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로 매출 1조?…내부는 볼멘소리

이종욱·윤재승 공동대표에서 윤재춘·전승호 체제 전환

43세의 전승호 대표, 해외시장 개척에 선봉장 나설 듯

낮은 근속연수·평균연봉으로 직원들 불만↑…조직 다잡기 우선

대웅제약이 변화를 택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이종욱 부회장과 오너일가인 윤재승 회장이 각각 임기만료와 대표이사 사퇴를 하고 지주사 대웅의 대표이사인 윤재춘 사장과 전승호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수장을 교체한 것이다.

2006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이사를 맡아 대웅제약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이종욱 부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 고문직을 수행하면서 후임 경영진을 지원한다. 오너일가인 윤재승 회장도 아직 임기가 1년여 남아있지만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윤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의 나아갈 방향과 주요 투자 관련 의사결정, 인재 육성과 평가 등을 지원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윤재춘 공동대표. (사진=대웅제약)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점은 1975년생의 상대적으로 젊은 전승호 본부장의 승진이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의식한 지난달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전승호 대표는 “나이가 젊은 것이 아닌 젊은 문화, 역동적인 조직으로 젊은 스타트업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다”면서 “앞으로 대웅에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탄생하고 육성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개인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전 대표는 또한 “지난 10여 년 간 추진해왔던 글로벌 사업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전체 글로벌 제약 시장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며 "대웅제약의 글로벌 비전 2020을 달성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회사와 직원이 모두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젊은 피로 매출 1조 돌파 시도…보톡스 ‘나보타’ 美 진출 관건

대웅제약의 윤재춘·전승호 공동대표 체제 전환은 오너의 승부수로 해석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약업계 CEO들은 대부분 60~70대가 주축을 이루고 오너 경영진은 50대들로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선택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약 9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1조 클럽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올해를 1조 클럽 가입의 적기로 본 것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글로벌과 국내 사업 부문을 나눠 주요 전략 제품군을 키우겠다는 ‘투 트랙’ 전략 의지를 내비쳤다. 전승호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윤재춘 대표는 국내 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주목할 부분은 전승호 대표다. 전 대표는 지난 2000년 12월 대웅제약에 입사한 이후 올해로 18년째 근속해 왔다. 대웅제약의 글로벌전략팀장, 글로벌 마케팅TF팀장 등을 거쳐 글로벌 사업본부를 총괄하며 해외 시장 진출과 주요 전략 제품군의 해외 수출 증대를 이뤄내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전승호 공동대표. (사진=대웅제약)
올해 대웅제약은 해외시장 확대에 중요한 시기다.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나보타’의 미국시장 출시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재 나보타는 미국시장 출시를 위해 임상3상을 마무리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최종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포화상태는 국내와는 달리 보톡스의 해외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태다. 전 세계 보톡스시장 규모는 4조 원에 이르는데 2020년이면 7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힘입어 증권가에서는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수출 규모가 지난해 20억 원 수준에서 내년 600억 원으로 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큰 시장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전 대표의 수완이 필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나보타가 시판될 경우 대웅제약이 무난하게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원급 인재 유출 바라만 보나…내부 단속이 우선

매출 1조를 바라보고 있지만 내부 사정은 썩 좋지 않다. 매출 신장을 위해 과도하게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부임한 윤재승 전 회장은 체질 개선을 위해 직무급제 도입, 실적평가 기준 변경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과도한 실적 쥐어짜기를 비롯해 오랫동안 회사에 헌신해 온 직원들을 홀대한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 2016년 임원급 직원들이 대거 퇴사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서울제약으로의 이직이 눈에 띄었다. 김정호 대표이사(사장)를 비롯해 박종전 부회장(R&D 부문), 박재홍 부사장과 안상순 상무(관리부문), 이진호 부사장(생산 부문), 이도영, 홍찬호, 황수헌 이사(영업 및 마케팅 부문) 등 대부분 주요 부문에 대웅제약 출신이 포진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이정진 대웅제약 바이오연구소장은 종근당바이오 대표이사(부사장)로,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에서 경력을 쌓은 백승호 전무는 JW신약 대표이사(부사장)로 옮기기도 했다. 27년간 대관과 홍보 등을 담당했던 주희석 상무는 대웅제약과 불편한 관계인 메디톡스로 이적해 업계의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20년 이상 대웅제약을 위해 헌신해온 임원들이 2014년 이후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조직의 안정성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 대표의 부임이 50대 이상 임원급 인재들의 부재로 인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잦은 인사도 직원들에게는 부담이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제약 업계 역시 정기 인사는 연 1회 수준이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연 2회 정기 인사를 실시한다. 한 인사 담당자는 “정기 인사가 2회라는 것은 다른 기업보다 업무 평가가 잦다는 것”이라면서 “직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대웅제약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014년 6.7년에서 2015년에는 6.6년, 2016년에는 6년을 기록하는 등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1월 올해 공정공시를 통해 매출 1조원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은 1조원에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직원들의 주머니 사정은 별반 차이가 없다. 2013년 5900만원이던 평균연봉은 2016년 5500만원으로 떨어졌다. 2016년 기준 대웅제약보다 매출이 낮은 일동제약(6780만원), 메지온(6549만원), 코오롱생명과학(6499만원), 종근당바이오(6293만원), 파미셀(6231만원), 동아에스티(6173만원), 한독(6100만원), 안국약품(6015만원) 등의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을 넘는 것에 비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급여 수준이다.

이 때문인지 퇴사율도 업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해 크레딧잡 기준으로 대웅제약의 퇴사율은 22.7%다. 이에 대웅제약 측은 지주사인 (주)대웅 등 관계사로 이동한 인원이 퇴직자에 포함된 수치라며 업계 평균인 10%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매출 1조라는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성과급 지급 등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며 “큰 변화가 없다면 직원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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