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 사건 검찰로…고원종 사장 실적 추락, 노조 대응 도마 위에

노조 “실적 악화,사측이 노조 탄압”

사측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

노사 갈등 계속 이어질 듯

DB금융투자 노동조합과 사측의 갈등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DB금투 사무직노조는 지난해 3월 출범했다. 이들은 사측에게 노조 가입과 활동을 방해하지 말고 단체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 성과급제 조정, 복지제도 수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설립되자 사측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는 사측이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가 호황이라지만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19일 DB금융투자 노조가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있던 전 직원 휴대폰 연락처와 이메일을 삭제했고, 사내전산망(인트라넷) 자유게시판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본부장·지점장들이 직원들과 개별면담을 하면서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해 5월 사측이 노조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회사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노동청이 DB금융투자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본 내용은 DB금융투자의 지점장 등을 동원해 개별면담에서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노동청은 노조의 “사측이 노조 결성 직후 노조의 확대를 막기 위해 사내전산망에 직원의 연락처와 이메일 등을 삭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봤다.

노동청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실제 노조 설립 되자마자 연락처를 다 없앴다”며 “무혐의가 왜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측과 노조가 첨예하게 맞서게 된 배경에는 증권가 불황이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6년 간 엄청난 불황 이었다”라며 “엄청나게 구조조정도 일어나고 직원들도 떠났는데 최근 6개월 동안 반짝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불황”이라고 덧붙였다.

어려운 과제 받은 고원종 사장

노조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실적을 개선하는 것은 고원종 DB금투 사장의 어려운 과제다. DB금투의 실적은 그리 우수하지 않다.

DB금융투자의 지난해 잠정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017년 연결기준 매출 9095억 원, 영업이익 346억 원, 순이익 204억 원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1.4% 줄었다. 그렇지만 영업이익은 253.0%, 순이익은 215.8% 늘었다.

DB금융투자는 2016년 순이익 64억 원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2015년에는 8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DB금융투자와 매출 규모가 비슷한 교보증권의 경우 지난해에 91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순이익은 749억 원이었다. 교보증권의 매출액은 1조864억 원이었다.

잠정 집계된 교보증권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26.3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749억 원으로 20.28% 늘었다.

최근 DB금융투자의 장기신용등급도 A+에서 A로 떨어졌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2월 28일 DB금융투자의 장기신용등급에 포함돼 있는 무보증 선순위 사채 등급을 A+에서 A로 떨어뜨렸다. 무보증 후순위 사채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낮췄다. 선순위와 후순위 사채는 등급 전망이 전부 ‘안정적’이다.

증권업계에선 시장이 대형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중소형사인 DB금융투자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수익성 저하 원인은 대우조선해양 기업어음(CP) 손실 등 비경상적 문제다. 회계연도 기준 2017년 1~9월에는 대우조선해양 CP 손실인식이 139억 원이었다.

우발채무가 커지고 있는 점도 좋지 않다. DB금투 우발채무의 상당부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DB금투의 지난해 9월 우발채무 비중은 65.9%였다. 업계 평균 53.9%보다 높았다.

DB금투는 그동안 인력을 줄여 실적을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 노조는 DB금투가 50개 지점을 30개로 줄였고 2010년 기준으로 1022명이었던 임직원이 지난해 말 기준 약 900여명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직원 수가 900여명 정도”라며 “예전에는 1300여명이었는데 지난 8년 동안 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C등급 제도를 만들어서 성과가 나쁘다는 미명하에 정규직 직원 임금의 70%를 삭감해 버리니 직원들이 생계유지가 안돼서 스스로 나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갈등이 격화되면서 임금의 70%를 삭감하는 C등급 제도는 사라졌다.

노조와의 갈등 계속 이어질 듯

증권업계에선 DB금투 노사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측은 인력을 계속 줄이고, 비용을 줄여야 하는 입장인 반면 근로자들은 직장을 지키고 급여를 더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단체협상을 해태하면서 단체협상이 결렬됐고 회사는 여전히 배째라는 식”이라며 “원하는 것은 단협 체결과 사측이 노조 탄압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투쟁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권과 연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고원종 사장이 재임하는 동안 실적이 안 좋았다”라며 “장수하는 것이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경영진에게 경영책임을 물어야 하며,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경영진이 교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DB금투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를 탄압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검찰조사를 통해서 밝혀질 내용”이라며 “이를 위해서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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