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돈 붓는 꼴 된 해외진출

아시아 7개국 진출한 롯데GRS…해외법인 모두 적자행진

베트남 법인 2017년 영업이익 흑자…점포당 40만 원 수준

누적 손실 1000억 원에 달하는 버거킹재팬…애물단지 전락

롯데리아의 베트남 쩐흥다오점 모습. (사진=롯데리아)

롯데지알에스(롯데GRS, 구 롯데리아, 대표 남익우)의 해외 사업이 긴 부진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롯데지알에스는 아시아 7개국(베트남,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에 해외진출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버거킹재팬을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성과는 미미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알에스는 4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지만 적자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나마 베트남 법인이 지난해 영업이익 약 8800만원을 내며 흑자를 기록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다.

외식업을 기반으로 하는 롯데지알에스의 해외시장 성공은 필수적이다. 국내 외식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외식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형 외식업체들의 국내 사업확장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이 절실하지만 영업손실이 해마다 누적되면서 투자 및 출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2016년 11월 롯데그룹의 롯데글로벌로지스 인수에 참여하면서 약 1000억원의 비경상적 투자 소요가 발생한 상황에서 해외 법인의 적자 행진은 채무 부담의 증가로 다가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최다 해외 출점국…영업이익은 고작 8800만 원

베트남은 롯데지알에스가 해외진출한 아시아 7개국 가운데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롯데지알에스는 1998년 롯데리아 1호점을 시작으로 롯데리아 222곳, 엔제리너스 커피전문점 4곳 등 총 226곳의 매장을 출점시키며 베트남 시장 정복에 나선 상태다. 가장 많이 투자하고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베트남 진출 19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부문에서 약 8800만 원 흑자를 기록했을 뿐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지알에스 베트남 법인(Vietnam Lotteria Co.,Ltd.)의 매출액은 상승추세다. (2012년 316억, 2013년 490억, 2014년 680억, 2015년 753억, 2016년 680억, 2017년 726억 원) 매출액은 2015년 753억 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2016년 680억 원으로 주춤했지만 지난해 726억 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12% 증가한 수치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12년 18억 원, 2013년 21억 원, 2014년 16억 원, 2015년 28억 원, 2016년 3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으로 전환한 상태다. 롯데리아 측은 “최근 2∼3년간 수익이 잘 나지 않는 매장은 정리하고 거점 점포에 주력하는 등 내실화 다지기에 주력한 것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워낙 적은 수준이라 올해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도 흑자기조가 유지된다면 내실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다시 손실로 돌아설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은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희망적 신호는 보인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같은 기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롯데지알에스 베트남법인은 2012년 20억 원, 2013년 22억 원, 2014년 10억 원, 2015년 61억 원, 2016년 70억 원의 당기순손실의 실적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약 9억 9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나타내며 전년 당기순손실(70억 원) 규모를 대폭 줄였다. 2016년보다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손실 지표가 개선된 모습이었기 때문에 올해 더 나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 행진을 펼치다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자세히 따져보면 1년 동안 한 점포당 4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낸 것이다. 베트남 경제수준을 고려하더라도 롯데그룹의 규모를 봤을 때 상당히 초라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덩치 큰 골칫덩어리, 버거킹 재팬…계륵으로 전락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등 자체 브랜드로 해외 진출하는 것 이외에도 롯데지알에스는 현재 버거킹 재팬 홀딩스(Burgerking Japan Holdings Co.,Ltd)를 통해 버거캥 재팬(Burgerking Japan Co.,Ltd)을 경영하고 있다. 롯데지알에스의 전신 롯데리아는 지난 2010년 일본 롯데리아로부터 실적난에 허덕이는 버거킹 재팬을 단 돈 100엔(약 927원)에 인수했다. 일본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버거킹 재팬의 채무 210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 업체를 사들였다.

인수 이후 수익성을 낼 만한 곳에 신규 오픈을 하는 등 외형 확대에 치중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한 번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버거킹 재팬 인수 이후 7년 동안 롯데지알에스가 남긴 성적표는 누적 순손실 1010억 원이다. 그나마 위안은 당기순손실이 2016년부터 100억 원 이하로 떨어졌다는 씁쓸한 성적표다.

문제는 버거킹 재팬에 들어가는 돈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지알에스는 지난해에만 850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섰다. 지난 연말에는 98억 원 규모(10억 엔)의 운영자금 대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른바 긴급수혈이다.

버거킹 재팬은 사실상 부채로 연명하고 있다. 회사의 자산규모는 297억원이고 부채규모는 996억 원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부채규모는 2012년에는 613억 원이었는데 꾸준히 늘어 1000억 원에 육박한 수준이 됐다.

다행히도 2013년을 기점으로 버거킹재팬의 매출은 늘고 당기순손실의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버거킹 재팬은 2013년 매출 651억 원을 기록한 이래 2014년 658억 원, 2015년 739억 원, 2016년 940억 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945억 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유지되고 있지만 감소하는 추세다. 2013년 버거킹 재팬의 영업손실은 110억 원, 당기순손실은 228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4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99억 원, 143억원, 2015년에는 65억원, 104억원, 2016년 45억원, 9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영업손실 58억 원에 당기순손실 84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그나마 줄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롯데지알에스는 버거킹재팬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버거킹재팬의 실적 부진이 고스란히 롯데지알에스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어가는 상황이다.

적자 행진이 거듭되자 매각시도도 있었다. 지난 2015년 초 당시 롯데리아는 국내 3대 회계 법인 중 한 곳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으나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버거킹재팬은 향후 롯데지알에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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