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비’ 충돌… 암환자‘이중고’vs 생보사 반박

보암모 “요양병원 입원해도 보험금 지급해야”

생보협회 “암 직접적 치료가 인정되면 보험금 지급”

보험이용자 협회 “국민건강보험으로 암 입원 의료비 쓸 수 있게 해야”

암환자들이 생명보험사(생보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암환자들은 요양병원 입원비도 생보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생보사들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생보사들이 요양병원의 면역력 강화 치료 등은 직접적 암 치료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보사들은 요양병원 치료라도 암에 대한 직접적 치료라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암환자들은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생보사들과 생보사들의 권익을 지키는 생명보험협회(생보협회)가 암환자들의 요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달라는 요양병원 암환자들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시 보험금 지급 문제 논란이 벌어지자 금융감독원, 보험사, 보험개발원 등이 만든 ‘암보험 태스크포스(TF)’는 암보험 약관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기존의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했을 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항암 약물 치료와 항암 방사선 치료 등 암세포에 대한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했을 때’로 바꾸기로 했다.

변경안에서 중요한 점은 암에 대한 직접 치료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암 보험 약관이 요양병원 입원비를 주지 않는 것으로 바뀔 전망이다. 요양병원 입원비와 관련해선 암보험 특약을 새로 내놓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이렇게 약관 변경에 나선 이유는 암보험 가입자의 요양병원 입원비 때문에 보험사와 소비자 간 마찰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암환자들 중에는 암 수술을 받고 난 뒤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면역력 회복 치료 등을 받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요양병원의 면역력 회복 치료 등은 암의 직접적 치료가 아니라고 보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암보험 가입자들은 요양병원 입원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암환자들은 “대학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들도 암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가 아니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암환자들의 요구에 대해 “보험사는 요양병원이라도 암에 대한 직접적 치료가 인정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다만 요양병원에 입원한 목적과 치료내용이 암 치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경우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에 암을 직접적 치료 목적으로 입원 시 보험금을 지급하고, 암환자라도 암이 아닌 다른 질병을 치료 목적으로 입원 시 암 관련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즉, 보험사는 요양병원, 대학병원 등 병원을 기준으로 암 입원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신청건별로 심사해 약관상 ‘암에 대한 직접적 치료목적’ 해당 여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기억 변호사는 “암환자들의 주장에 법적으로 정당한 부분이 많이 있어 보인다”라며 “현재는 항암제를 좁게 해석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도 죽이는 약물만 항암제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요양병원에서는 암환자의 건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항암제를 쓸 수 없다”며 “항암제를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입원급여가 지급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보험약관상 암에 대한 직접적 치료목적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면 보험약관상 암 입원 보험금이 지급되는 조건인지, 암 입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조건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게 하였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 아니냐”라며 “보험료도 보험사가 요구하는 대로 내야하고, 암 입원 보험금도 보험사 마음대로 인정해 줄때 받으면 된다고 강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싼 보험료, 알 수 없는 보험금에 대한 보험계약 체결로 보험사 주주이익 극대화만 꾀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중요한 것은 현재 분쟁중인 암 입원 보험금에 대한 보험약관은 직접적 치료라고 되어 있는 경우보다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직접적 치료목적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이라며 “다른 의미를 가진 기준으로 보험이용자를 계속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보험금 부(不)지급은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입원’은 맞는데,‘좀 깎자’일 뿐 직접목적, 직접치료 이것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암보험 약관 개정 논란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변경될 암보험 약관에는 직접 치료의 범위가 구체적 명시된다. 금감원이 약관을 개정해도 기존 가입자까지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약관 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암보험 약관의 입원비 지급 기준은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확정되고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O일 이상 입원했을 경우”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전제가 잘못됐는데 현재 분쟁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에 해당되지 않아서 보험금을 못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암으로 확정 진단 받고 요양병원도 암 분류 코드로 치료받은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해서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이에 대한 암 입원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사 재량에 따라 들쭉날쭉 보험금을 지급하고, 금융감독원이 동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금감원이 보험회사에서 감독분담금 받는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암 입원 보험금 지급기준을 변경하는 문제와 보암모의 요구에 대한 해법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입장이다.

김 대표는 “보험약관 개악은 약관개정 이후에 암보험계약을 하는 경우부터 적용대상이기 때문”이라며 “또한 특약보험으로 분리하는 것은 현행보다 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걸 의미하고, 로또번호 정하듯이 암환자 의료비 지급조건을 따로 선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환자 중에는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항암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해선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어떠한 경우든 암환자를 살리는 데는 엄청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서 조건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될 수도 있고, 지급 안 될 수도 있으니 고를 수 있을 때, 즉 건강할 때 보험금 받을 조건을 잘 골라 계약하라는 보험약관은 보험회사에게는 보험료 수입증대를 꾀하고 암보험 이용자에게는 보험금 받을 기회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급되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암 입원 의료비를 쓸 수 있게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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