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장’ 조건들…현실 차이, 노사갈등 잠재

쿠팡 내부 갈등 논란 1년…지금은 평온하지만

쿠팡맨 A씨 “쿠팡맨 충성도 낮다”

쿠팡 “쿠팡맨 대우는 업계 최고…직접 고용”

이커머스업체 쿠팡에서 쿠팡맨을 대규모 채용하고 있다. 쿠팡맨은 쿠팡의 로켓배송을 맡는 쿠팡 직원이다. 구인구직 웹사이트에 있는 쿠팡맨 모집공고를 보면 주5일 근무이며 연봉 3750만원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

쿠팡맨 채용 포스터의 모델은 밝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쿠팡맨 중에는 쿠팡맨이란 직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쿠팡맨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쿠팡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쿠팡은 “쿠팡맨의 임금이 삭감됐고, 배송량이 너무 많고, 계약해지 사태가 일어났으며 일부 지역에서 쿠팡맨들의 파업이 벌어졌다는 루머가 양산되고 있다”며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30일에는 쿠팡 노조도 설립됐다.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쿠팡에는 여전히 노조가 있다.

‘폭풍 전의 고요’인가

대략 1년 전에 쿠팡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왔지만 요즘 쿠팡 노사관계에는 별 문제가 없다. 현재 쿠팡은 6월 10일까지 ‘2018년 쿠팡맨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경력, 학력, 성별 제한이 없고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제출도 필요 없다. 운전경력이 2년 이상이어야 하며 결격이 있으면 안 된다. 운전면허 종류는 1종이나 2종 수동이다.

쿠팡맨으로 채용되면 주5일 근무를 하고 연봉 3750만원을 받는다. 4대 보험, 임직원 및 가족단체보험 등의 혜택이 있으며 면접과 직무테스트를 통과하면 쿠팡맨이 될 수 있다.

쿠팡맨들은 1년 전에 비해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노조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쿠팡맨 A씨는 노조에 대해 “지금도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비정규직이 많다보니 드러내서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쿠팡맨들은 계약해지를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쿠팡맨들은 쿠팡에서 쿠팡맨으로 오래 근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한 가지 사례가 있었다. 쿠팡은 산업재해 신청을 이유로 들어 배송기사를 해고했다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겠다며 소송을 걸었다가 지난달 31일에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쿠팡이 중앙노동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심판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쿠팡은 지난해 3월에 배송 중 부상을 입고 산재휴직 중에 있던 쿠팡맨 B씨를 계약해지했다. 이후 B씨는 지난해 5월까지 요양신청을 냈다. 쿠팡은 B씨가 정해진 배송일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3월 B씨에게 계약해지 사실을 알렸다.

B씨는 화물을 내리려다 트럭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고 2016년 10월에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다. B씨는 지난해 4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진정을 넣었다. B씨는 자신이 배송 도중에 부상을 입었고 이에 대해 산재를 신청했다고 계약해지를 당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중노위는 지난해 9월19일 심문을 열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되자 쿠팡은 부당해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걸었다.

쿠팡맨 A씨는 “수도권 같은 경우는 쿠팡맨을 금방 그만둔다”며 “퇴직률이 엄청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 도시인 A시에서 일하고 있다. A씨는 자기가 일하고 있는 A시의 쿠팡맨들도 수도권으로 지원하러 간다고 말했다.

A씨는 “지방 같은 경우는 수도권보다 일할 데도 적고 급여도 대기업 아닌 이상 여기만큼 주는 데가 없는 실정”이라며 “그러니까 지금 일하고 있는 동료들 심정은 애사심이 있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갈 데 없으니까 일단 있자는 마음으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에 일도 힘들어지고 급여도 줄면 어떻게 할지 모른다”라며 “회사에서 자꾸 말을 바꾼다”고 주장했다.

급여가 줄어든다는 것은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됐을 때 일어날 이야기다.

A씨는 “주 52시간 근무를 하면 근무시간은 줄어들고 급여도 줄지만 배송량은 똑같을 것”이라며 “정확한 급여 금액 등의 부분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것이 발표되면 쿠팡맨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쿠팡 노사관계가 고요하지만, 이 고요함이 ‘폭풍 전의 고요’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쿠팡맨 중 비정규직 많다”

쿠팡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지만 활발한 활동을 못하고 있다. 쿠팡맨 중 비정규직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쿠팡맨들은 노조 활동을 했다가 계약해지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규직 쿠팡맨들도 노조 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A씨는 “쿠팡맨 중 비정규직 비율을 본사에서는 공개를 안 하고 있다”며 “A시 쿠팡맨 중에서는 정규직이 10%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이 최소 6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쿠팡 사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쿠팡맨 중에는 병가를 쓰면 정규직 시험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A씨는 “A시에서 정규직 면접을 봤는데 1명이 떨어졌고 계약종료가 됐다”며 “아직 정확한 이유를 당사자가 아직 안 알아본 것 같은데 그 쿠팡맨의 결격사유가 될 만한 것은 병가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제 정부 안이 근로자를 위한 것이 아닌가”라며 “청년실업률이 높은데 회사에서 고용을 늘리고 시너지효과를 내려고 정부에서 정책을 내놨는데 쿠팡에서는 100% 확정안은 아니지만 근무시간 줄이고 급여도 줄이려 하는데 배송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더운 한여름에 쿠팡에서는 쿠팡맨들에게 어떤 배려를 해주느냐는 질문에 A씨는 “한여름에 물이랑 음료수 하나씩 주고 하계 유니폼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정규직도 해준다고 했다가 안 되고 중량물 배송을 안 하기로 했었는데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량물이란 20kg이상의 화물을 말한다.

그러나 쿠팡 사측은 쿠팡맨들이 중량물을 배송하지 않고 별도의 택배회사에서 배송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A씨는 “생수도 배송을 안 하기로 했는데 올해 쿠팡 자체 브랜드로 나온 ‘탐사수’라는 물을 배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너무 많이 나와서 물 배송이 힘들다”며 “사측이 인원을 충원해서 물량을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팡맨 복지 문제와 관련해 쿠팡은 쿠팡맨 대우가 업계 최고이며 직접 고용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들과 쿠팡이 대화를 하고 있다”며 “모든 일은 쿠팡맨들과 쿠팡의 합의에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맨 A씨는 “직접 고용은 맞지만 계약직 비율이 높다”며 “대화는 이뤄지나 본사의 뜻대로 흘러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화는 하지만 주도권은 회사가 가지고 있어서 결과에 회사 측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A씨는 “쿠팡맨 중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서, 쿠팡맨이 자신 있게 회사의 어떤 정책에 대해 당당하게 말을 할 수 없다”며 “싫든 좋든 회사의 뜻을 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