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 부족한 감독관들이 응시자 부정행위 차단 못해

지난달 27일에 있었던 우리은행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일부 응시자들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감독관들이 시험 감독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응시자들이 목격한 부정행위 유형은 시험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문제를 풀거나, 앞장으로 돌아가서 풀면 안 되는 직무적성검사 문제를 돌아가서 푸는 것 등이다.

직무적성검사가 시작되면 언어, 수리, 추리, 시각적 사고, 상황판단 논증과 연관된 100개의 문제를 2시간 동안 풀게 된다. 각 영역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고, 각 영역에 지정된 제한 시간이 지나면 시험장 중앙방송을 통해 다음 문제 관련 안내와 같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풀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일부 지원자들이 시간 여유가 있었던 2교시 마지막 인성 검사 영역 때 다시 앞 장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것을 본 일부 응시자들은 “감독관에게 말했지만 막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시험 시간이 끝났는데도 인적성 문제를 푸는 수험생들도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충남대에선 응시자들이 계속 항의를 하자 감독관이 시간이 끝났는데도 인적성 문제를 풀고 있는 응시자를 막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감독관들이 철저히 시험감독을 하지 않은 것과 입실시간에 비해 늦게 일부 응시자들이 도착한 것도 응시자들의 불만을 크게 만들었다. 시험시간에 맞춰 미리 도착해 있었던 응시자들은 늦게 도착한 이들이 자신들과 같이 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터뜨렸다. 지원자들 중에는 우리은행 시험 때문에 다른 공기업의 필기시험을 포기하고 온 이들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결국 신입 행원을 뽑으면서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시행했다. 부정채용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우리은행 공채에선 200명을 선발한다. 지원자는 2만여 명이고 서류전형 통과자는 3000명이다. 28일에 서울 중앙대와 대전 충남대에서 필기전형이 진행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시험 부실 감독 문제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은 우리은행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을 찾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험자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이 입실시간을 넘긴 사람들을 왜 입실시켰느냐는 것과 핸드폰 사용, 시험 중간 2교시 말미에 앞으로 돌아가서 푼 것”이라며 “1시10분까지 입실이었는데 1시30분에 착석한 응시자도 응시할 수 있게 해줬으며 시험 시작은 1시50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사본부에서 구조적으로 도착했는데 고사장을 못 찾아서 늦은 응시자들에게 배려를 한 것 같은데 논란이 됐다”며 감독관이 1교시 과목 오답 시 감점처리 된다고 잘못 설명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시험 감독관에 대한 징계여부에 대해선 “위탁을 한 상황이어서 감독관들이 우리은행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위탁을 한 것이며 전달이 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수탁 받은 기관에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시험 실시 여부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우리은행 이광구 전 행장 등 임직원 5명은 2015년부터 2017년 우리은행 공채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에 있었던 지원자 37명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있는 상태다.

한편 시험 응시자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필기시험 부정행위 문제와 관련된 기사에 댓글을 적은 한 네티즌은 “시험 보고 온 사람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며 “제가 있던 고사장에서도 지각자 3명 아무 제재없이 시험 응시했고, 디지털 직무 고사장 중 한 곳에서는 방송을 다 무시하고 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하면서 정말 미흡하게 준비한 것과 감독관들의 부실 감독이 매우 실망”이라며 “일부 지원자들의 양심 없는 행동을 보니 너무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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