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대기업 횡포” vs 현대제철“관계없다”

협력업체 측, 불분명한 계약 통한 협력업체 부당이용

현대제철 측, 직접 계약 당사자 아니다…다른 업체도 마찬가지

협력업체 파산위기…현대제철 “책임질 일 없어”, 정부부처 “보상 어렵다”

현대제철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사진=연합)

예진협 기자

현대제철이 협력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측은 해당 협력업체와 직접 계약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현대제철의 횡포에 죽어가는 저희 회사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외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양지스틸이라는 업체 사장’이라고 소개하며, “현대제철은 그동안 달면 빨고, 쓰면 뱉어 버리는 식으로 협력업체에 대응해 왔다. 힘없고 인맥 없는 저는 그동안 현대제철의 노리개였다”는 호소로 글을 시작했다.

양지스틸의 A사장에 따르면 사외창고란 현대제철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공장 내에 적재를 못해 사외로 이송 보관하는 창고를 말한다. 그는 청원 글을 통해서 현대제철이 아무런 투자 없이 사외창고를 이용하고, 창고확보 및 운영비용은 모두 협력업체로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양지스틸이라는 업체는 지난 2011년 처음 현대제철의 의뢰를 받아 현대제철 제품 냉연코일을 보관하기 시작했고 현대제철 쪽에서 적극적으로 저희 회사에 보관을 요청했다.

양지스틸은 현대제철의 상황에 대응해주기 위해 창고임대, 크레인 설치, 인건비 등의 비용을 대출 등을 통해 5억 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했지만 그 해 보관비로 들어온 금액은 고작 1억 5000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인건비와 창고임대료, 설비투자비를 빼면 마이너스가 됐다.

A사장은 “앞으로 물량이 많아질 것이라는 유혹에 현대제철을 믿고 기다렸다. 실제로 물량이 많았던 때도 있었는데 현대제철에서는 물량이 많으면 오랫동안 지속될 것처럼 창고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17억 원의 추가 대출을 받아 최대 6곳을 짧게는 2개월, 길게는 25개월 임대해 운영했고, 창고 임대료와 크레인 설치를 해가며 창고를 늘려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소나기성 물량과 야간(철야)일과 기약 없는 기다림뿐이었다. 지치고 빚만 떠안고 하나둘씩 철수를 해야 했다”며 “그러던 중 우리에게 와야 할 물건들이 힘 있고 빽있는 제조업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정부에서 제조업 공장으로 지원받고 세금혜택을 받아서 지은 공장을 불법으로 물류창고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 측, 불분명한 계약 통한 협력업체 부당이용

A사장은 “지난 2017년 3월 20일 다시 수출용 후판 전용 창고 1000평을 다시 긴급하게 진행하여야 한다고 하여 5억 원을 투자하여 7개월 동안 운영하였고, 이후 갑자기 누군가의 지시에 물량을 끊어 버려 3개월 동안 매출이 없었다”며 “당시 2억 5000만원의 손실을 입었고 현재까지도 제품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항의도 하고 호소문도 보내 봤지만 바라보는 시선만 따가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계약관계가 불분명하여 따질 수도 없었다. 현대제철은 저희에게 직계약을 해주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해주지 않았다”며 “계약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상위 협력업체, 양지스틸로 이어졌다. 쉽게 말해 저희 회사(양지스틸)는 현대제철 협력업체의 협력업체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제철 측은 “올해 현대제철의 수출물량이 감소했다. 수출물량을 보관하는 곳이 사외창고인데 올해 5월 달 들어 설비 생산량이 감소했고 사외창고 물량도 감소했다”며 “양지스틸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그 외 사외창고도 물량이 동일하게 감소해 마찬가지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특정업체(양지스틸)에만 불이익 가져다 준 것은 아니며 다른 곳도 동일하게 물량이 감소된 사항으로 경영상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측 “직접 계약 당사자 아냐,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

현대제철 측은 “무엇보다 당사는 직접계약 당사자가 아니며 물류업체들이 중간에 껴 있는 구조다”며 “청원글에서 주장하는 ‘불분명한 계약’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양지스틸과 같은 사외창고를 담당하는 협력업체는 많은 수는 아니다. 회사가 의도적으로 해당 업체에 손실을 끼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A사장은 “하위 협력업체가 손실이 나도 상위 협력업체 및 그 윗선의 업체들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못하는 불합리한 계약관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질적인 업무는 상위 협력업체를 배제하고 양지스틸과 직대응하면서, 유독 돈 관계에서만 상위 협력업체를 끼고 지급한다”며 “계약서상 보전물량에 대한 명확한 수치도 없고 계약서에 현대제철에 불리한 조항들은 기록되어 있지 않으며, 사건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하위 협력업체가 떠안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청원글에 따르면 운송업계는 정부에서 다단계법을 만들어 다단계가 근절되었지만 물류창고업은 아직 법안이 명확하지 않다. 일은 하위 협력업체가 하고 중간에 수저만 올려놓는 상위 협력업체에 보관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내야했다. 또한 당진지역은 현대공화국이기에 협력업체에 불리한 계약관계이더라도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더욱 불합리한 것은 상의도 없이 통보 식으로 22% 가량 보관단가를 내린 점인데, 이는 타 협력업체에 줄 돈을 다운된 보관료로 채우려는 계략으로 이때도 양지스틸은 매월 2000만 원 정도의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항의조차 못했다.

A사장은 “계약관계가 이렇기에 현대제철에서는 나몰라라하고 정부부처에 문의도 해봤지만 직계약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보상문제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현대제철은 직계약을 피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청원글에 따르면 현재 당진지역에는 현대제철의 사외창고가 우후죽순 많고, 암암리에 현대제철에 인맥과 빽이 있는 사장들이 업체를 차리고, 현대제철은 나눠주기식 운영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버텨온 저희 회사는 현재 손실이 35억이 넘는다.

A사장은 “빈 창고로 물건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린 세월이 수개월”이라며 “매출도 없이 임대료와 인건비를 은행 빚으로 연명해야만 했고, 초기 투자비를 생각하면 버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현대제철은 생산량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부터 점검과 고장이라는 이유, 심지어 날씨 탓을 대며 물량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사장은는 “현대제철은 협력업체의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무책임함을 보였고 수억 원의 투자가 요구되는 사외창고를 슈퍼에서 껌 사듯이 협력업체들에게 해보겠냐고 던지기도 했다”며 “현대제철을 믿고 기업의 사활을 걸고 시작한 회사들은 유혹에 빠져 큰 꿈을 안고 시작했다가 결국 ‘빚’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은 절대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유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현재 회사는 파산위기에 놓여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협력업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현대제철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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