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기업들도 다수…떠나는 직원 줄이려면 ‘워라밸’ 지켜라

회식 자제 원해…퇴근 시 상사 눈치 보기 싫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회사들이 많아

인사전문가 “이직 줄이려면 근무환경 개선해야”

취업철을 맞아 많은 구직자들의 관심이 각 기업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이직률이다. 보통 이직률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높다.

중소기업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대기업에 비해 급여가 낮고 복리후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기업들의 공시와 지속경영가능보고서, 크레딧잡 등에 따르면 이름 있는 중견기업 중에서도 이직률이 20%대인 기업들이 여럿 있었다.

크레딧잡은 국민연금 납부 기록을 토대로 42만개 기업의 연봉 정보를 주고 있다. 입사자와 퇴사자 비율 정보도 제공한다.

크레딧잡의 입사 및 퇴사 정보는 회사 내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모든 인원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계약직 및 임시직 직원까지 포함될 수 있다.

아래 기사에 나오는 기업들의 2016년 이직률 수치에는 정규직 외에 계약직, 임시직, 인턴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이직률과 함께 잡플래닛에 나와 있는 각 기업에 대한 평가 중 일부를 정리했다.

이직률 20%대 기업들

20%대 기업들은 사조씨푸드(29.2%), 한화케미칼(28.4%) 등이 있다. 사조씨푸드는 지난해 3782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잡플래닛의 ‘맛보기 기업리뷰’에는 이 회사의 장점에 대해 “거의 해마다 물가인상을 반영한 연봉협상으로 소폭 인상되며 고졸 초봉이 높은 편”이라고 나와 있다.

이어 단점에 대해선 “호봉제로 능력이 있으나 없으나 받는 돈은 똑같다”며 “일 못하는 사람도 연차만 쌓이면 돈을 더 받는다”고 주장했다.

한화케미칼의 이직률은 28.4%다. 현(現)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잡플래닛에 글을 남겼다.

그는 한화케미칼의 장점에 대해 “한화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하고 있고 그룹의 미래사업 투자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꽤 인정을 받고 있다”며 “적당한 연봉에 휴가 같은 복지는 잘 되어있는 듯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장점으로 “다른 석유화학 회사에 비해 퇴근이 빠르다는 것(부서마다 다름)”도 꼽았다.

한화케미칼의 단점으로는 “경쟁사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적다”며 “화학제품군에 투자할 돈으로 태양광에 투자한 결과로 범용제품의 중심이기 때문에, 훗날 중국의 물량공세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쓴이는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에 “회식을 자제시켰으면 좋겠고 신사업을 하면 끝까지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비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이직률 수치와 관련해 “이직률과 관계없는 그룹사간 전출, 정년퇴직, 계약직 계약만료 등은 이직률 수치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퇴직자 현황을 보면 자발적 이직은 약 7.4% 수준이며, 2015년 일시적으로 발생한 사업매각 등을 고려하더라도 13.2%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이직률은 28%였다. 자신이 하나금융지주의 전(前)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장점으로 “타 은행에 비해 업무강도가 덜하고 지주이기 때문에 실적이나 압박이 덜해서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글을 남겼다.

단점에 대해선 “퇴근 눈치를 봐야하며 보통의 회사와 큰 차이 없다”고 말했다.

두산(주)의 이직률은 27.8%다. 잡플래닛에 나와 있는 이 회사의 장점은 의료 지원 서비스가 좋다는 것, 연차 및 여름·겨울 휴가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의 장점을 잡플래닛에 적은 이는 단점에 대해선 “재무적으로 힘든 상태라, 계열사에서 상납해야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직원들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진에 바라는 점을 적는 칸에 “직원들의 사기와 임금 인상률도 신경을 써 달라”는 글을 남겼다.

“의류 디자이너들 이직 잦아”

제약사나 의류회사의 이직률도 높은 편이었다. 대웅제약의 경우 이직률이 26.3%였다.

반면 대웅제약은 이직률이 10%선이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당시에 일용직, 인턴 등 퇴사자가 많았고 제약 근무자 중 일부가 지주사인 대웅으로 이동하면서 퇴사처리가 된 부분도 있었다”며 “퇴사 수치는 10%선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잡플래닛에 등록된 대웅제약의 장점은 본부별 특색에 따라 셀 경영이 가능하며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학습해서 발전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배움의 기회가 열려있으며, 현재의 직급에 막힘없이 자신의 역량에 따라 파트장이 되고 잡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직원의 건강을 위해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며 수준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이름 있는 제약사인 중외제약도 이직률이 25%였다. 중외제약의 장점은 긴 역사를 가진 제약회사라는 점, 연봉 수준이 업계 상위권이란 것이다. 수시 채용, 공채로 많은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단점으로는 보수성이 강하다는 것과 퇴직률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 있었다.

롯데쇼핑의 이직률도 26.3%였다. 잡플래닛에 나온 롯데쇼핑의 장점은 기업의 규모가 커서 업무도 그만큼 세분화 및 다양화돼 있어 보다 체계적으로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판매직 사원들의 업무의 양이나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은 편이라는 점이다. 잡코리아에 나와 있는 롯데쇼핑 여성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524만 원이었다.

여성 의류업체인 신원의 이직률은 25.7%로 집계됐다. 잡플래닛에 적혀 있는 신원의 장점은 오래된 중견기업으로 대외적인 이미지나 인지도가 있다는 점, 종교적인 믿음이 있는 사람에겐 좋은 직장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보수적이고 변화가 어려운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부서 간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다.

신원 관계자는 “이직률이 잘못 나왔고 너무 높다”며 “모든 패션회사에선 디자이너들의 이직이 잦다”고 말했다.

의류회사인 LF도 이직률이 25%였다. 잡플래닛에 나와 있는 LF의 장점은 패션에서 대기업으로 그나마 시스템과 인프라스트럭처가 구축돼 있다는 것과 교육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에너지와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이직률이 높다는 점이 꼽혔다.

LF 관계자는 이직률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15년 3분기, 16년 3분기, 17년 3분기 공시를 봤는데 근속연수가 4년으로 똑같다”라며 “근속연수가 같으면 이직률 등락이 크게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며 최근에 근속연수가 짧아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제조업도 이직률이 전반적으로 높은 업종이다. 재계에선 중견 제조업체 이직률이 연 25%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알루미늄 창호, 디스플레이부품 등을 만드는 기업인 알루코의 이직률은 27.2%였다. 알루코의 과거 이름은 동양강철이었다. 알루코의 2016년 매출액은 4286억 원이었다.

섬유회사인 경방의 이직률은 26.5%다. 잡플래닛에 나와 있는 경방의 첫째 장점은 자산이 많다는 점이다. 직원들 입장에선 영등포 중심에 회사가 있어서 출퇴근이 편하며 쇼핑몰을 갖고 있다는 점도 좋다.

자신이 경방 전(前)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잡플래닛에서 경방의 단점에 대해 “모든 결정권은 임원이 가진다”며 “팀장 등의 발언권이 없으며 임금인상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의 이직률은 20.8%다. 이 회사의 장점은 업무 강도가 약하고, 여름휴가가 2주라는 점이다.

단점 중 첫째는 조선업 등 제조업이 쇠락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본급이 낮고 성과급이 높은 임금체계를 택하고 있어서 경영상황에 따라 급여 변화 폭이 크다는 점이다.

건설회사들도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일성건설의 이직률은 25%였다. 이 회사의 장점은 업무강도가 약하고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급여도 낮지 않다.

잡플래닛에 나와 있는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은 직원들이 하나 될 수 있는 정말 현실적이고 실천력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설업체 삼호도 이직률이 25.1%였다. 이 회사의 장점은 상여금 등 정규 급여 외 수입이 발생하며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가 있다는 점이다.

잡플래닛에 삼호의 단점을 쓴 이는 “눈치 야근이 매우 심하며 정시퇴근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복지는 있지만 그 복지를 누리기에는 제한이 많고 계약직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석유화학업체인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이직률이 23.6%다. 이 회사의 장점은 서울 본사 기준 업무 강도가 낮고 6시 정시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임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단점은 회사 분위기가 다소 보수적이라는 것이며 신(新)성장 동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직률은 21.1%였다. 이 회사의 장점은 딱딱하지 않은 수평적 분위기, 휴가가 많고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자기 업무를 마치면 정시 퇴근 가능 등이다.

잡플래닛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단점으로 업무 시스템이 비교적 자주 바뀌어서 혼선이 있다는 점 등이 나와 있다.

다른 이직률 20%대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SDI의 이직률은 22.3%였고 자동차 부품업체인 동국실업의 이직률은 22.2%였다. 해운사인 팬오션의 이직률은 20.4%로 나타났다. 농기계 생산업체인 대동공업의 이직률은 22.1%다.

사료업체인 선진의 이직률은 21.2%였으며 수산식품 제조업체인 한성기업의 이직률은 23.6%였다. 여성의류 회사인 대현의 이직률은 20.1%이며 조선기자재 업체인 세진중공업의 이직률은 21.4%였다. 의류회사인 한세실업의 이직률은 21.9%, 한세엠케이의 이직률은 20.3%였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대성엘텍의 이직률은 20.7%였다. 이 회사의 장점으로는 외국어 교육이 있다는 점이 꼽혔다. 단점에는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근무했던 부서 기준으로 직급마다 분배되는 업무량의 타당성이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이테크건설의 이직률은 20.5%다. 이 회사의 장점은 근무분위기가 좋고 업무강도가 심하게 높지는 않다는 점이다. 퇴근할 때 대체로 상사 눈치를 보지 않는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코다코의 이직률은 20.1%다. 이 회사의 경우 급여 조건이 좋고, 통근버스가 전 구간 운행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잡플래닛에 이 회사의 단점을 적은 이는 “프레스 분야 일을 했었는데 외국인 직원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근무환경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장비업체 HB테크놀러지의 이직률은 22.3%로 나타났고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의 이직률은 21.1%다. 화학제품 제조업체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이직률은 22.3%였다.

이직률 낮추려면

이직률 20%대 회사들은 특정 업종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 있었다. 또 이직률 20%대 회사들을 보면 대기업 비중보다 중견기업이나 코스닥 기업 같은 규모가 작은 기업 비중이 훨씬 높았다.

복리후생이 잘 돼 있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조건이 좋지 않은 중견기업이나 코스닥 기업에서 직원들이 더 많이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이직률 20%대 회사들을 보면 IT사업이나 바이오사업 같은 첨단사업보다는 건설, 섬유, 화학 등 전통산업 관련 기업들이 많았다. 최근 자동차나 조선업 같은 제조업종에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재계에선 이런 최근의 추세가 이직률 통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인사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선 이직이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조 아이디어코리아 대표는 “기업들이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선 직무전반과 근무여건에 대해 잘 소개해야 한다”며 “인턴 등 예비 매칭을 통해 선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기업들이 시대 변화에 맞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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