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사고와 닮은 2년 반 전 사고… 포스코건설, 일 키웠나

엘시티 추락사고, 고정장치 결함에 사고 원인 무게 실려

2년 반 전 포스코건설의 다른 공사현장에서 사망·상해 사고 발생

엘시티 사고원인과 닮아 있어… 포스코건설, ‘엘시티 사고 막을 수 있었다’ 논란 가중되나

지난 4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모습. 앞서 지난 2일 추락 사고 이후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맨 왼쪽 건물이 추락사고가 발생한 A동 아파트(최고 85층)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부산 해운대 엘시티 추락사고로 시공사로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포스코건설이 불과 2년 반 전에 이번 사고와 비슷한 원인 및 결과를 가지고 있는 추락사고가 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2년 반 전의 일 역시 포스코건설이 사업을 맡고 있던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입은 추락사고였다. 특히 당시 사고 원인이 엘시티의 경우에서 추측되고 있는 안전 작업발판의 고정장치 결함과 매우 흡사했고, 그 사고로 포스코건설 관계자가 법적처벌을 받았다. 때문에 포스코건설 측이 당시 사고 이후 비슷한 안전사고에 보다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번 엘시티 사고 역시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장 추락사고의 원인을 두고, 건물 외벽에서 안전 작업발판을 지탱하는 고정장치인 ‘앵커(Anchor)’의 결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사고는 엘시티 55층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을 지지하고 있던 이 안전 작업발판이 추락해 벌어졌다.

사고 후인 지난 4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보를 받은 관련 사진 일부를 공개하면서, 엘시티 공사현장 중 이번 사고가 일어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앵커의 철근 축이 일부 빠져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역삼각형 모양의 슈브라켓과 볼트가 앵커를 잡아주면서 안전 작업발판 구조물을 지탱하게 된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안전 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던 슈브라켓 네 개가 모두 이탈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를 증명해주듯 앵커와 주변 콘크리트가 붙은 채로 추락해 지면에 놓여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경찰서는 보다 확실한 사고 원인 규명 등을 위해 지난 6일 이번 추락사고와 관련해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등 여섯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6년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했고, 당시 위험 부담이 컸던 엘시티 사업에 뛰어들며 책임준공보증까지 서면서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적이 있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앞서 언급한 앵커 연결의 부실시공 가능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로 앵커 시공 문제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앵커 임의 조작 가능성 그리고 시공된 앵커의 시방서상 동일 제품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이번 사고의 원인이 앵커의 부실한 연결로 초점이 맞춰져 가고 있는 가운데, 이곳 엘시티의 시공사였던 포스코건설의 공사현장에서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다른 공사현장에서 이와 비슷한 추락 사망 사고가 불과 2년 반 전에도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경 포스코건설은 전라도 한 지역에서 발주한 교량 가설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는 섬과 섬을 잇는 연교도를 시공하는 것으로 지역 사회 내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포스코건설은 수주 후 일부 시공 부분을 A사에 하청했고, 그렇게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지난 2015년 여름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A사의 근로자 Y씨와 K씨는 다른 동료 근로자들과 함께 9m 지점에 설치돼 있던 교각 코핑(Coping) 하부의 원형 작업발판을 해체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두 사람을 포함한 근로자들은 카고크레인을 이용해 해당 지점까지 올라갔고, 카고크레인 케이지에서 코핑 하부 작업발판에 올라탔다.

그런데 곧바로 이 작업발판이 크게 흔들렸고, Y씨와 K씨가 다시 카고크레인 케이지에 돌아갈 시간도 없이 교각에서 탈락하며 약 9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경찰이 포스코건설 현장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후 압수품을 들고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이 사고로 당시 20살을 겨우 넘겼던 Y씨는 다음 날 밤 안타깝게도 저산소성 뇌허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K씨는 다행히도 목숨은 건졌지만 온 몸 곳곳에 심각한 골절상과 정신적 충격을 입었고, 10개월이 넘도록 일을 쉰 채 치료에 매진해야만 했다.

2년 반 전 같은 원인 같은 결과의 사고

당시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작업발판 해체를 위해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었던 작업발판의 지지물인 고장력 볼트의 체결 상태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고장력 볼트는 앞서 언급한 엘시티 사고에서 안전 작업발판 구조물을 지탱하는 앵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카고크레인을 이용해 근로자들을 이동시킨 뒤 교각 코핑 하부 작업발판 해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순차적 숙지사항이 있다.

우선 생명줄을 설치한 뒤 안전고리를 체결하고, 이어 발판 및 난간의 낙하물 방지망 등 안전장치를 설치한 다음 카고크레인 인양 와이어를 체결한다.

또 가장 중요한 단계인 작업발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고장력 볼트의 체결 상태 확인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작업을 마무리 한 뒤 작업발판 고정볼트를 이격해야 한다.

그런데 향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고장력 볼트의 체결 상태 확인을 가볍게 여긴 것은 물론, Y씨와 K씨 등이 작업발판으로 올라타기 전인 같은 날 오전 이 작업발판 고정볼트가 카고크레인 인양 와이어에 체결되지도 않았음에도 일부가 이격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탱해주는 부분의 부실로 추락을 방조한 꼴이었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엘시티 추락사고의 원인인 근로자들을 지지하는 앵커의 결함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불과 2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던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판단해 향후 다른 공사현장에서 이 부분에 보다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번 엘시티 추락사고 역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주목해 볼 점은 그 과정에서 보다 세부적이며 총체적 문제가 사고를 이끈 다른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카고크레인 등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해 중량물의 취급작업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지휘해야 한다.

또 사업주나 사용인은 근로자가 위험한 업무를 하고 있다면, 근로자 배치 및 작업방법, 방호장치 등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미리 확인한 뒤,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해 근로자 간 해당 신호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둬야 한다.

그런데 당시 사고에서 근로자들은 작업계획서대로 작업발판에 순차로 올라타는 즉시 생명줄에 안전고리를 체결해야 함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9m 높이에서 작업발판의 해체작업을 하면서 근로자 간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지도 않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사고로 실제 신호도 오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엘시티 추락사고 역시 단순히 앵커 연결의 부실시공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당일 공사현장에서의 작업들이 작업계획서에 따라 이뤄졌는지 그리고 근로자 작업 구역 배치와 안전을 위한 신호 전달 합의 등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만약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사고와의 연관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총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같은 사고 재발하지 않길” 메시지 던진 법원… 포스코건설, 듣고 흘렸나(?)

지난 2015년 여름 교량 가설공사에서의 추락사고로 포스코건설 및 A사의 현장소장들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돼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포스코건설은 이 가설공사의 사업주이자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로서, 사측 현장소장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다해야만 했다.

법원은 이런 포스코건설이 작업발판 해체작업을 함에 있어 미리 추락 위험에 대한 예방 조치를 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로 Y씨와 K씨의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판단했다.

특히 Y씨와 K씨의 사용자였던 A사의 현장소장은 근로자들의 업무 과정에서 그들이 생명과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었다.

포스코건설은 불과 2년 반 전에도 이번 엘시티 사고와 같은 원인 그리고 같은 결과의 추락사고를 겪었음에도 제대로 된 개선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건물 로비. (사진=연합)
재판부는 A사 측에 “공사현장에 적합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거나 충분한 안전교육을 다하지 못한 잘못도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법원은 이미 포스코건설 측에 당시 사고와 같은 끔찍한 일을 또 발생시키지 않도록 일종의 경고와 촉구의 메시지를 던진 상태였다.

이번 엘시티 추락사고가 발생한 당일 얄궂게도 취임한 이영훈 포스코건설 신임 사장은 사고 전 취임식에서 “산업현장의 최상위 가치는 안전”이라며 “1%의 실수는 100%의 실패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임직원 모두 지행합일의 정신으로 안전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바로 엘시티 사고 소식을 접하며 주변을 무색하게 했다.

또 포스코건설 측 역시 공식적으로 엘시티 추락사고에 대해 사고대책반 설치와 원인 규명,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반 전 사고와 같은 원인으로 같은 결과가 반복해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 이번 엘시티 사고를 두고, 포스코건설은 당시 법원의 메시지를 한 귀로 듣고 그대로 흘렸거나, 사고를 방조했다는 비난에서 피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