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피해 이어져… 사측 대책 마련 시급

피해자 “하나투어 믿고 계약… 대리점 관리 허술하다”고 지적

2016년 억대 사기사건, 2017년 초대형 횡령사건 등 여행사기 잇달아

하나투어, 4월부터 ‘공식인증 예약센터’ 통해 사기예방 나서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하나투어 본사 전경.(사진=연합)

예진협 기자

하나투어 등 유명여행사 이름을 내걸고 영업 중인 판매대리점의 여행사기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경 여행고객 200명이 단체로 사기를 당했다며 하나투어 대리업체에서 근무했던 여행알선판매자 황씨를 5억대의 사기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하나투어 판매대리점에서 1000명의 피해자를 낳은 대형 횡령사건까지 여행사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하나투어는 올해 4월부터 ‘공식인증 예약센터’를 통해 사기예방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2016년 황씨 사기사건 당시 여행고객들은 작게는 1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에 이르는 여행예약비를 내고도 예약내역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황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당시 황씨는 고객들에게 여행사 출신 프리랜서 여행사업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사기활동 당시 황씨는 하나투어 판매대리점 착한여행늘봄 소속으로 하나투어와 같은 여행 도매업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했다. 황씨는 해당 여행사에서 퇴사한 이후에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 및 모집했고 추천을 통해서 고객을 늘려나갔다.

복수의 증언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황씨는 지인들의 주변 사람들에게 접근해 여행상품을 판매했고 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고객관리를 했다.

황씨에 의해 피해를 당한 이들은 황씨가 광고했던 여행상품이 대형여행사가 내놓은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인 것에 유인당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피해고객들이 황씨와의 SNS를 통한 거래를 신뢰했던 것은 황씨가 하나투어나 착한여행늘봄 등 여행사가 예금주로 돼있는 법인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실명제 이후 사칭계좌를 신설할 수 없다는 것을 믿은 고객들은 하나투어나 착한여행늘봄 등 여행사 법인계좌를 확인 한 후 신뢰를 가졌고 황씨에게 돈을 송금했다.

황씨는 고객들에게 더 좋은 여행 상품을 소개하며 이전 입금분을 취소해줄테니 황씨 개인계좌로 돈을 보내라며 유인했고, 피해자들은 이중, 삼중으로 계약을 진행하며 돌려막기식으로 취소처리 전 추가 금액을 황씨의 개인계좌로 입금했고, 이후 황씨가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 모임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집단행동을 시작했고 고소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한 목소리로 황씨가 판매하는 상품이 하나투어 상품 중 저렴하게 나온 것인 줄 알고 구입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조사결과 황씨 계좌는 하나투어를 비롯한 여행사들의 공식계좌가 맞는 것으로 드러났고, 하나투어는 피해자 중 하나투어 계좌에 입금한 82명의 피해자에게 피해금액 3800만원에 대한 보상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하나투어 관계자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고 진술했고, 황씨가 하나투어를 통해 여행예약을 진행하면서 대금을 돌려막기해 하나투어도 경제적 피해를 봤다며 황씨에게 고소를 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황씨는 현재 구치소 수감 중이다.

이처럼 하나투어와 같은 유명여행사의 상품을 소규모 여행사가 대행 판매하는 간접판매 체제가 지속되고 있고 업계 1위,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모두 이 제도로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하나투어 판매대리점은 전국에 1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우선 하나투어 측에 하나투어와 착한여행늘봄 여행사와의 관계와 당시 하나투어와 황씨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하나투어 측은 “하나투어는 판매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대표적인 홀세일 전문업체로 하나투어와 판매 대리점은 상호 독립된 사업자”라며 “하나투어는 판매 대리점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하나투어 측은 “판매 대리점은 당사의 여행상품 판매 알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공정거래법 및 대리점법 등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양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00명 피해자 낳은 판매대리점 횡령사건

지난해 11월경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하나투어의 한 판매대리점에서 횡령사건이 발생해 약 1000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하나투어 판매대리점 대표가 대리점 명의나 자신의 개인 명의로 고객의 돈을 입금받아 횡령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나투어 측은 횡령사건을 조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도 제출했다.

피해자 A씨는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사라고 하는 하나투어를 믿고 계약한 것인데, 이렇게 대리점 관리를 허술하게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당시 하나투어 관계자는 “11월 초 횡령사건을 인지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조처를 하고 있다”면서 “대리점을 통해 여행상품 계약을 진행하더라도 입금할 때 예금주가 ‘하나투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공식인증 예약센터’로 대책마련 나서

하나투어는 올 4월부터 대리판매점의 명칭을 지역예약센터로 바꾸고 본사가 직접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판매점에 수수료를 후지급 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판매점주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본사 직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투어 측은 “앞서 언급한 긴밀한 소통에도 불구하고, 일부 판매 대리점에서 사기 및 횡령 사고가 있었다”며 “대다수의 판매 대리점 또한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동의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하나투어는,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4월부터 ‘공식인증 예약센터’ 운영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대리점과는 신뢰관계를 증대하고, 하나투어 브랜드를 믿고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안정감을 심어줘 보다 높은 수준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나투어는 “공식인증 예약센터 운영을 통해 대리점의 사기 및 횡령 사고 예방 차원에 나선다”며 “‘공식인증 예약센터’는 판매대리점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고객 입장에서는 사기예방의 장치가 돼 유사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 공식인증 예약센터를 통해 하나투어 고객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 ▲ 여행경비 입금을 하나투어 명의 계좌로 일원화하여 판매 대리점이 경비를 직접 수령하는 것을 차단 ▲ 이를 위반할 경우 판매 대리점 계약을 종료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계약서에 반영하는 등 급증하는 여행사기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피해자 보상이 적절히 모두 완료됐는지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예약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피해 고객에게 하나투어가 환불처리한 상황이며, 하나투어는 황씨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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