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조, 빛바랜 LG하우시스

매출은 3조원, 영업이익은 15% 감소…영업이익율도 5% 붕괴

원자재 상승, 중국 시장 성장세 둔화에 투자 기관들, 어두운 전망

민경집 신임 사장, 취약 부분 개선 시켜 실적 반등 미지수

LG하우시스 PF단열재 옥산 제1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LG하우시스가 사상 첫 매출 3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형은 커졌으나 내실은 부실한 실적을 받아든 셈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3조26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3조원 돌파는 2009년 4월 LG화학에서 산업재 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2016년 보다 11.2% 성장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330억 원으로 15.3% 축소됐다. 2013년(1150억원)이후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2년(566억 원) 이후 증가 추세도 5년 만에 꺾였다.

영업이익률도 3년 간 유지해온 5%대가 붕괴됐다. 2014년 5.2%를 시작으로 2015년 5.4%, 2016년 5.4%에 이어 2017년에는 4.1%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영업이익이 142억 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45.6% 감소한 수치며 지난해 분기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투자기관, 잇따라 어두운 전망 내려

건축자재와 자동차·고기능소재를 제조하고 있는 LG하우시스는 자동차·고기능소재 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다. 건축자재의 매출은 2조 2600억 원, 영업이익은 1330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자동차·고기능소재 부문은 매출이 1.4% 감소한 9100억 원, 영업이익은 104억 원에 머물며 2016년(445억 원)에 비해 4분의 1 토막이 났다. PVC(폴리염화비닐) 등 원재료 가격 상승, 원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감소, 파업 및 사드 영향에 따른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대수 감소 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게 LG하우시스의 분석이다.

투자기관의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KTB투자증권 김선미, 이원주 연구원은 “원자재가 상승에 따라 높아지는 실적 변동성, 중국 건자재/자동차 원단 부문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감안해 PER 목표치를 10배로 낮춘다”며 “향후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고기능 제품 비중 확대에 따른 원가율 안정화와 자동차 원단부문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선미 KTB투자증권 건설건자재 담당 연구원은 “올해는 B2C 리모델링을 수반하지 않는 주택거래량 증가로 건자재 B2C 사업의 성장세도 둔화될 것”이라며 “중국시장의 건자재, 자동차 소재부품 부문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주가 대비 상승여력은 6.3% 수준으로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성정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하우시스가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줄어든 주택 매매거래량 탓에 인테리어사업 매출이 부진했을 것”이라며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수지(MMA) 등 건축원자재 가격도 상승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파악했다. 성 연구원은 “LG하우시스의 부진했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며 “주택 매매거래량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아크릴수지 가격도 올해 1월 2500달러 선으로 안정을 찾아 주가가 완만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사업 부진…중국 사업 순손실 계속 늘어나

LG하우시스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독일 등에 생산 및 판매법인을 두고 있으며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은 30% 정도다. 이 가운데 LG하우시스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지역은 중국이다. 그러나 실적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법인에서 발생한 순손실이 약 11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가 최근 공개한 총 순이익(잠정)이 약 67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톈진(天津) 2013년 순이익 33억 원을 내는 등 비교적 순항했지만 2015년 순이익 3억 원으로 급격히 줄어든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3분기에는 약 105억 원의 누적 손실을 봤다.

다른 지역은 손실을 보지 않았지만 이익 규모는 초라하다. 지난 3분기 기준 북미 법인은 96억, 독일에 있는 유럽 판매법인은 16억 원, 러시아 모스크바 법인 6억 원, 캐나다 판매법인은 3억 원에 그쳤다.

LG하우시스 측은 “작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영향으로 중국 법인의 실적이 좋지 못했다”며 “향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경집 신임 사장, 난관 타개할 수 있나

LG하우시스는 지난 연말 2012년부터 5년간 이어져 왔던 오장수 사장 체제에서 민경집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2016년 재선임되면서 2019년까지 임기를 남겨뒀던 오장수 전 사장을 교체시킨 것이다. 임기를 반 이상 남겨둔 사장을 갈아치웠다는 것은 그룹 내부에서 현재 LG하우시스의 상황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민 신임 사장의 임명은 다목적 카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LG그룹은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LG화학이 배터리, LG전자가 구동모터, LG이노텍이 배터리제어시스템(BMS) 및 전기차용 모터와 센서 등을 공급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현재 전기차에 꼭 필요한 자동차경량화 소재 부분을 맡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2월 슬로바키아의 자동차 경량화소재 회사인 C2i(Composite Innovation International)의 지분 50.1%를 인수한 바 있다. C2i는 자동차용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 소재는 일반강철보다 훨씬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자동차소재부품 사업부의 수장을 맡아온 민경집 부사장에게 신임 사장직을 맡겼다는 점은 자동차소재 부문의 실적 반등을 그룹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부문에서 매출 비중은 지난 3분기 기준 27.8%, 영업 이익은 10.5%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향후 LG하우시스의 주력 분야를 자동차소재 부문으로 키우겠다는 그룹의 의지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LG하우시스의 자동차소재부문 주 거래처는 현대·기아차다. 매출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작년 현대차그룹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조원 이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순이익이 25%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소재부문은 주 거래처의 영업실적 악화에 영향을 많이 미쳐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LG하우시스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점쳐지고 있다. 각종 악재 속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 민 사장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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