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ㆍ文 관련주 ‘들썩’…낙관은 유동적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관련주, 30% 육박하는 상승세

개성공단 재개 기대감에 관련 기업들도 호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경제 제제 해제 선결돼야

한반도 해빙 무드가 고조되면서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들의 주가 호조를 예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로 증시 전반의 상승도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 경협주 및 문재인 대통령 관련주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북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철도, 시멘트 관련 종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개성공단 재개 기대감으로 해당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관련 테마주도 주목받고 있다. 대선 이후 주가가 상당부분 빠졌으나 해빙무드가 지속된다면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철도ㆍ시멘트 등 남북경협주 일제히 상승흐름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남북 경협 관련주들이 호조세를 띠고 있다. 특히 철도 관련 종목이 각광을 받았다.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도중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모두 고속철 이용이 가능해진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업체인 대아티아이는 27일 장중 한때 26.76%까지 상승하며 52주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과거 철도자동화사업을 진행했던 푸른기술(094940)은 상한가로 마감했고 철도차량용 제품을 생산하는 대호에이엘도 13.62% 오른 3920원으로 장을 마쳤다. 철도주로 분류되는 세명전기(5.65%), 리노스(5.53%), 현대로템(4.31%), 다원시스(3.31%) 등도 상승 대열에 동참했다.

시멘트 종목도 강세를 보였다. 쌍용양회우, 성신양회우, 성신양회, 현대시멘트, 쌍용양회 등 인프라 업종인 시멘트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띠었다. 전문가의 의견도 비슷하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작년 출하량 기준으로 계산하면 향후 북한 인프라 경협 사업이 추진될 때 사용되는 시멘트 양은 3000만톤에 달할 것”이라며 “국내 시멘트사의 생산량은 최대 8000만톤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송경로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해송이 가능한 해안사인 쌍용양회와 아세아시멘트 등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회담이 열린 27일 쌍용양회의 주가는 5.85%, 아세아시멘트 주가는 25.75% 급등했다.

이밖에 가스관(대동스틸, 동양철관), 비료지원(경농, 남해화학), 의약품 지원(녹십자), 금강산관광(현대엘리베이터), 개성공단(남광토건, 신원) 등 관련주의 주가의 호조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관련주는 예상보다 잠잠

남북 해빙모드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고공행진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문재인 테마주’라고 불리는 관련주들의 주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 관련주들은 아직까지 잠잠한 모습이다. 지난 대선 기간 급속하게 상승했다 점점 거품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화종 대표가 경남고 동문이라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의 ‘테마주’ 중 하나로 꼽혔던 DSR제강은 지난해 3월10일 장중 2만1000원까지 상승했으나 3월 말부터 하락하면서 대선 이후에는 7000원대까지 빠졌다. 이 같은 급등락 때문에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각종 정치테마주 종목에 대한 집중 감시를 시행하기도 했다. 27일 기준 DSR제강은 6230원으로 장을 종료했다.

우리들휴브레인 및 우리들제약도 문재인 테마주로 꼽힌다. 우리들휴브레인의 최대주주는 김수경 우리들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 관한 기억을 바탕으로 쓴 저서 ‘내 친구 노무현’을 출간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책 ‘운명’을 기획한 인물로 알려졌다. 우리들제약은 지난해 12월 1만3000원대까지 올랐고 27일 기준 1만2650원으로 장 종료했다.

이밖에 서희건설‧유성티엔에스(이봉관 회장이 경희대 총동문회장 출신, 문 대통령 선배), 대성파인텍(비상근 등기임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근무), 뉴보텍(한거희 대표이사가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 등도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지만 해당 회사들은 큰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간접적으로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인물과 관련한 테마주의 급등은 결국 거품붕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적인 투자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증시 호황 선제조건은…5ㆍ24조치ㆍ유엔 제재 해제

이번 해빙무드로 인해 증권가에는 국내 증시의 아킬레스건이자 저평가요인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평화협정에 대한 기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이 있다. 또 이에 따른 양호한 투자심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는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실질적인 활황을 띠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2010년 5·24 조치를 통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항해와 입항을 금지하고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포괄적인 내용이 담긴 5·24조치를 발표했다. 5·24조치가 천안함 폭침과 직접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관련 입장 표명이 없이 해제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온 직접적인 이유는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였다. 특히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안(2371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의결안에는 북한의 석탄과 철·철광석, 납·방연광(lead ore), 해산물 등의 수출을 봉쇄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의 노동자 국외송출을 금지하고, 북한과의 어떤 형태의 합작투자(joint venture)도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휘발유·경유·등유의 석유 정제품 공급량을 최대한 차단하고 외화벌이 해외파견 노동자들을 2년 이내 송환하도록 하는 조치가 담긴 ‘대북제재 결의안 2387호’가 채택됐다. 앞서 8월에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에서 빠진 북한 원유공급 차단이 포함되면서 북한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관건은 이제 북미회담에서 나올 결과와 함께 이를 실행에 옮길 북한에 대해 유엔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부다. 만약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유엔 안보리 제재 역시 완화 및 해제 수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한과의 교류를 넘어 본격적인 경제 협력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국내 증시에도 기대감이 증가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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