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2터미널 장애인, 공항근로자 배려 부족

장애인단체 “2터미널 장애인 시설 개선하라”

여객기 청소근로자들 화장실 부족으로 심각한 불편

지난달 18일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했다. 2터미널에는 상당한 장점도 있지만 미진한 점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2터미널의 장점으로 네티즌들은 승객이 직접 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는 기계와 승객이 스스로 수하물을 보낼 수 있는 셀프 백 드롭 카운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것들을 활용하면 수속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제2터미널에는 버스, KTX, 공항철도가 모여 있는 교통환승센터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제2터미널을 방문한 네티즌들은 공간이 넓고 1터미널에 비해 공항철도역에서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이야기한다.

2터미널의 단점

신축된 2터미널의 멋진 외양을 칭찬하는 등 장점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단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2터미널의 단점 중 첫째로 우선 장애인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26일 성명에서 “제2여객터미널 내 장애인화장실로 시각장애인을 유도하기 위한 선형 블록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입국장 1층의 장애인화장실에는 선형 블럭은 물론 점형 블록조차 설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는 개장 일주일을 맞아 고객만족도 5점 만점에 4.51점을 기록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미 지적된 장애인 편의시설을 전혀 개선하지 않은 채 개장했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점자 블록을 비롯해 장애인화장실 사이에 배치된 비상전화는 성인 가슴 높이에 설치해 비상전화를 사용해야 할 휠체어장애인이 쓰기 어렵게 돼 있다”며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유아용 변기도 같이 설치돼 휠체어를 화장실 안에서 회전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非) 장애인 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돼 있었지만 장애인화장실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등을 보면 교통시설물의 주출입구로부터 매표소, 대합실 및 승강장에 이르는 통로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화장실의 0.3미터 전면에는 점형 블록을 설치하게 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또 지하철 등 대부분의 교통 관련 시설 관리자들이 장애인화장실까지 시각장애인을 유도하는 선형블록을 배치하고 있고, 장애인 화장실 내부는 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도록 1.4미터의 공간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규정 미달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다”며 “제2여객 터미널 장애인 편의시설을 즉각 개선해 비(非)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편리한 교통시설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 여객기 조종사는 제2터미널을 둘러보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시설도 없고, 주로 돈을 벌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을 수차례 받고, 수차례 점검했음에도 실제 사용하는 장애인 관점에서 미흡한 부분은 즉각적인 개선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장애인 시설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을 검토해 빠른 시일 내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여객기 청소근로자들이 2터미널에서 화장실 부족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여성 근로자 260명이 일하고 있는데 화장실 변기는 하나뿐이다. 공항 승객용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너무 멀리 있어서 사용할 수 없다.

승객들의 짐을 여객기에 싣는 근로자들도 휴게실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화장실 부족 문제는 원청업체인 A사에 문의하기 바란다”며 “다만 공항시설주로서 근처에 화장실 1개소 시공, 추후 별도공간에 화장실 추가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에 화장실 시공을 검토하고 있다는 인천공항 관계자의 답변과 관련해 인천공항공사가 공기업임을 감안할 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흡연실 사용불편도 문제

2터미널에는 흡연실이 11개 있다. 2터미널 이용객 중에는 라운지에 흡연실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한 블로거는 “라운지 외부의 흡연실도 몇 개 없어서 꽤 걸어갔다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설치된 공조시스템을 변경하는 공사를 할 경우 흡연실 설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여객기 조종사는 “여객청사 천장도 높고 멋있게 보이는 것은 있지만, 동선설계나 실질적 편의성, 종사자들을 위한 설계는 한참 부족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245게이트에 내려서 청사 반대편에 있는 입국사열대까지 청사에서 10분 넘게 걸었다고 했다. 이 조종사는 “240번이나 260번 인근 게이트라면 청사 안에서 20분 정도 걸어야 비행기 타고 내릴 수 있고 노약자나 처음 온 승객들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어린이 및 노약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보행불편 최소화를 위해 무빙워크 등 교통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며 “보행불편을 겪는 분들을 위해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한 가족 서비스’등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2터미널 안에서 ‘새 집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조종사는 “보안 검색 및 법무부 통관 수속을 해 나가서 처음으로 보이는 정보가 항공기 게이트 위치가 아니라 식당 안내 정보였다”며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출근시간에 운행하는 공항셔틀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이 타서 캐리어를 들고 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모니터링 중으로 추후 필요하다고 판단 시 증차여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2터미널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주차대란’이 벌어졌다. 만일 다가오는 설 연휴에 주차대란이 다시 일어날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거센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주차대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차대란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차량의 방전으로 인한 지연 건”이라며 “다만 주차대행사 인력에 대한 교육 등을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등 노력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종사들 사이에서 여객기가 주차하는 공간인 램프가 좁게 설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국제설계기준에 맞게 설계, 시공되었으며, 항공기 기종별 주기검토를 거치는 등 관련 절차에 따라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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