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은행 빅5, 금고 쟁탈전 ‘점입가경’

신한ㆍ우리ㆍKBㆍ하나ㆍ농협 기관영업 사활 걸어

신한, 서울시금고에 이어 서울 25개 구금고까지?…우리, 저지 총력

KB, 기관영업 전문가 허인 행장 앞세워 시금고 탈락 만회 노려

22조 예산 걸린 광역단체 4곳 새 금고지기 경쟁도 격화


  • (사진=연합뉴스)
103년 만에 서울의 금고지기가 바뀌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는 금고 지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열어 향후 4년간 30조 원 규모의 서울시 1금고(일반·특별회계)를 신한은행에, 2조원 규모인 각종 기금인 2금고를 우리은행이 관리하게 했다.

업계의 관심은 출연금 규모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제출한 서울시금고 사업제안서에 1금고 3050억 원, 2금고 1200억 원 등 총 4250억 원의 출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우리은행이 입찰을 따낼 당시 써낸 금액(1400억 원)보다 3배가 넘는 금액이다. KB국민은행은 1금고 2400억 원과 2금고 600억 원, 우리은행은 1금고와 2금고 각각 1000억 원씩을 제안했다.

시중은행들은 올 하반기 자치단체 금고지기를 놓고 다시 한번 경쟁을 펼친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함께 인천, 전북, 제주, 세종 등 4개 광역자치단체의 금고 운영권 입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치구 금고 경쟁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진검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크고 KB국민은행 역시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 광역단체 금고은행 선정은 농협은행의 수성이 관전 포인트다.

1차 목표 달성한 신한…다음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따내면서 관심은 자연스레 서울시 자치구 금고지기의 향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금고 은행 약정은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이에 하반기 각 구별로 차기 금고 운영 은행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체단체 금고지정 현황에 따르면 21개 구의 금고는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용산구는 1·2금고 모두 신한은행이, 양천구와 노원구의 2금고를 국민은행이, 강남구는 기금 부분을 신한은행에 맡기고 있다.

대다수의 자치구가 우리은행에 금고를 맡긴 이유는 업무상 편의를 위해 본청과의 시스템 통일 때문이었다. 현재 용산구 금고를 담당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은행의 서울시 이택스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달라졌다. 시금고 운영권이 신한은행이 바뀌면서 구금고 운영권의 주체도 바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용산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로서는 신한은행이 앞선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기세를 몰아 구금고 탈환을 예고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금고뿐만 아니라 자치구금고와 신규 고객 유치까지 고려해 출연금을 산정했다”며 “시와 구금고를 포함한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수익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금고를 놓친 우리은행은 구금고 사수를 천명했다. 자치구 공무원만 3만 명에 달하는 데다 서울시 1금고 입찰 실패를 만회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도 입찰 참가를 고려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KB는 서울시금고 입찰에 총 3000억 원을 써냈다. 단순히 들러리로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배경에는 기관영업 전문가인 허인 행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자치구금고 입찰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각 구별로 입찰을 진행하는 터라 규모가 큰 자치구에 대한 개별 입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4년 강남구의 구금고 공개경쟁 입찰 규모는 3조 3000억 원이었다. 세종시 올해 예산(1조5000억 원)의 2배가 넘는다.

22조 달린 광역단체 4곳 금고 입찰, 승자는 누구

인천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광역자치단체 4곳의 금고은행 선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4곳의 예산은 22조 원을 웃돈다.

4곳 가운데 가장 예산이 많은 곳은 인천시(8조9000억 원)다. 현재 인천시 1금고는 신한은행,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본청 이외에 자치구 역시 올해 말로 금고 사업권 약정이 끝난다. 현재 인천 자치구 가운데 강화, 옹진(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 신한은행이 2008년부터 1금고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1·2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물론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을 갖춘 KEB하나은행, 기관영업에 사활을 쏟고 있는 KB국민은행 등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7월께 입찰 공고를 낼 방침이다. 전례처럼 1금고를 따낼 은행이 자치구금고 입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가의 전망이다.

세종시도 금융권의 각광을 받고 있다. 예산은 1조원 규모로 4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적지만 공무원 등 우량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알짜배기라는 평가다.

전북(6조4000억 원)과 제주(4조 원)의 경우 현재 1금고는 NH농협은행이 2금고는 지역은행(전북은행, 제주은행)이 맡고 있다. 지역 특성상 NH농협은행의 아성을 깨기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4곳 가운데 3곳(세종, 전북, 제주)을 수성해야 하는 NH농협은행의 자리를 노리는 타 은행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터라 NH농협은행이 텃밭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소비자 부담 증대 우려돼”…“평가 항목 바꿔야”

시중은행들이 지자체를 포함해 공공기관 등 기관영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관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데다 우량고객인 소속 구성원을 한꺼번에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정 확보가 절실한 자치단체와 수년간 안정적 수익원 확보가 필요한 은행 입장에서는 윈-윈(Win-Win) 게임”이라며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관영업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잠재 고객 확보 등 결국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권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출연금 확대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만 기관으로 흘러가고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대출 금리 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당 경쟁으로 우려되는 대출 금리 인상 등의 인과관계를 밝히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은행의 출혈 경쟁을 자치단체가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입찰에서 서울시가 제시한 평가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 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지역 사회 기여(5점) ▲시와의 협력사업(4점) 등으로 5개로 구성됐다. 금융권에서는 배점이 낮은 지역사회기여·시와의 협력사업을 당락을 가른 변수로 본다. 고배점 항목은 은행간 큰 변별력을 나타내지 못한 반면 출연금에 해당하는 지역사회기여·시와의 협력사업 항목에 차이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에 입찰 항목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해외의 경우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비롯해 제공 가능한 금융상품의 다양성 및 기술적 제공 능력을 중요시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는 은행 제안서 평가 시 100점 만점의 평가표 중 제공계좌의 기능(30), 전산운용 능력(30), 대정부 관계(20)에 80%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자치단체의 출연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출연금 적시 활용을 위한 효율적 현금흐름 장치에 대한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자치단체의 투자역량 강화를 통해 유휴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면서 “은행 측의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소비자나 중소기업에 돌아가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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