당국의 제재로 인해 문 회장을 비롯해 신협의 도덕성에 흠결이 생긴 셈이다.

문철상 신협중앙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의 조치에도 문 회장 연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협중앙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대의원 200명이 투표해 과반수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2차 결선투표를 진행해 회장을 선임한다. 금감원 제재 조치를 받았지만 지역 조합 이사장들로 이뤄진 대의원 입장에서는 중앙회가 자신들의 이익을 더 확보했다고 판단해 문 회장에게 신임을 보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방식이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끊임없었다. 회장 선출에 직접 참여하기 원하는 조합원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문 회장 역시 지난 선거에서 직선제를 공약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 신협중앙회장 선거는 다음달 8일 열릴 예정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새 수장 찾기에 나선다. 현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춘천시 시의원 출신인 신 회장은 2010년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2014년 연임에 성공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칙상 회장직은 단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어 신 회장이 재도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달 중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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