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진입 우선권, ‘폭 넓은 쪽’에 있는 것 몰랐나

교차로 진입 접촉사고에서 숙지해야 할 도로교통법 제26조 2항

메리츠화재 자동차보험계약자 차량, 우회전 통한 교차로 진출 과정에서 접촉사고

도로 폭 더 넓은 곳에서 진행 중이던 상대방 차량… 진입 우선권 있던 사실 몰랐나(?)

메리츠화재가 교차로 진입 우선권은 폭이 더 넓은 도로에서 진행 중이던 차량에 있다는 점을 간과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적받을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메리츠타워.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메리츠화재(대표 김용범)가 교차로 진입으로 발생한 접촉사고에 대해 자사 보험계약자의 사고 상대방에 과실을 묻다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메리츠화재 측은 그 사고 상대방이 사고 당시 과속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과속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이 사건 접촉사고에 대한 소송에서 도로교통법상 교차로 진입 우선권은 폭이 더 넓은 도로에서 진행 중이던 차량에 있다는 점을 간과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적받을 만한 정황도 나타났다.

차량 간 접촉사고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 태만과 안전거리 미확보, 신호위반 그리고 과속 등이다.

이 세 가지는 보험사들이 사고 당사자들 간 과실비율을 따지는 데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교차로 진입이나 차선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접촉사고의 경우 이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위해 보험사 측은 도로교통법 제5조 1항 그리고 제19조 3항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우선 도로교통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와 차마 운전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 등을 따라야 한다.

이어 같은 법 제19조 3항에서는 모든 차량 운전자는 차의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 그 변경하려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다면 진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교차로 진입과 차선 변경으로 인한 접촉사고 당사자들 사이의 해당 법규에 대한 위반 여부를 꼼꼼히 따져 과실비율을 책정하게 된다.

그런데 교차로 진입으로 인한 접촉사고에 있어서 보험사들이 보다 더 철저히 숙지해야 하는 법 조항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같은 법 제26조의 2항이다. 여기서는 차량 운전자가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않은 교차로에 들어가려고 할 경우, 그 차가 통행하고 있는 도로의 폭보다 교차하는 도로의 폭이 넓은 경우 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폭이 넓은 도로로부터 교차로에 들어가려고 하는 다른 차가 있을 때에는 그 차에 진로를 양보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 또는 교통신호등이 없다는 조건 하에, 폭이 넓은 대로에서 통행을 하고 있는 A 차량 그리고 폭이 좁은 도로에서 A 차량이 향하는 방면으로 교차로 진입을 하려는 B 차량이 있다면, 진입 우선권은 폭이 넓은 도로에서 통행하는 A 차량에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대법원에서는 해당 법규에서 말하는 ‘폭이 넓은 도로’의 의미에 대해 운전자가 자신이 통행하는 도로의 폭이 교차하는 도로의 폭보다 상당히 넓다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한다는 판례(대법원 1997년 6월 27일 선고, 97다14187)를 남겨두고 있다.

만약 A 차량이 왕복 6차선 그리고 B 차량이 편도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면, 운전자 스스로 판단했을 때 당연히 A 차량의 경우가 폭이 넓은 도로에 해당한다.

때문에 교차로 진입으로 인한 접촉사고에서 보험사들은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 태만과 과속 여부 역시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도로 폭에 따른 교차로 진입 우선권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가장 필수적으로 확인해 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일부 보험사 중에는 이 부분을 다소 간과한 채 사고 과실비율을 정하다가 법적인 분쟁까지 이어가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하 메리츠화재)의 사례가 그랬다. 메리츠화재 측은 자사 자동차보험계약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교차로 진입 중 접촉사고를 일으켰고, 상대 차량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 태만과 과속으로 인한 과실을 지적했다.

이어 메리츠화재는 상대 차량 운전자 측 자동차보험사에 과실비율에 따른 구상금 등을 청구했지만, 최근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영상만 제대로 보면, ‘넓은 도로 폭’도 보였을 것

지난해 3월 A씨는 차량 운전 중 사거리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편도 3차로의 3차선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당시 해당 편도 3차로의 3차선에서는 B씨가 몰던 차량이 직진 신호에 따라 A씨가 진출하려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었고, 결국 두 사람의 차량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구체적으로 A씨의 차량 왼쪽 전면부가 B씨의 차량 오른쪽 전면부와 옆 부분을 충격했다. 이에 B씨와 그의 차량 동승자인 D씨는 병원 치료를 받게 됐고, A씨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던 메리츠화재는 B씨 등에 치료비 명목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어 메리츠화재는 A씨와 그의 차량 동승자 C씨에 대해서도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메리츠화재가 이 사건으로 지급한 보험금은 총 600만원 이상이었다.

직진 주행 중이었던 B씨의 차량 그리고 소위 교차로 ‘껴들기’를 시도했던 A씨의 차량 간 접촉사고로, 이 상황에서 직진 차량의 진행이 우선이라는 점은 상식적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A씨 측의 이 사건 접촉사고에 대한 과실책임이 더욱 클 가능성이 높았다.

도로교통법 제26조의 2항에 따라 교차로 진입 우선권은 도로 폭이 더 넓은 곳에서 진행 중인 차량에게 있다. (사진=연합)
그런데 얼마 뒤 메리츠화재는 B씨 측의 이 사건 접촉사고에 대한 과실이 있었다며 보험금 지급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당시 B씨가 전방주시의무 태만과 과속 운전으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고, 이에 B씨 측 과실비율 역시 30%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B씨와 자동차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 측이 메리츠화재가 이 사건 접촉사고로 인해 기존에 지출한 보험금 일부에 대해 구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메리츠화재는 B씨 측 자동차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사건 항소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메리츠화재 측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 재판은 이미 1심에서 메리츠화재 측 패소 판결이 내려졌지만, 메리츠화재 측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최근 항소심에서 마저 1심과 같은 메리츠화재 측 패소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이 사건 접촉사고에 있어 메리츠화재 측의 보험금 지급이 정당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동시에 메리츠화재 측이 ‘부족한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 사건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A씨 차량과 B씨 차량의 사고 당시 영상을 참고했다.

영상 속에서 B씨가 직진하던 편도 3차로의 폭은 A씨가 교차로 우회전 이전에 진행하던 도로의 그것보다 더 넓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도로교통법 제26조의 2항에 따라 도로 폭이 더 넓은 곳에서 진행 중이던 B씨에게 우선 진입권이 있었던 것이 명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우회전을 하기 전에 정지하거나 서행하지 않은 채 B씨의 차량이 진행하던 3차선으로 진입하려고 했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교차로 진입으로 인한 이 사건 접촉사고의 가장 중대한 과실 책임은 A씨 측에 있었다.

심지어 영상 속 B씨의 차량은 직진 신호에 따라 직진 중이었고, 메리츠화재 측 주장처럼 과속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 측이 이 사건 영상만 제대로 분석했다면 그리고 도로교통법 제26조의 2항에 대해 보다 철저히 숙지를 했다면, 과연 항소심까지 재판을 끌고 갈 이유가 있었을 것이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B씨 차량이 진행하던 도로가 A씨 차량이 진행하던 도로보다 넓으므로 B씨 차량에 (진입) 우선권이 있었다”라며 “A씨 차량은 우회전을 하기 전에 정지하지 아니한 채 B씨 차량이 진행하던 차로로 진입하려 했고, 이미 B씨 차량이 A씨 차량의 앞을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A씨 차량이 뒤늦게 B씨 차량 진행 차로로 진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결국 이 사건 접촉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A씨 차량에 있었고, 일부 책임이 B씨 차량에 있음을 전제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메리츠화재 측 주장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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