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환경, 소통도 부재…관리회사 갑질, 안전문제도 심각

팬오션 노조 “ 관리회사 갑질에 고용불안”

팬오션 측 “ 회사 사정상 정규직 전환 힘들어”

선원노련 “고용 줄고 비정규직 늘어, 장시간ㆍ고강도 노동”

정부 부처, “비정규직 고용 큰 문제 아니다”

내항선사, 소규모 외항선사 선원 노동환경 더 열악

안전장치 부실로 사고 잇따라

팬오션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종로구 빌딩 전경.(사진=예진협 기자)

예진협 기자

해상선원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안전문제 등과 겹쳐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관련 선사와 정부 부처가 개선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문제개선이 요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선사 중 한 곳인 팬오션 노동조합 관계자 A씨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팬오션 소속 선장과 기관장을 포함해 해상선원들 다수가 계약직으로 이뤄져 있다”며 “이는 10년이 넘도록 문제 제기되고 있으나 사측과 합의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선원법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이 확실히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팬오션 노동조합 측에서는 선원법에 예비인력인 ‘예비원’을 두라는 법조항에 근거해 현재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팬오션 노동조합은 국내 최대 선원노조 단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하 선원노련)과 연대해 계약직 선원들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더불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팬오션 노조에 따르면 수년간 계약직 고용이 아닌 정규직 고용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과 입장 차이를 보여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 초창기 국적선사에서는 선원을 직접 관리했다. 선사에서 선원부서를 따로 두고 본사에 소속돼 있는 직원으로 뒀는데, 최근에는 선사와 선원 사이에 선박관리회사를 두고 관리회사가 선주를 대리해 선원을 관리하는 구조로 대부분 운영된다.

노동조합 관계자 A씨는 “관리회사가 중간에서 선주를 대리해 선원을 관리하는 구조를 악용해 선원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행태가 있다”며 “관리회사 임의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눌 수 있는 구조로, 관리회사 측이 봤을 때 흠이 있다고 생각되거나 업무상으로 미달된다고 생각되는 선원들을 쉽게 해고하기 위해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 비정규직 고용 문제에 소홀

노조 관계자 A씨는 해양수산부 측으로부터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5일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선원들은 “외국인 선원 고용으로 한국인 선원들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고 비정규직화도 가속화된다”며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선원들의 삶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등 해수부와 선원들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건물 전경.(사진=연합)

선원노련은 9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모처럼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선원을 살리기 위한 지원 방안은 전혀 없어 한진해운 파산 이후 갈 곳을 잃은 선원들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원노련의 발표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파산 이전에도 팬오션의 법정관리와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선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 하락은 물론 복지의 후퇴, 비정규직화, 우리 사주로 인한 개인 빚더미까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태다.

특히 날로 늘어나는 외국인 선원 고용으로 우리 선원들의 일자리는 눈에 띄게 줄고 있고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비정규직화해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선원들의 삶은 고용불안까지 더해져 피폐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선원노련은 한국인 선원 고용을 회피하고 외국인 선원을 무분별하게 승선시키거나 한국인 선원을 비정규직화하는 선사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동시에 선원 고용의 질 개선에 노력하는 선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선원들은 양보를 강요당하지만 해운 경기가 나아진다고 해서 선원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언제나 피해는 선원들에게만 전가되는데도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 역시 기업에만 편중돼 선원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원 고용 없는 해운 재건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며 이번 정부대책도 결국엔 선원은 죽이고 선주만 키우는 대책이 될 것이 뻔하므로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선원노련은 “국비로 선원을 키워내는 해양대학교의 취업률이 현재 70%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확대가 일류 해운 국가로 가는 지름길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오션, “비정규직 고용 법적으로 문제없어”

팬오션 노조 관계자 A씨는 “다른 선사와 비교했을 때 특히 팬오션이 계약직 비중이 높은 편이다”며 “회사(팬오션)에서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선원에 대한 고정적인 수요가 있는데 이들을 정규직 전환하면 회사 측에서는 추가 인건비가 든다”며 “현행법상 정규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회사 임의대로 해석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선원법상 직책별로 최소한 10% 이상의 예비원을 둬야 하는 규정이 있고 회사마다 내부적인 규정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데 보통 20%에서 30%의 예비원을 두고 있다.

계약직의 경우에는 하선하는 동시에 모든 근로계약이 단절되기 때문에 예비원으로 볼 수 없고, 6개월에 대한 임금을 매달 받고 매달 유급휴가급이 발생해서 하선하게 되면 6개월치 유급휴가급과 퇴직금이 한 번에 지불이 되는 구조다.

A씨는 “선원관리사가 2000년대 초반에 출범되면서 선원의 계약직화가 가속화 됐다”며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선원이 정규직 고용상태였지만, 선원과 기관장에게 계약직의 좋은 면만 부각하며 회유해서 계약직으로 고용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직화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에 대한 병폐가 많아졌다. 사원의 소속감이 떨어지고 고용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노조에서는 3년 전부터 정규직화해야 된다고 주장했는데 회사에서는 추가적인 비용 때문에 못한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이어 “1항사에서 선장이 되려면 퇴직 후 재계약을 해야 되는 구조라서 연속성이 없으니까 1항사 이전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며 “회사 측에서는 퇴직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팬오션 노조에 따르면 “현재 팬오션 측은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전에 노사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을 해보려고 했지만, 사측이 ‘STX 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사사정이 어려워졌고 현재 법정관리에서 나와 이제 조금씩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고, 회사사정상 추가비용이 많아서 기다려 달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핑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석에서 정규직 전환이 힘들다고 들은 적이 있다”며 “현재 팬오션에 새로 입사하신 분들은 다 계약직으로 채용되고 있고, 기간제법을 거론하면서 2년간은 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하며 2년간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정규직전환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 측에서는 시용기간 이후에 바로 정규직화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근로감독관에 문의해 본 결과, ‘계약직으로 고용해도 크게 문제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선주협회와 해양수산부의 전체적인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된다는 입장으로 이와 관련해서 선원노련과 연대해 문제개선에 힘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팬오션 측은 “일반적으로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게(비정규직으로 고용)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원고용과 관련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는 사항이 없어 답변하기 힘들다”고만 답했다.

스텔라데이지호 1주기…노후선박 등 안전문제 개선됐나?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중국 칭다오항으로 출항했던 폴라리스쉬핑 소속 스텔라데이지호가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해 현재 2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며 수색 및 원인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1주기인 지난 31일 시민문화제를 열고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호소했다.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선체에 장착된 블랙박스를 수거하고 선체를 촬영해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416연대 사무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 기자간담회가 지난 3월 26일 열렸다.(사진=연합)

폴라리스쉬핑은 현재 상장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상장 절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폴라리스쉬핑은 자사선박에서 임의 시설 변경 사실이 적발돼 최근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해양수산부는 중국 산동성 르자오항에 정박 중인 폴라리스쉬핑 소속 선박 스텔라이글호에 대한 민관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선박 내 22곳에서 승인을 받지 않은 설비 변경사항이 발견돼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3월 22일 밝혔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이어 지난해 4, 5월에도 스텔라퀸호, 스텔라유니콘호에서도 잇달아 선체 균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해양수산부는 폴라리스쉬핑에 선박을 중국 내 조선소로 이동시키고 무단 설치된 부품을 영구 제거할 것을 지시했고, 향후 비슷한 유형의 선박들에 유사 사례가 있는 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폴라리스쉬핑은 아직까지 노후선박을 보유하고 있는데 교체 계획을 수립했다고는 얘기를 들었다”며 “노후선박과 불법선박 등의 문제가 지속된다면 상장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사진=연합)

본지는 폴라리스쉬핑 측에 ▲노후선박과 안전관리 문제 개선에 폴라리스쉬핑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폴라리스쉬핑 소속 해상선원들의 노동환경 실태 설명과 선원복지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어떤 개선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사건에 대한 현재 입장을 부탁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폴라리스쉬핑 측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일부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전화답변을 거부했고 본지에 서면 상으로 질의를 부탁했고 이에 본지는 이메일을 통한 서면질의를 부탁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업계관계자는 “필요한 부품을 교환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비용절감을 이유로 노후 부품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안전사고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부당하다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내항선사, 소규모 외항선사 선원들

선박 내에서 근로에 대해서 실제로 일하는 시간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기록을 하는 것이 실제와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검사관들이 지적하면 그 지적사항이 회사로 간다. 실제대로 기록을 하면 검사가 더 자주 이뤄져서 선원들이 피곤해진다. 실제대로 기록하면 선주들 통해서 다시 선원들에게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거짓으로 기록한다.

내항선사는 짧은 항로 때문에 오버타임이 늘어나고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보상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날씨가 안 좋은데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해서 만약에 사고가 나면 책임은 그대로 선원들 몫이다.

업계관계자 이모씨는 내항선사 선원들의 노동환경이 가장 열악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선원 최저임금도 못 맞춰주는 선사들이 많다. 특히 내항선사와 소규모 선사 소속 선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사회보장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보험회사에서 일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선원직을 기피한다”며 “국민연금 같은 경우에도 사실상 급여가 적으면 비과세로 처리한다. 월 300만원 수준인데 국민연금에서는 비과세 항목을 빼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것으로 처리돼서 퇴직 후 노후에 대한 걱정도 하기 마련이다”고 호소했다.

소규모 선사 노동조합 관계자 김모씨는 “선주 쪽 7명과 노조위원장 7명으로 이뤄진 외항상선 정책협의회를 구성했으나 제대로 된 회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구성원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연맹 측 직원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선주협회 직원을 통해서 알아보니 해수부에서 선주협회와 노조 간 입장차이가 너무 달랐고 선원노련 직원이 임의로 결정한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현행법에 외국인을 마음대로 고용할 수 있게 돼 있어 한국인 선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고용할 때 모든 비용을 포함해 5800만원이 들지만 외국인을 고용할 때에는 항공비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해 2500만원으로 반값이기 때문에 선주입장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일본 선사는 대부분 외국인들이 고용돼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외국인들이 선원으로 대부분 고용될 텐데 이 추세가 급격하기 때문에 한국인 선원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고 호소했다.

예진협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