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유관계 오해(?)한 LH공사

농지법 시행령상 농업인, ‘1000㎡ 이상의 농지에서 경작 또는 재배’해야

LH공사, 농지 수용에 따라 농업인에게 농업손실보상금 지급한 뒤 반환 요구

법원 “A씨·B씨, 단순 토지공유 관계로 농업인 명백” 판결

농업인 요건 및 토지 공유관계 판단에 대한 오해 그리고 농업손실보상금 반환을 둘러싼 LH공사의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농지 공유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해 명백한 법적 농업인을 농업인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잘못 주장한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LH공사 측은 이들 농업인들에게 자신들이 기존에 지급한 보상금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 끝에 패소했다.

농지법 시행령 제3조에서는 농업인의 요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 조항에 의하면, 농업인이란 1000제곱미터(㎡) 이상의 농지에서 농작물이나 다년 생식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를 뜻한다.

또 여기서 농지란 농지법 제2조 제1호 등에 따라 전(田)과 답(畓), 과수원, 그 밖에 실제 농작물 경작지나 다년 생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를 말한다.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은 앞서 언급한 농업인들이 소유 및 경작하는 농지를 수용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 있어 왔다.

특히 공공택지 개발사업에 필요한 농지 등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해 취득하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의 제48조에 의해 수용할 농지를 소유 및 경작하는 농업인에게 영농 손실액을 보상해야 한다.

물론 농지법 시행령에 따른 농지가 아니거나, 농업인이 아닌 자가 소유 및 경작하고 있는 농지의 경우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상 손실 보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농업 사회이자 국토의 상당수가 농지였던 국내 특성상, 공적인 토지 개발사업 등에서 농지 수용에 따른 영농 손실액 보상은 흔하게 이뤄져 왔다.

다만 ‘1000㎡ 이상의 농지에서의 경작 또는 재배’ 그리고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 등 농업인 성립 조건에 충족되는지 여부를 두고 사업 시행자와 농민 사이의 의견 충돌을 빚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예를 들어 농민이 경작하는 농지 면적이 950㎡이면서, 1년 중 해당 농지에서 85일만을 농업에 종사했다면, 이 농민은 단순 경작인일 뿐 농업인으로 볼 수 없어 공공택지 개발 사업에서 농지 수용에 따른 손실 보상금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이 한 사람이 아닌 복수인 경우, 다소 복잡한 셈법이 발생할 수 있다.

농지법 시행령이 1000㎡ 이상의 농지에서의 경작 또는 재배하는 점 등을 농업인의 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 ‘농지의 소유관계’에 대해서는 달리 제한이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복수의 농민들이 해당 경작지를 공유하는 관계인지, 아니면 각각이 같은 경작지의 일부분을 특정해 구분 소유하는 관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같은 농지에서 경작하는 농민 중 어떤 사람은 농업인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농업인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농민들 각각이 1000㎡ 이하의 농지에서 경작 중이라고 할지라도, 경작지 공유 관계로서 합산을 통해 1000㎡ 이상의 농지 조건을 충족하면 모두 농업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법원의 판결을 통해 밝혀진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의 사례는 앞서 언급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위해 수용할 농지의 농업인 성립 요건을 오해해 적용했다.

이에 LH공사 농지 수용에 따른 손실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까지 가는 법정다툼 끝에 패소했다.

단순 토지 공유관계였던 두 사람… 배타적 소유관계로 바라본 LH공사

LH공사는 지난 2016년 말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택지 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있었고, 개발 예상 지역 중 A씨와 B씨가 반반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임야 1070㎡를 수용하려 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13년 넘게 해당 임야를 반반씩 소유하며, 이곳에서 농작물을 공동으로 경작해 왔다.

이후 A씨·B씨는 이 임야에 간헐적으로 농작물 경작을 하면서 LH공사가 수용을 계획할 당시에는 밭으로 사용 중이었다.

LH공사는 택지 개발사업을 위해 해당 임야를 수용하기로 결정했고, 이 임야가 농지로서 A씨·B씨가 여기서 농작물을 경작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LH공사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에 따라 농지 수용에 따른 농업손실 보상금 180여만원을 두 사람에게 각각 지급했다.

그런데 LH공사는 얼마 뒤 A씨·B씨에 지급한 농업손실 보상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 보상금은 농지법에서 정한 농업인이 경작하는 토지에 대해 지급하는 것이며, 농업인 성립 요건은 1000㎡ 이상의 농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해야 하는데, 두 사람은 각각 해당 임야의 면적의 절반씩인 535㎡만을 경작했으므로 농업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A씨·B씨가 자사로부터 각각 지급받은 보상금은 부당이득으로서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A씨·B씨는 LH공사 측의 자신들이 농업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반발했고,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LH공사 측은 두 사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서울북부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이어 최근 항소심 판결이 난 이 사건 재판은 LH공사 측 패소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 재판부는 우선 A씨·B씨가 LH공사로부터 농업손실 보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제출한 ‘농지 경작 사실확인서’에 주목했다. 여기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경작 면적을 535㎡라고 기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 부분만 본다면 두 사람이 1000㎡ 이상의 농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해야 한다는 농업인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못했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었다. 다만 재판부는 535㎡의 기재 사유에 대해 파악하면서 LH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가 받아들인 사실에 따르면, A씨·B씨가 경작 사실확인서에 경작 면적을 535㎡라고 쓴 이유는 총 농지 중 각자의 소유 면적에 비례해 지급되는 농업손실 보상금을 청구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각각이 농지의 일부분을 특정해 소유하며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가진 구분 소유적 공유 관계가 아니었다는 판단이었다.

쉽게 말해 1070㎡의 농지에서 두 사람이 공평하게 농업손실 보상금을 지급받기 위한 목적으로 반반으로 지분을 나눴을 뿐, 전체에서 소유권 자체를 나누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A씨·B씨는 이 농지를 과거부터 함께 경작하면서 토지 소유권을 나누지 않은 단순한 공유관계를 유지해 왔다.

재판부는 “농지법 시행령은 농업인의 요건에서 농지의 소유관계에 관해서는 달리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라며 “1000㎡ 이상의 농지인 이 사건 토지를 함께 경작한 A씨·B씨는 농지법 시행령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농업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결국 A씨·B씨는 농지법 시행령상 농업인으로서 LH공사로부터 받은 농업손실 보상금 역시 부당이득금이 아닌 정당한 권리 행사를 통해 취득한 금액이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대표하는 LH공사가 농지 공유관계를 잘못 파악해 농업인을 농업인이 아니라고 정의하며, 자신들이 지급한 보상금을 부당이득금이라며 되돌려 받으려 했던 부분은 매우 아쉬우며 개선해야 할 점이라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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