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료기관 입원 필요했다는데… “보험금 돌려내”라는 흥국화재

흥국화재, 입원치료로 보험금 지급받은 피보험자에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제기

피보험자 진료기록 감정한 대한한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 “정당한 입원치료” 결론

정식 의료기관에서 받은 진단과 입원치료… 왜 흥국화재는 ‘불필요한 입원’이라 주장했나

흥국화재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광화문의 흥국생명빌딩.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병원 입원치료로 보험금을 수령한 피보험자에게 부당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며 두 차례나 소송을 제기한 흥국화재의 사례가 밝혀졌다. 피보험자는 의료법 상 정식 의료기관에서 명확한 진단을 통해 입원치료를 받았다. 때문에 법원과 대한의사협회 등으로부터 그의 입원치료가 정당하다는 결과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국화재 측은 법원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며 재차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항소심에서도 패소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상품에는 실손의료보험이나 입원일당과 같이 상해를 입거나 질병에 걸린 피보험자들의 입원치료와 관련된 특약들이 존재한다.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의 입원 시 실제 부담한 의료비에서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한도(주로 5000만원) 내에서 보험금을 보장하는 담보다. 입원일당은 입원 하루당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보통 보험금을 받을 정도로 다치거나 질병을 얻는 경우 입원치료를 동반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보험가입자들은 자신들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특약에 실손의료보험이나 입원일당을 포함시켜 왔다.

그런데 이 입원치료와 관련된 특약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일부 보험사와 피보험자 간 종종 마찰을 겪기도 한다.

피보험자들이 입원치료 후 입원의료비와 관련돼 보험금을 청구를 하지만, 보험사들이 심사 뒤 ‘입원치료가 필요 없었던 입원’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마찰은 입원치료 여부를 좌우하는 진단서에는 환자의 상해나 질병의 원인과 명칭 등 객관적 사실만을 적시한 내용뿐만 아니라, 의료진 개인의 소견까지 담길 수 있다는 부분에서 비롯된다.

피보험자를 직접 진료한 의료진은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사 측은 피보험자가 상해와 질병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가 굳이 입원을 하지 않고 통원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함에도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지나치게 반영돼 불필요한 입원을 시켰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에 등장하는 여성 A씨와 흥국화재해상보험(이하 흥국화재)의 경우가 그랬다.

흥국화재의 보험상품의 가입자이자 피보험자였던 A씨는 질병으로 수차례 입원했고, 흥국화재로부터 질병입원의료비로 보험금을 받았다. 그런데 흥국화재 측이 A씨에 사실은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했다며, 이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 2008년 흥국화재의 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다른 보험상품들보다 의료실비에 대한 보장에 장점이 있었고, A씨는 평소 크고 작은 질병을 겪었던 만큼 가입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구체적으로 A씨가 가입한 흥국화재 보험상품의 약관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병원 또는 의원 등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때 질병입원의료비 그리고 4만원의 입원일당(최고 180일)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질병입원의료비에는 피보험자가 입원을 하면서 발생한 기준병실 사용료와 환자 관리료, 식대 등에 해당하는 입원실료 그리고 검사료와 주사료, 방사선료 등에 대한 입원제비용, 수술비와 병실료 차액 상당액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년 간 해당 보험상품을 해약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해오던 A씨는 지난 2014년 3월경부터 경추염좌를 시작으로 심각한 질환을 겪으며 병원 입원신세를 지게 됐다.

A씨는 이후 어깨관절염좌와 경추통, 요추염좌,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질병을 얻으면서 2015년 5월경까지 총 여덟 차례나 병원 입·퇴원을 겪어야 했다.

당연히 A씨는 입원치료로 인해 흥국화재 측에 질병입원의료비와 입원일당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고, 이에 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흥국화재 측은 A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A씨가 입원이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에 수령한 보험금은 모두 부당이득이기 때문에 사측에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병원들은 의심이 가는 질병에 대한 의료진의 보다 상세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이 악화 또는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환자들에게 적정 기간 입원치료를 권하게 된다. (사진=연합)
물론 A씨는 흥국화재 측 주장에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1년이 넘도록 겪어온 입원치료는 국내 의료법 상 정식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대학병원과 한방병원 등에서 입원을 인정했고 명확한 진단명까지 내린 결과였기 때문이다.

양측은 입원치료의 필요성 여부와 보험금 반환에 대한 입장차를 좁힐 수 없었고, 결국 흥국화재 측은 A씨에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너무나도 당연했던 A씨의 입원치료

사실 병원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환자의 상태가 위급하거나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병원들은 응급환자가 아닐지라도 의심이 가는 질병에 대한 의료진의 보다 상세한 관찰이 필요하거나, 기존 진단에서 밝혀진 질병이 악화 또는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환자들에게 적정 기간 입원치료를 권하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흥국화재 측은 이런 기본적 부분을 간과하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흥국화재가 A씨에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흥국화재 측은 원심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까지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를 기각하며 A씨의 입원치료가 정당했다는 점을 재차 입증해줬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대한한의사협회 및 대한의사협회에 A씨의 진료기록 등을 보내 이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A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대한의사협회 측은 A씨의 총 여덟 차례의 입원 중 네 차례에 대해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A씨는 이 네 차례 입원치료 중 의료진으로부터 경추염좌와 경추통, 어깨근막통증증후군, 요추추간판장애, 하지불안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비록 A씨가 진단받은 경추염좌 등이 단순한 사고나 급성 통증에 의해 발생한 질병이라고 할지라도, 향후 얼마 간 관찰이 필요하거나 심한 통증의 신속한 완화를 위해서는 입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A씨의 진단 중 요추추간판장애와 하지불안증후군은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더욱 높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간판 장애는 비특이적 요통 및 척추관 협착증후군과 함께 다빈도 요추질환 중 하나로 불린다.

그런데 A씨가 진단받은 질병은 비특이성 요통이 만성화되면 재발하기 쉽다. 또 하지불안증후군은 보통 척추관 협착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요추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판부도 요추추간판장애와 하지불안증후군 부분 역시 A씨에 기존 질병이 만성으로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올 수 있는 징후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의료진의 입원치료 판단이 적절했다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 측이 법원에 보낸 A씨의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결과 역시 ‘입원치료가 과도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A씨가 지난 2014년 말 한방병원에 입원해 이후 의료진이 작성한 진료부에는 ‘경추추간판 파열’이 기록돼 있었고, 그렇다면 A씨는 2014년 초반부터 생긴 경추염좌와 경추통 등의 질병이 더욱 악화돼갔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의료법 상 정식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복수의 대학병원 및 한방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를 토대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그 진단 내용에 적시된 질병 역시 악화 또는 재발 가능성이 높거나 장기간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굳이 복잡한 보험 지식이 없더라도 보험에 대해 상식적 수준으로 이해만 하고 있다면, A씨의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은 당연했다.

권중원 흥국화재 대표. (사진=연합)
때문에 법원 역시 두 차례나 흥국화재 측의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자칫하면 대형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며 소송을 제기, 개인 보험소비자를 겁박하려 했다는 부정적 시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심지어 보험소비자 A씨는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입원치료가 불필요했음에도 입원해 보험금을 편취하려 했던 사실상 보험사기꾼으로 비춰지며 심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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