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실적 개선 뚜렷…악재는?

김용환 회장, 지난해 1조 순이익 달성…지주 출범 이후 최대

우호 사외이사 연임 고사 새로운 변수로 떠올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달 종료되는 가운데, 차기 회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용환 회장의 임기는 내달 28일 만료된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 임기 만료 예정인 사외이사 4명 중 정병욱 이사를 제외한 민상기·전홍렬·손상호 이사 3명이 연임 권유를 고사하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3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3년 동안 김 회장이 보여준 실적이 돋보인 상황에서 현재까지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그러나 NH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환 매직’ NH농협금융 사상 최대 실적 끌어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 안정과 실적이다. 김 회장이 2015년 취임하기 전까지 NH농협은 신경분리를 통해 금융지주로 올라선 3년 동안 3명의 수장이 바뀌었다. 초기 NH농협금융 회장인 신충식 전 회장은 3개월 만에 회장직을 그만뒀고, 이후 부임한 신동규 전 회장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11개월 만에 하차했다. 뒤이어 수장이 된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출신 임종률 전 회장이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 잡았다.

임 전 회장에 이어 NH농협금융의 수장이 된 김 회장은 3년 동안 ‘빅배스’(Big-Bath, 대규모부실정리) 단행을 거치면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다. 빅배스를 통해 조선·해운 부문의 부실을 한 번에 털어낸 뒤 이뤄낸 실적 개선은 지난해 4월 NH농협금융 사상 첫 연임의 원동력이었다.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김 회장 취임 직전 연도인 2014년 NH농협금융의 당기 순이익은 7685억 원이었다. 당시 NH농협의 자산규모는 393조원으로 덩치가 비슷했던 하나금융(자산 392조 원, 당기순이익 9377억 원)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였다.

‘빅배스’ 등 혁신 전략 이후 지난해 NH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8598억 원이었다. 2016년 당기순이익이 3210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67% 증가한 놀라운 반등이다. 현재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업인 관련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업인 지원을 위해 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할 경우 NH농협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1272억 원이다. 이는 2012년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NH농협금융 측은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당기순이익 1조원을 초과했다는 것은 향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산규모와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농협금융의 연결기준 총자산은 전년대비 5.9% 증가한 388조7000억 원이며, 신탁과 AUM(펀드, 신탁 고객계정)을 합산한 총 자산은 490조6000억원이다. 대출채권은 전년대비 6.7% 증가한 236조1000억 원이며, 예수금은 전년대비 6.5% 증가한 209조3000억 원이다.

자산건전성도 지주 출범이후 가장 양호한 상태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말 현재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5%로 전년말 1.38% 대비 0.33%p 하락했다. 한편 대손충당금적립률은 79.1%로 전년말 59.3% 대비 19.8%p 개선됐다.

농협금융의 실적 개선은 주력 자회사인 은행과 증권이 주도했다. 두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6521억 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 8715억 원)과 3501억 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3637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농협은행은 전년대비 486.9%, NH투자증권은 48.3% 각각 증가한 실적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각각 854억 원과 26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부실채권에서 허덕이던 NH농협금융의 체질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NH농협금융을 정상 궤도에 올렸다는 측면에서 3연임 제반 요인은 충분히 갖춰진 상황이다.

무혐의받은 채용청탁 의혹, 사회적으로는?

하지만 김 회장에게 채용청탁 의혹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앞서 2015년 10월 김 회장은 이문종 금감원 전 총무국장에게 ‘한국수출입은행 간부의 아들이 합격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회장은 2008년부터 약 3년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이후 지난해 검찰은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김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무혐의를 받고 난 이후 김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 직원의 자녀가 합격했는지 정도는 물어봐 줄 수 있지 않느냐”며 “검찰이 수사한 결과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덕에 오해를 씻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외이사 연임 고사…내부 기류 변화?

4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교체되는 점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고 있다.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민상기·전홍렬·손상호 사외이사는 최근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초 일부는 연임, 일부는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정병욱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교체가 될 전망이다. 사외이사 3인의 교체는 김 회장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이들 사외이사는 NH농협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이 2016년 추진한 빅배스 계획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줬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상기 이사회 의장과 전홍렬 이사가 임추위에 참여하고 있었던 터라 이사회 내 김 회장의 우호 세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 선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기관장 후보로 꼽혔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의 이름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NH농협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친 정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해 온 전례를 비춰 이들이 차기 회장으로 부임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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