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비’ 논란…여행사 ‘갑질’ 시비도

관광가이드들 “랜드사들이 가이드 착취, 국내 여행사들이 조장”

하나ㆍ모두투어 “노 투어 피(No tour fee) 상품 운영하지 않는다”

가이드 “어린이들도 홍등가 관광” vs 하나투어 “워킹스트리트 기본 포함 상품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협의체 마련해서 현지 가이드 보호할 것”

태국 관광가이드들과 국내 여행사들의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태국 관광가이드들이 갖고 있는 불만의 핵심은 랜드사(현지 여행사)들이 자신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으며, 국내 여행사들은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가이드 한 명이 베트남 호이안 야간관광을 진행하려다 쓰러져 사망했다. 가이드 A씨는 13일 오후 2시에 뇌졸중으로 숨졌다.

가이드들은 “숨진 A씨가 스트레스 때문에 술도 마셨고 일이 많다 보니 많이 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가이드들의 환경이 특히 열악한 곳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다. 그렇지만 가이드들은 여전히 국내 대형 여행사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상비(현지 관광비용)를 여전히 너무 조금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모두투어 관계자는 “10년 전 동남아 여행상품 가격과 지금 가격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지금이 더 싸다”며 “가이드들의 주장을 들어줄 경우 상품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비 너무 적다”

지상비란 현지 관광을 위해 사용되는 돈을 말한다. 이 돈은 태국 현지 여행사가 국내 관광객들에게 관광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용된다. 가이드들은 이 돈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돈이 너무 적으니 관광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이드들이 나서서 옵션 관광 상품을 관광객들에게 팔거나 쇼핑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것이 속칭 ‘메꾸기’다.

국내 대표적 여행사인 하나투어나 모두투어는 “노 투어 피(No tour fee)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이드들이 공개한 랜드사가 가이드에게 주는 정산서를 보면 지상비가 ‘0’으로 표기돼 있었다.

본지가 입수한 한 랜드사의 정산서 앞면을 보면 ‘락인캐주얼’이란 하나투어 상품명이 적혀 있다. 뒷면에는 지상비가 ‘0’으로 되어 있었다.

태국 현지 여행사에 하나투어가 지상비(행사비)를 0원만 보냈다는 뜻이 아니냐는 질문에 하나투어 관계자는 “언제 자료인지 모르겠으나, 하나투어가 아닌 가이드와 가이드를 고용한 랜드사 간 정산 자료로 보인다”며 “여행사와 랜드사 간 지상비는 비딩(경매)을 통해 랜드사가 책정하는 것이며 노투어피의 폐단이 있기에 현재 하나투어는 노투어피 상품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투어의 주장에 대해 한 가이드는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11월 정도에 노투어피상품이 지상비 3만원 상품이 됐다”며 “그렇지만 메꾸기 비용도 함께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찌 3만원으로 3박4일 태국여행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본지가 입수한 다른 태국 랜드사의 정산서를 보면 앞면에 ‘초이스’란 모두투어 상품명이 써 있다. 이 정산서에는 지상비가 6901바트(약 22만7000원)로 되어 있다. 이 정산서에 나와 있는 관광인원이 14명임을 감안하면 1인당 1만6000원의 돈만 현지에 행사비로 보냈다는 이야기다.

1만6000원의 돈으로 태국에서 3박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두투어 관계자는 “당사는 전사적으로 노투어피 상품 진행을 정책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정산서는 당사와는 무관한 서류이며, 가이드와 랜드사 간의 정산서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한 가이드는 자신이 입수한 모두투어와 거래하는 랜드사의 공지사항 내용을 공개했다.

공지사항의 제목은 ‘1/11일 방콕 오반할을 진행합니다’이며 ‘오반할’은 오늘만 반짝 할인의 준말이다. 이 공지에는 ‘모두투어 자체 1일 모바일 모객으로 09:00~자정까지 1월 11일 단 하루 오픈’이라고 돼 있으며 ‘진행할 상품 : 꽃보다할인시즌1. 투어피 : 40불→20불로(단, 동계올림픽 기간 및 모객이 극도로 부진한 2월은 노투어피)’라고 돼 있다.

이 공지사항 내용에 대해 모두투어 관계자는 “당사는 전사적으로 노투어피 상품 진행을 정책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수년 전부터 패키지 상품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그리고 이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익팀, 감사팀 등에서 내외부 공지 및 시스템을 통한 감사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사건을 확인하던 중, 실무자와 해당 현지협력업체에서 볼륨 증대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당사에서 운영 중인 오늘만 반짝 할인(오반할)에 해당 조건으로 역제안을 해왔다”며 “해당 지역 현지협력업체에 당사가 제안을 했지만, 한 곳에서 진행에 대한 어려움을 표시해 당사도 해당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정리한 건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기존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단발 프로모션 등에도 보다 집중해 이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타야 워킹스트리트 관광도 논란

태국 관광가이드들은 파타야 워킹스트리트 관광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타야 워킹스트리트는 파타야의 유흥가다. 이곳에서는 반라의 여성들이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태국 관광가이드는 “관광 상품에 파타야 워킹스트리트가 포함이면 어린이, 청소년, 노인들도 무조건 가야 한다”며 “가이드가 일정을 빼면 고객이 한국 가서 돈 달라는 대로 다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어린이나 노인이라도 파타야 워킹스트리트가 상품에 포함돼 있으면 가이드가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의 주장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워킹스트리트 일정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여행상품은 없다”며 “패키지 팀은 가이드가 케어(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성매매 흥정 등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택 관광을 통해 워킹스트리트를 체험할 수는 있으나, 현지 분위기를 살펴보고 무에타이를 관람하면서 맥주나 음료를 한 잔 마시는 건전한 일정”이라고 덧붙였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파타야 워킹스트리트는 현지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을 비롯한 동남아인들 그리고 유럽인 등 다양한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여행지”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가이드들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문체부 관광기반과 관계자는 “태국은 자국민만 가이드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현지 가이드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여행업협회, 태국관광협회 등 공공기관이 협의체를 마련해서 가이드들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현지 가이드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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