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도 책임있다”vs “아니다”… 장애인 된 근로자, 노동환경 개선 호소

피해자 “원청도 책임지고 노동현장 개선해야”

현대미포조선“일방적 주장일 뿐…불기소 처분 받았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도 산재 많이 발생해

울산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현대미포조선 전경.(사진=현대미포조선 홈페이지)

예진협 기자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기업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를 당해 장애인이 된 사람이 청와대 청원에 산업재해를 일으키는 환경을 개선하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글을 올린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 A씨는 일터에서 산업재해 피해를 입어 장애인이 됐다. A씨는 현대미포조선 조선소를 비롯해 가해자 소속 하청업체, 가해자 등을 업무상과실치상으로 형사 고소했지만, 가해자만 구속 수감되고 나머지 업체들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됐다.

피해자 A씨는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해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다시 고소했다. 이후에 기소 또는 부분기소 됐지만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은 불기소 처리됐다. A씨는 다시 항고해 현재 부산고등법원에서 형사재판 중이고 민사소송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산재처리는 종결돼 8급으로 인정됐다. A씨의 장애등급은 국가장애6급이다.

“원청과 하청 때문에 사고당해”

A씨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선소에서 고소작업차로 인한 산업재해’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40대 중반 남성이며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4인 가족의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A씨는 현대미포조선의 사내하청기업인 해성기업에 2011년 입사해 용접을 했던 근로자다. 지난 2015년 8월 22일 아침 8시에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선박작업을 위한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다른 사내하청업체의 근로자 B씨가 A씨가 속한 업체에 배정된 ‘고소작업차’를 무면허로 운전했다. B씨는 블록지지대의 박스빔(상자형 대들보)을 건드려 떨어뜨렸다. 고소작업차는 일명 ‘스카이차’로 불리며, 사다리차의 일종이다.

박스빔은 A씨에게 떨어졌다. 이로 인해 A씨는 큰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좌측다리 정강이뼈가 밖으로 튀어 나오고 조각나는 복합분쇄골절상을 입었다. 또 갈비뼈 좌우 18개가 골절되면서 폐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이에 더해 심장판막이 끊어지면서 삼첨판폐쇄부전이 발생했고, 뇌진탕으로 순간 기절했다. 이외에 호너증후군, 척추압박골절, 인대손상 등의 심각한 부상으로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A씨는 몸에 철심을 박고 불편한 생활을 하는 장애인이 돼 정상적인 작업이 힘들어 직장도 다니기 힘들게 됐다.

A씨는 “한 가족의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앞날이 캄캄하다”며 “조선소 사업장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고소작업차의 관리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안전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는 책임을 지울 수 있게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A씨의 법원신체감정결과 후유장애는 46%다. 신체적 피해 이외에도 해당 사고로 A씨가 겪은 정신적 피해는 심각하며, 배우자와 자녀들이 받은 고통도 심하다.

비록 산재로 인정돼 휴업급여를 받았지만 비급여인 병원비, 교통비,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경제적 피해도 점점 불어났다.

A씨는 현장작업의 재해위험요소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현대미포조선과 하청업체의 관리감독 소홀, 안전불감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미포조선의 문어발식 하도급관리구조, 고소작업차 운전자에 대한 허술한 작업관리와 면허관리, 작업장 내 적치물의 허술한 관리가 잘못된 점”이라고 적었다.

우선 A씨는 현대미포조선의 사업장내 고소작업차의 실소유주는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소이지만 차량점검 및 보수를 하청기업에게 하도급 주는 형식으로 관리시킨 점을 지적했다. 배차는 하청업체에서 하지만 고소차를 각 업체에게 배정시키고 교육시키는 등 총괄관리는 원청에서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차는 운전이수교육을 받고 운전자격증을 발부받은 사람만이 운전할 수 있다. 해당 자격증은 원청 직업훈련원에서 교육 및 발부한다.

또 작업자에게 내려지는 현장작업관리는 소속업체의 관리자가 하며 제반관리는 원청 소속 안전관리감독자가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렇게 다단계식으로 짜여 있는 관리구조로 인해 작업자에게 꼭 필요한 안전의식에 대한 불감증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원청과 하청의 맞물리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규명을 확실히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미포조선 측은 “다단계식 관리구조라는 주장과 관련해 협력업체하고 같이 일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국가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라며 “협력업체를 가지고 다단계라고 하면 더 이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내 협력업체에 대해 안전관리를 수시로 하고 있고 안전관리자를 별도로 두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사실관계 등의 부분에서는 A씨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해자는‘무자격자’

이밖에 A씨는 고소작업차 운전자에 대한 작업관리와 면허관리도 허술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운전한 가해자는 현대미포조선에서 고소차운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고소작업차 운전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였다”고 적었다.

그는 “무자격자가 운전하다가 발각되면 시정조치스티커를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에서 발부하지만 안 걸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많이 하고 있다”며 “운전미숙 및 유해위험기계에 안전의식 미흡이 산업재해발생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작업차는 중대형 특수작업차량이다. 고유번호가 있어 각 업체에 2~3대정도 배정되며 원청에서 배정하고 있다.

A씨는 “이 차량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유해 위험 기계이지만 차량하역운반기계로 분류되고 있다”며 “때문에 작업계획서 및 작업일지 등을 작성해야 하지만 형식상 블록번호만 기입하는 실정이며, 주변 확인 및 장애요인제거, 유도자배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없이 작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게차는 자격증을 국가에서 관리하고 법적규제를 받고 있지만, 고소작업차는 일반 고소작업대로 치부돼 있다”고 적었다.

A씨는 “고소작업차는 별도의 동력원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이 탑승해서 운전하고 충격하면 큰 부상까지 직결되는 위험차량”이라며 “가해운전자가 소속 작업장을 이탈해 위험차량을 무면허로 운전해서 타인의 신체를 훼손했는데 운전자 소속업체의 관리소홀과 운전자가 속한 하청업체의 도크작업장을 총 관리하는 현대미포조선의 관리 소홀이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청회사에서 고소작업차의 점검 및 보수를 하고 키를 꽂고 인계하는 방식을 관행으로 해왔다는 원청 관리감독자의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원청 및 해당업체 관계자들은 유해위험차량을 무단 방치해놓고 운전할 줄 몰랐다며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운전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고소차를 운전하도록 별도로 교육 및 취득하게 하면서 실제 현장에선 무면허자도 운전할 수 있게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고소작업차는 자동차로 분류되지만 사내용이라 등록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무면허 제재기준이 없다고 한다”며 “고소차의 작업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용되는 이상한 체계를 바로잡아 달라”며 “유해 위험 기계이지만 국가기술자격증에 빠져있는 차량하역운반기계의 산업안전보건법 법적규제가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현대미포조선 측은 “고소차 문제에 대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한 이유는 고소차를 하청업체가 빌려달라고 했을 대 그 업체가 책임을 지기로 했고 가해차량과 연관된 업체도 그 업체가 키 관리를 잘못해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원청에 책임을 묻는 것이 과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당한 사고에 대해 “고소작업차가 조선소 도크바닥에 있던 박스빔을 건드렸고, 그 박스빔이 낙하해 자신의 몸을 때린 사고”라며 “작업자가 원청 탑재팀에게 박스빔을 치워달라고 보고했지만 치우지 않고 3일 동안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해당 관계자들의 진술을 보면 사람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적치물이라 낙하할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며 “그렇지만 작업차량과 부딪치면 낙하할 수 있으며 사고현장 주위에는 위험표지판이나 경고물 등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적치물 관리 소홀 주장에 대해 현대미포조선 측은 “작업장 내에서 적치물을 허술하게 관리한 적이 없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업체든 직영이든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안전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A씨는 “원청인 현대미포조선과 하청업체가 예전부터 해오던 위험한 업무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오고 있다”며 “특히 차량하역운반기계의 허술한 관리로 예방될 사고가 재해로 이어지고 있고 수많은 근로자가 법적인 테두리 밖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A씨는 “가해업체가 폐업을 한 상태고 법인이라 피해보상을 받기 어렵게 됐다”며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준 총괄관리업체인 현대미포조선에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장 내의 차량은 외부에 나갈 일이 없다며 차량등록조차 안 되고 있다. 차체는 자동차관리법에 적용된다는데 아이러니한 부분”이라며 “건설기계등록도 안되어 있고 등록도 안 된 차량을 몇 십 년째 운전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고소작업차가 유해위험기계에 속한다는 규정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확립돼 있지 않다”며 “유해위험차량의 면허제도 개선과 더불어 안전규칙을 위반했을 때의 규정을 확립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원래 조선소 사업장은 도로가 아니고 모두가 작업장”이라며 “고소차는 생산설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원청 책임 없어”

현재 해당 하청업체는 폐업해 A씨가 요구하는 손해배상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미포조선 측은 “해당 사고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관리하고 있는 하청업체의 수가 너무 많고,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사고를 일일이 원청에서 책임질 수 없으며 관리 및 감독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2016년 연이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가장 많이 숨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현대중공업에서는 한해 무려 11명이 근무 도중 숨졌고 지난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3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연합)

A씨 사례와 같은 산업재해 피해자의 대부분은 하청근로자다. 원청인 대기업들에게는 대부분 기소유예, 불기소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있다.

근로자들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 경영진은 혐의 없음으로 풀려나고 현장책임자는 집행유예로 대부분 벌금으로 끝난다”며 “하청업체 근로자 산업재해에 대한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하며 원청 기업이 나서서 안전문제에 대한 개선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미포조선의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2016년에만 원·하청 노동자 11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당시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근로자였다.

현대미포조선 하청을 포함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하청지회 사무국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는 데 있어서 원청의 책임이 입증이 된다면 원청도 책임져야 되는 것이 맞다”며 “하청근로자들은 현대미포조선 공장 안에서 일하는 것이고 전체 공장에 대한 안전관리나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분은 현대미포조선에 책임이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청 관리자들이 제대로 처벌된 경우가 없었다”며 “하청업체의 산재건수로만 통계에 잡혔으나 올해부터는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이나 현대중공업 산재건수에 반영된다. 하청노동자들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산재사고 피해자들이 대부분 하청근로자”라고 덧붙였다.

또 하청지회 사무국 관계자는“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하청근로자의 사망사고가 지난 몇 년간 연속으로 발생했을 때 원청에서는 안전과 관련해 수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며“현장에서는 안전과 관련해 노동환경이 개선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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