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시장 변화에 능동적 변신해야

해외사업 부진, 내수시장 성장 정체 문제

편의점 시장 공략 위한 새로운 브랜드 필요

재무구조 안정과 이미지 관리도 해야

새로운 마케팅 전략 내뇌야…해외는 코리아 브랜드 활용해야

올해 1월 남승우 대표가 퇴임함에 따라 각자대표 체제였던 풀무원이 단일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풀무원을 이효율 대표가 혼자 이끌고 있다. 2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풀무원의 지휘봉을 잡은 이 대표에게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가 경영을 맡으면서 풀무원은 오너 경영체제가 사라졌다.

풀무원은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기업이며 이미지가 좋은 국내 대기업 중 하나다. 그렇지만 성장세와 영업이익률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이 회사는 2014년 12월에 1조678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12월 기준 매출액은 1조8465억 원이었고 2016년 12월 기준 매출액은 2조307억 원이었다. 풀무원의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2381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532억 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2%, 영업이익은 40.3% 늘었다. 2016년 12월 영업이익은 379억 원이었으며, 2015년 12월 영업이익은 395억 원이었다.

풀무원의 성장세가 강하지 않은 이유로는 해외법인 실적이 부진했던 것과 내수시장 성장 정체가 꼽힌다.

풀무원이 고성장할 수 있을까

풀무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해외법인 실적이다. 해외법인은 수년 째 적자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있는 풀무원 사업보고서를 보면 미국, 일본, 중국 해외법인이 소속돼 있는 풀무원 계열사는 풀무원식품이다. 풀무원식품 지분 중 92.1%를 풀무원이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풀무원식품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4년에 풀무원 해외 식품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풀무원의 해외 진출은 풀무원이 미국법인을 세운 1991년부터 진행됐다. 27년 전에 해외 진출을 시작했지만 풀무원식품은 미국, 일본, 중국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풀무원식품 해외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금액은 269억 원이다. 2016년 연간 풀무원식품 해외법인의 순손실은 432억 원이다.

풀무원 영업이익은 2014년에는 533억 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379억 원으로 28.9% 줄었다.

2016년 풀무원의 총 영업이익이 379억 원이었는데 이때 풀무원식품 해외법인 손실규모는 432억 원이었다. 풀무원 전체 실적에 해외법인 손실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풀무원 실적이 쑥쑥 자라지 못함에 따라 주가도 주춤하고 있다. 2월 28일 종가가 14만8500원이었다. 올해 1월 2일에는 주가가 17만9500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풀무원이 개선해야 할 점들

식품업계에선 풀무원이 고성장하기 위해선 우선 재무구조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업계 인사들은 풀무원의 현금창출력이 줄고 있지만 투자금액은 불어나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1월 12일 이사회를 열고 7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RCPS(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만기 시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 회사 청산이나 인수합병(M&A) 시 잔여재산이나 매각대금 분배에 보통주에 비해 유리한 권리를 갖는 우선권을 보유한 ‘종류주식(보통주와 다른 주식)’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분류되나 회사가 상환권을 갖고 있는 경우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회사채 이자에 비해 높은 배당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가가 상승하면 보통주로 바꿔서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업계에선 풀무원이 해외사업 투자 등으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약해져 자본으로 분류되는 RCPS를 발행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풀무원의 총 차입금은 2014년 4018억 원, 2015년 3395억 원, 2016년 3467억 원, 지난해 3분기 말 3767억 원이었다.

업계 인사들은 풀무원이 차입금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해외사업 부진이 심해지거나 국내 실적이 나빠지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풀무원이 이미지 관리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풀무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급식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운영위원회 소속 운영 스태프들이 질 낮은 급식을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스노보드 경기가 열렸던 보광휘닉스파크에 직원 급식을 제공했던 업체는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ECMD였다. 풀무원 외에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등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와 공식 계약을 맺었었다.

풀무원 관계자는 “일부 오해된 내용들이 있어서 설명했다”며 “조직위와 협의한 그대로 식단이 다 나갔고 SNS에 올린 분은 다 나간 식단 중 일부만 찍어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무원은 수입과는 상관없이 두세 개 메뉴까지 더 추가해서 올림픽 끝날 때까지 서비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에는 풀무원식품이 동반성장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풀무원의 따뜻하고 순수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6월 27일에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제46차 동반위 본회의를 열고 155개 대기업 대상 2016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와 ‘2017년도 제1차 적합업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동반위는 풀무원식품, 볼보그룹코리아,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 코스트코코리아, 타타대우상용차,한국바스프, 한국프랜지공업, 한솔테크닉스, 화신, S&T모티브까지 10개 기업의 동반성장지수가 ‘미흡’이라고 판정했다.

새 마케팅 전략 내놓아야

전문가들은 풀무원이 더 강력한 성장을 하려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서 약 2년 전에 소비자들 대상으로 식품기업에 대한 이미지조사를 한 것이 있다”며 “압도적으로 우리 소비자들이 풀무원은 따뜻한 느낌의 기업이면서 아주 능력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풀무원이 그 어떤 식품기업과도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강점이지만 이런 브랜드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신(新)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식품시장 흐름을 보면 마트 중심의 성장은 끝났고 주로 편의점에서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풀무원의 이미지가 따뜻함, 유기농, 건강 이미지에 너무 집중돼 있어 급변하는 식품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 너무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있었다.

문 교수는 “풀무원이 좀 더 친숙한 느낌을 주는 저가 브랜드를 내놓거나 풀무원이 아닌 자회사가 만드는 브랜드로 편의점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풀무원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해선 정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문 교수는 “풀무원이 해외시장에 한국적 제품으로 나갈 때 한국의 마켓 리더라는 이미지를 갖고 나가야 할 것이며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풀무원이 잘 활용해야 할 제도가 ‘지리적 표시제’다. 지리적 표시제를 쉽게 설명하면 중국에서 생산된 김치를 ‘한국 김치’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문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김치나 두부에 코리아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호성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