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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외이사 임명 ‘키워드’는

사외이사 임명 4대 키워드…親문재인ㆍ관료ㆍ내부 출신ㆍ부적격자

참여정부 출신 등 親정부 인사 kTㆍ포스코, 신한ㆍKBㆍ하나 금융지주 등

관료 출신 전문성+방패막이…LG화학, 롯데 하이마트 등

내부 사정에 밝은 계열사 출신 이사 임명…독립성ㆍ객관성 결여 우려

롯데케미칼ㆍKAC, 부적격 이사 논란에도 재선임

사외이사의 사전적 정의는 회사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다.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인 이들의 역할은 이사회에 참가해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의의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AIG다. 모리스 그린버그는 AIG를 창업해 40년간 CEO로 근무하며 미국 최대 보험업체로 키웠다. AIG의 산 증인이자 보험업계 대부였다. 그러나 그린버그의 분식회계 혐의가 불거지자 이사회는 가차 없이 그를 내쫓았다.

이처럼 사외이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 상태를 감독·조언하고 때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명된 사외이사의 면면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이 크다. 기업의 방패막이를 만들기 위해 친 정부 성향의 인사와 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임명하는가 하면 독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내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혔다. 이해 충돌 우려를 비롯해 과거 사외이사의 책무를 방기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인물들이 재임명되기도 했다.

참여정부 출신 등 친정부 성향 인사 대거 사외이사 임명

이번 3월 주주총회는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첫 정기 주총이었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사외이사로 임명됐다는 점이다.

KT는 이강철 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새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이 전 비서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2005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거쳐 2008년 대통령 정무특보로 일했다. 김 전 수석은 통계청장을 비롯해 참여정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냈다.

포스코는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을 거쳐 2004년 중소기업청장, 2006년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김성진 현 삼성증권 이사를, 코오롱글로벌은 참여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을 새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외풍을 강하게 맞고 있다는 점이다.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수장으로 부임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 때문에 교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인사들이다. 시민단체들은 회장직을 이어가기 위해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을 방패막이 삼으려 임명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금융권에도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삼성화재는 김성진 전 조달청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인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KB금융지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인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와 정구환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선우 교수는 장 실장과 과거 논문을 함께 집필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하나금융지주에는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와 예탁결제원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김홍진 이사가 새로 왔다. 앞서 하나금융은 문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임하는 박시환 전 대법관을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으나 박 전 대법관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무산됐다.

친 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속속 새 사외이사로 임명되면서 재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가까운 인사 혹은 이른바 줄을 댈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경제 개혁의 유탄을 피하려는 의도는 분명하다”면서 “새로 임명된 이사들 역시 과거의 비판을 무시하고 거수기 노릇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른바 ‘보험용’ 사외이사의 성격이 뚜렷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잡음 없이 안건이 통과되던 과거와 달리 반대 의견을 내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사외이사를 임명한 기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새 사외이사들이 어떤 활동을 펼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개혁의 기치를 내세워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칼날을 조금이나마 피해가려는 노력이라고 본다”라면서도 “정부와 관련된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히면서 셀프 관치금융을 자인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임명도 여전…전문성+방패막이

고위 관료 출신들의 사외이사 임명도 이어졌다. 기업들이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전문성과 함께 정부 내 인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정부 인사 임명과 비슷한 이유다.

LG화학은 중부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국세청 소득지원국장을 지낸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을, 롯데케미칼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의 조석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기획재중버 국제업무관리관 등을 거쳐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임명했다. 2007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내기도 한 신 전 위원장은 신아영 아나운서와 부녀관계다.

한화생명은 김앤장법률사무소 최선집 변호사와 한국범죄방지재단 김경한 이사장, 정리금융공사 박승희 전 사장 등 3명을 선임했다. 최 변호사는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하고 재무부에서 13년간 사무관으로 일했다. 육사 출신인 박 전 사장은 대위 예편 후 재무부에서 9년간 사무관으로 재직했다. 김 이사장은 법무부 장관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경제관료 출신을 3명이나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롯데 하이마트의 경우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국금융연수원장 등을 역임한 이장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김앤장이 현재 국정농단 관련 신동빈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고 이 고문이 롯데 하이마트 사채발행을 공동주관한 NH투자증권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어 이해충돌의 위험 우려가 있다며 반대 권고를 표하기도 했다.

내부 인사로 독립성 보장 가능?…“내부사정에 밝아서” 궁색한 변명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사외이사 찬성, 반대 권고 의견을 표하는 중요한 기준은 독립성이다. 그러나 이번 주총 결과를 보면 내부 계열사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행태는 되풀이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다. 한화그룹은 이번 주총을 통해 내부 출신을 대거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구체적으로 이청남(한화투자증권), 안승용(한화손해보험), 조규하(한화생명보험), 양태진(한화테크윈), 박석희(한화케미칼), 정병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김한재(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이광훈(한화손해보험총괄관리), 김용구(대우정밀·(주)한화대표이사) 등 총 9명이다.

KCC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KCC는 부회장 출신 정종순 사외이사를 10년 넘게 임명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2.61%)은 2013년에 이어 지난해도 정종순 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연임에 성공한 정종순 이사는 오는 2019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KCC는 이번 주총에서 KCC 전신인 금강에 합병된 고려화학에서 중앙연구소 상무직을 역임한 송태남 이사를 새로 임명했다. 내부 출신인 만큼 독립성 여부에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계열사인 KCC건설은 2002년 KCC건설 이사, 2004년 상무이사로 재직한 바 있는 최창렬 후보를 새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교보증권은 교보생명 경인지역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등 계열사 임원을 지낸 신유삼 사외이사를 1년 임기로 재임명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한국타이어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한 조충환 사외이사를 2015년 최초 선임에 이어 이번에 3년 임기로 재선임했다. 조 이사의 경우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내부출신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경우 기업 측의 입장은 동일하다. 내부사정에 밝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민단체들은 과거 회사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대주주나 경영진을 견제, 감시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며 비판적인 의견이다.

분식회계로 해임 권고된 이사 재선임 찬성한 공인회계사회장

효성은 재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최중경 사외이사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지난 3월 공인회계사 회장인 최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및 시민단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국회 정무위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논평을 통해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율규제기관인 공인회계사회의 장이 분식회계로 임원의 해임 권고를 받은 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재차 맡겠단 발상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효성 이사회는 최 회장 재선임 안건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과 경기고 동문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역시 최 사외이사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19일 논평을 내고 “공인회계사회 회장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이해충돌 문제가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이 비상장회사를 여럿 거느리고 있는 효성의 사외이사는 물론 비상장회사인 애큐온캐피탈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것을 지적했다. 공인회계사회는 비상장회사에 대한 감리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하며 회장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고 위탁감리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의 추천권도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열린 효성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KCC와 부당거래 의혹 이사 재선임한 KAC

정몽익 KCC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리아오토글라스(KAC) 김희옥 사외이사 재선임도 시끄러웠다. 2015년 처음 임명된 김희옥 사외이사는 정세영 KCC그룹 명예회장과 동국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법학과 55학번, 김 사외이사는 법학과 72학번이다. 김 사외이사와 KCC와의 관계는 2013년부터 문제가 됐다. 김 사외이사가 동국대 총장 재임 시절 KCC건설이 300억 원이 넘는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KCC건설은 2013년 동국대 일산바이오관 건설에 약 273억 원, 2014년 동국대 부지조성 토목공사에 11억 원, 2014년 기숙사 신축공사 90억 원 등 약 380억 원 규모의 공사를 동국대와 계약했다. 이 과정이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돼 문제가 불거졌고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김 사외이사는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오토글라스 사외이사 선임 당시에도 도덕성 논란이 있었다. 당시 김 사외이사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공직자윤리위원장은 위촉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러나 공직자의 윤리와 겸직문제, 퇴직 후 취업제한 등을 따지는 위원회의 수장이 사기업에서 보수를 받고 일한다는 것에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김 사외이사는 2016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정농단 가담한 신동빈 방조한 이사들 재선임

롯데케미칼과 현대차도 부적격 사외이사 논란을 겪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김철수 전 관세청 차장과 김윤하 전 금감원 국장을 2016년에 이어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두 사외이사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롯데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사외이사로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6년 당시 신동빈 회장(이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제3자 뇌물죄)로 지난 2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신 회장은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김철수·김윤하 사외이사가 속한 이사회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신동빈 회장에 대해 이사해임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사외이사로서 임무를 방기했다”며 이들의 재선임을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주총에서 재선임됐다.

현대차 이동규 사외이사는 독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이 사외이사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문제는 김앤장이 현대차와 법률자문계약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김앤장은 현재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을 대리하고 있고 이 밖에 근로관계 관련 소송을 맡은 바 있다. 상법은 상장회사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이거나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자는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요한’ 거래 관계가 아니라며 이 사외이사 재선임을 추진했다. 이 사외이사와 현대차의 직접적인 거래 관계는 없다. 그러나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정몽구 회장의 법무대리인으로 동석한 인물이 이 사외이사다. 사외이사로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다. 현대차 주총은 지난 16일 이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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