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ㆍ청소직원 등 “힘들다” 호소…사측 “개선 노력”

조종사 “이틀 잠 못 자고 비행기 조종”…지상직원 “일은 많고, 인력 부족”

청소직원 “시간에 쫓기며 허둥지둥 일한다”

대한항공 “지적 사항 대처 노력… 성실히 조사에 응할 예정”

최근 대한항공이 3년여 만에 조종사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또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근로자들도 사측과 입금협약에 잠정 합의해 16일부터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10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진행된 33차 임금교섭에서 조종사노조와 2015년과 2016년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11일 한국공항 협력 업체인 이케이맨파워와 2018년 임금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대한항공은 이렇게 합의를 함에 따라 한숨 돌리게 됐지만 노사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직원들의 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공항에서 일하는 한국공항 직원, 대한항공 여객기 청소근로자 등이 모두 입 모아“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종사들의 과로

대한항공 조종사들 중에는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열린마당에 ‘사고직전’이란 필명을 쓰는 한 조종사가 2박 3일 동안 이틀 밤을 새우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글을 남겼다.

‘사고직전’은 6일 ‘제발 장거리 3P(조종사 3명) 3일짜리 비행....사고 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1박 3일 장거리 비행’이 위험하다며 조종사노조가 사고 나기 전에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유럽이나 대양주로 조종사들이 출발할 때 야간에 출발하고 현지에서 돌아올 때도 야간에 비행을 한다”며 “2박3일 비행을 갔을 때 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는 2박3일이지만 돌아올 때나 갈 때 야간이다 보니 비행기에서 밤을 샌다”고 말했다.

‘사고직전’이 올린 글에는 25개의 응원 댓글이 붙었다.

한 조종사는 ‘적극 찬성’이란 필명으로 댓글을 올려 “(사고직전의 주장에)적극 찬성한다”며 “3P(조종사 3명이 한 조인 경우)는 최소 3박4일로, 2박3일 시키려면 12시간 이내 2세트로 편조되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서 1세트는 기장과 부기장 각각 1명씩 총 2명으로 구성된 조를 말한다. 2세트는 기장 2명, 부기장 2명을 말한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짧은 스테이(현지에 머물러 쉴 수 있는 것)를 시킬 경우에는 현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조종사 4명이 교대하면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여객기는 기장과 부기장 2명이 조종한다. 4명의 조종사가 타면 조종사들이 번갈아가면서 근무하면 되므로 조종사들의 피로누적을 막을 수 있다.

또 ‘적극 찬성’은 “추가로 하루 세 편 취항하는 취항지에서 앞 편수로 당겨오기도 안했으면 좋겠다”며 “최소 객실승무원의 스테이 패턴만이라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출근길’이란 필명을 쓴 조종사는 “아시아나도 안하는 패턴”이라며 “아시아나도 투셋(two set) 보내거나 세 파일럿이면 3박4일”이라고 적었다.

그는 “미주 2박3일, 유럽 2박3일, 정말 너무 힘들고 피로 관리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버스의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때문에 운전기사의 피로 관리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것처럼 비행기 조종사의 피로 비행 문제도 그동안 지적이 돼 왔었다.

조종사들의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안전 때문에 조종사들의 근무시간 자체를 법적으로 규제를 한다”며 “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고의 80%는 착륙과 이륙 직전, 직후 혹은 도중에 발생하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2006년까지 일어난 1843건의 항공 사고 중 53%가 조종사 과실로 인해 일어났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1997년 대한항공 괌 사고와 2013년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 조사 과정에서 사고 요인 가운데 하나로 조종사 피로도를 지목했었다.

한국공항에선 ‘과로사’ 나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에선 ‘과로사’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13일 한국공항 직원인 이기하 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로 사망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및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은 외국항공사들의 지상조업을 처리해주는 회사다. 지상조업이란 수하물 탑재 및 하역, 항공화물 조업, 항공기 급유·정비 등을 말한다. 숨진 이씨는 수하물 탑재 및 하역을 맡은 램프 여객부 93조 조업장이었다. 착륙 여객기에서 승객들의 수하물을 내리고 이륙 항공기에 승객들의 수하물을 싣는 일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지부는 한국공항에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 회사의 공식사과, 산재처리, 유족보상, 주 52시간 근무 준수, 적정 인력 배치 준수 및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신입 직원을 채용 중에 있으며, 향후에도 부문별 적정 소요인력 판단을 통해 필요 시 채용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의 과로 문제는 지상조업 근로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항공 여객기 기내를 청소하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해 승객들이 내리면 청소근로자들이 바쁘게 청소를 한다. 이들은 급하게 화장실 오물과 쓰레기를 치우고 좌석 시트커버와 담요를 바꾸는 등의 일을 해야 한다. 근로자 십 수 명이 20~30분 만에 넓은 여객기 기내 청소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청소가 늦어져 여객기 출발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청소 근로자들은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된다. 협력업체는 원청회사(한국공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한항공 기내 청소근로자들이 기내 청소 시 사용하는 유해한 화학약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이슈가 된 청소용품은 지난해 6월부터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권고에 따라 전 직원에 대한 사후교육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세부사항은 해당업체와 컨택(Contact)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업체는 청소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한국공항의 협력업체를 말하는 것이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2일 강영식 한국공항 대표이사를 근로기준법 위반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사는 항공기 실제 출발‧도착 시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공항업무 특성에 따라 노사합의 하에 합법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노동부에 고발된 근로기준법 위반 외 기타 사항에 대해서는 성실히 조사에 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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