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높이는 행보의 연속… “과세에만 혈안” 비난도

지난해부터 상승기류로 유지돼 온 국내 증시, 김동연 부총리 발언 이후 연일 하락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 강화 움직임에 불확실성만 높이며… 투자심리 위축시켜

여전히 명확함 결여된 정부의 가상화폐 행보에 지방선거 여당 심판 여론 확산까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이 상당수 국민들의 반발을 사면서, 6월 선거 심판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지난달 말 뜨겁게 타올랐던 국내 증시에 정부가 사실상 찬물을 끼얹으며 비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불확실성을 키워 왔던 가상화폐에 대한 향후 정부의 정책마저 여전히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반면 정부가 증시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른바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방선거 심판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코스피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600선 고지에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23.43p(0.91%) 오른 2598.19로 장을 마쳤고, 오전 10시경 2601.18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넘기도 했다.

특히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보다 13.93p(1.523%) 오른 927.05로 마감했고, 장중 929.35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비록 원화 강세와 국내 경기둔화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의 우려가 있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연일 매수 흐름을 이어나가며 주식 시장에 활황을 불어넣었다.

이날까지 주식 시장에서의 상승기류는 갑작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닌, 지난해 11월 말부터 코스닥이 꾸준히 급증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동시에 개인 투자자들까지 대거 증시에 합류하며 상승기류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이들 개인 투자자들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잇단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며 주식 시장 문을 두드린 경향이 있었다.

또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잠시 주식 시장을 떠나 있던 가상화폐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거나 신규로 발을 들인 이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주식거래 활동 계좌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달에는 사상 최초로 총 2506만개의 주식거래 계좌가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바로 직전 달보다 주식거래 활동 신규계좌가 27만 1009개, 12월에는 전달보다 22만 1222개, 지난달은 25일까지 전달보다 무려 27만 5997개나 증가했다.

이런 종합적인 요인들이 더해져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난달 29일 사상 최초로 코스피 2600선을 돌파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같은 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는 이런 상승 분위기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경부 장관은 외국인 주식 투자자의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유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는 “시장에 나온 목소리나 해외 투자가가 가진 일부 관심들을 봤을 때, 종합적으로 볼 게 있다”라며 “여러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신축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공포한 세법개정안 시행령 중 하나로, 국내 비거주자와 외국법인 즉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범위를 보유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기존 25% 이상)으로 낮춘다는 내용에 대한 연장선에 있었다.

해당 세법개정안은 외국인 주식 큰 손들에게 기존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과세 강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과세 부분에 있어 국내 투자자들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에 사실상 더 큰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해외 거주지에 따라 과세 불균형이 생기는 문제점도 발생해, 이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라는 긍정적인 여론도 형성됐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사실상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컸다. 대주주가 보유한 5%의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과세 강화가 세계 주식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며, 잘 나가는 국내 증시에 찬물을 뿌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들어 과도하게 추진된 복지정책에 대한 예산 확보 개념으로 이 부분에 대한 증세를 추진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현상을 낳을 것이라는 관측까지도 나오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경부 장관. (사진=연합)
무엇보다 이 세법개정안 시행령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예한다”나 “유예하지 않는다”가 아닌 “유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김 부총리의 애매한 표현으로 투자자들 사이의 불확실성만 더욱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투자자 맥 빠지게 하는 발언에 선거 심판 여론 확산 조짐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사실상의 제재에 도입한다는 취지의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만큼, 실제로 다음 날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날 달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코스피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하락 출발해 장중 하락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0.37p(0.40%) 내린 2557.37로 출발한 뒤, 역시 전날보다 1.28p(0.05%) 하락한 2566.46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소식에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 내내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 코스닥 지수 역시 전날보다 10.07p(1.09%) 내려간 910.89로 개장한 뒤, 전날보다 7.39p(0.80%)나 떨어진 913.57에 거래를 마쳤다.

연이은 하락 기류는 역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동반 매도가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매매에서 외국인은 6636억원, 기관은 1852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7961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날 외국인이 1781억원 그리고 기관이 178억원을 순매도를 했고, 안타깝게도 개인 투자자들은 1983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하락의 아픔을 맛봤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증시 하락의 원인에 대해 최근의 상승기류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국채 금리의 급등세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를 꼽았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만이 매도에 나선 만큼 보다 복합적이고 외부에까지 큰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동연 부총리의 불확실성만을 키운 발언 이후 증시가 하락하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동요를 이끈 주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김동연 부총리가 발표한 가상화폐 관련 정부 발표는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한편, 동시에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결정 해프닝에 이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며 투자자들의 강한 불만을 샀다. 심지어 정부의 불확실한 태도가 투자심리 위축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시세조종까지 부추긴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때문에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에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큰 주목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업무보고에 나선 김동연 부총리는 중대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히려 불확실성만을 키워버렸다.

이날 김 부총리는 정부가 앞으로 가상화폐를 가상통화로 바꿔 부르며, 단순히 법정 화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가상화폐를 탄압하지는 않겠다는 모호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김 부총리는 “가상통화를 없애거나 탄압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상통화 부작용을 합리적 규율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인식만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반면,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부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기타소득세, 법인세 등 여러 차원에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 일부 직원들을 출장을 보내 가상화폐 과세 사례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며, 투자자의 혼란을 부추겼다. 다행히 마치 이날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중대 발표가 나온다는 소식에 다수의 투자자들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정부가 이에 대해 제재를 하더라도 그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줘야 더 이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지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용어 변경이나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목소리다.

주가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의 불확실한 행보가 현 정부 및 여당을 향한 선거 심판론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
이날 오후에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목록에는 ‘총선 때 보자’라며, 가상화폐와 증시에 대해 불확실성만을 높이는 정부의 행보가 총선 역풍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여기서 총선은 오는 6월 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한 듯이 금융당국의 향후 투자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만 높이는 반면, 관련 과세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강조돼 왔던 공매도 문제에 대한 개선에 대해서는 그 어떤 현명한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는 점에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른바 선거 심판 여론까지 조성되면서 당분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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