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논란 이어‘부실 감독’ 시비

채용 비리 논란으로 이광구 前 행장 물러나

시험 응시자 “부실 감독, 우리은행은 사과하라”

우리은행 “취준생들에게 도움 주려 애썼다”

우리은행이 채용 문제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진행됐던 우리은행 공개채용 필기시험 감독이 잘못됐으며, 우리은행이 응시자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필기시험 부실 감독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도 올라갔다.

자신이 우리은행 입사지원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우리은행 채용시험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부정행위가 빈번히 자행됐다”라며 “청와대 및 금융당국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우리은행 지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채용 비리 논란으로 행장 사퇴

우리은행의 이광구 전(前) 행장은 지난해 11월2일 채용 비리 논란 때문에 물러났다. 은행권 채용 비리 논란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우리은행의 채용 비리 주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행장은 지난해 11월 2일 전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과 고객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 간담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신속히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016년 신입 공채에서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 및 친인척 등 16명에게 특혜를 줘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우리은행 신입 행원 채용 비리 문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16일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은행장과 남 전 부문장, 인사담당자 4명은 인사 청탁자와 은행 내부 친·인척 명부를 제작한 다음 명부에 있는 자녀들이 서류전형이나 1차 면접에서 불합격했더라도 합격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공채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10명, 2016년 19명, 2017년 8명까지 모두 37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1명이 최종 합격됐다.

필기시험 부실 감독 논란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우리은행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일부 응시자들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독관들이 시험 감독을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응시자들이 언급한 부정행위 유형은 시험 시간이 끝났는데도 계속 문제를 풀거나, 앞으로 돌아가서 푸는 것이 금지돼 있는 직무적성검사 문제를 돌아가서 푸는 것 등이다.

직무적성검사는 언어, 수리, 추리, 시각적 사고, 상황판단 논증과 연관된 100개의 문제로 구성돼 있다. 응시자는 이 문제들을 2시간 동안 풀게 된다. 각 영역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각 영역에 지정된 제한 시간이 끝나면 시험장 중앙방송을 통해 다음 영역 관련 안내와 함께 다시 앞으로 가서 문제를 풀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일부 지원자들이 2교시 마지막 인성 검사 영역 때 다시 앞부분을 펴서 문제를 풀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모습을 목격한 일부 응시자들은 “감독관에게 말했지만 문제를 푸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험 시간이 끝났는데도 인적성 문제를 푸는 응시자들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해진 입실시간보다 늦게 일부 응시자들이 도착했지만, 이들이 다른 응시자들과 같이 시험을 본 것도 응시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먼저 도착해 있었던 응시자들은 늦게 도착한 이들이 자신들과 같이 시험을 보는 것을 보고 분노를 터뜨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결국 올해 신입 행원을 뽑으면서 부정채용을 막기 위해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이번 우리은행 공채에선 200명을 뽑는다. 지원자는 2만여 명이며 서류전형 통과자는 3000명이다. 서울 중앙대와 대전 충남대에서 필기시험이 진행됐다.

시험 부실 감독 문제 때문에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은 우리은행은 이번 사태 수습 대책을 찾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험자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이 입실시간을 넘긴 사람들을 왜 입실시켰느냐는 것과 핸드폰 사용, 시험 중간 2교시 말미에 앞으로 돌아가서 푼 것”이라며 “1시10분까지 입실이었는데 1시30분에 착석한 응시자도 응시할 수 있게 해줬으며 시험 시작은 1시50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사본부에서 시험장소에 도착했는데 고사장을 못 찾아서 늦은 응시자들에게 배려를 한 것 같은데 논란이 됐다”며 감독관이 1교시 과목 오답 시 감점처리 된다고 잘못 설명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시험 감독관에 대한 징계여부에 대해선 “위탁을 한 상황이어서 감독관들이 우리은행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위탁을 한 것이며 전달이 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수탁 받은 기관에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시험 실시 여부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시험 응시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필기시험 부정행위 문제 관련 기사에 댓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시험 보고 온 사람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며 “제가 있던 고사장에서도 지각자 3명 아무 제재없이 시험 응시했고, 디지털 직무 고사장 중 한 곳에서는 방송을 다 무시하고 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하면서 정말 미흡하게 준비한 것과 감독관들의 부실 감독이 매우 실망”이라며 “일부 지원자들의 양심 없는 행동을 보니 너무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이 사과해야”

시험 응시자들은 우리은행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번 시험 본 취준생인데 공정 원칙을 지켜야 하는 업무가 은행에서 돈을 다루는 업무이며 이를 자소서에서도 물어본 곳에서 이런 식의 부정이 난무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꼭 공론화 및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응시자들에게 사과를 할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라며 “다른 시중은행 중에는 올해 상반기에 채용 안하고 있는 곳들도 있는데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몇 명을 뽑겠다고까지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한 이유는 채용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라며 “이런 것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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