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 속 김형 사장의 전략은

김형 사장, 후보 결격 사유 이유로 노조 반대 뚫고 취임

“재무건전성 강화 최우선”…2년 후 매각 위해 회사 가치 제고 임무

해외 사업 정밀 진단과 함께 대북 경협 위해 건설사 유일 TF 꾸려

우여곡절 끝에 김영 신임 사장이 대우건설에 취임했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노조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대우건설을 이끌게 된 김 사장의 앞날은 밝지 않다. 2년 안에 대우건설의 시장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특명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해외 사업 수주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김 사장의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새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기획 제안형 투자개발사업’, ‘대북 경협’ 등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다.

도덕성 논란,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 높아

김영 사장 취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제시한 후보 자격에 김 사장의 결격 사유가 많다는 것이었다. 당초 산업은행은 사장 후보 자격으로 ▲국내외 건설분야 경험과 전문성 ▲건설업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통찰력 ▦대규모 조직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경험 ▲도덕성과 윤리성 검증 ▲대규모 부실책임 유무 등에 결격사유 등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제공)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외 공사현장을 누빈 김 사장의 이력에는 몇 가지 큰 흠결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건설 재직 당시 뇌물공여죄로 구속된 전력이었다. 김 사장은 2003년 현대건설 상무로 재직할 당시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 과정에서 발주처에 뇌물을 주다 구속된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대우건설과 김 사장 측은 “검찰 조사는 받았으나 무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노조 측은 “당시 김 사장이 긴급체포돼 광주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적이 있다”고 반발했다. 업계 풍문으로는 현대건설의 노력으로 구속을 피했다는 얘기도 돈다.

삼성물산 재직 당시 대규모 손실 이력도 노조는 문제 삼았다. 노조는 “김형 후보자는 2011년 삼성물산 부사장으로 재직 당시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유발했던 프로젝트의 책임자이며, 이로 인해 퇴직처리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삼성물산으로 옮겨 시빌(Civil) 사업부장(부사장)을 맡은 김 사장은 2015년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수주금액만 58억 호주달러(6조 5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비용이 불어나 삼성물산은 약 8600억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대우건설 측은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에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 만큼 후보자는 전결 책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가장 최근까지 재직한 포스코건설 토목부문 총괄 부사장을 맡은 김 사장은 2016년 남양주 진접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 붕괴사고로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한 사고의 책임을 지고 퇴사한 이력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노조의 반발이 심해지자 김 사장은 지난 5일 직접 노조를 만나 해명과 함께 협조를 부탁했다. 노조 측은 “의혹은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추후 확인되지 못한 사건·사고나 도덕적인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김 사장 취임이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향후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나오거나 경영 과정에서 유사 사례가 나올 경우 언제든 노조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재매각 위한 회사 가치 제고에 매달릴 듯

논란 끝에 대우건설을 이끌게 된 김 사장 앞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회사 가치를 최대한 끌여올려야 한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발전소 부실을 공개하면서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년 후에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시점을 못 박았다.

김 사장도 대우건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지난 11일 취임 일성으로 그는 “현재 회사 재무상태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실적과 불안정한 유동성 등으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며 “입찰·수행 전 단계에 걸친 리스크 관리 강화와 원가 절감을 위한 구매, 수행 프로세스 개선 등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추가 수익성 개선 요소는 없는지 직접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매각 무산을 초래한 해외사업에 대해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있지만 해외 사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어 이미 수주한 각종 공사의 진행 상황과 위험요인을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사피발전소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또한 신 성장 동력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추진한 ‘스타레이크’ 신도시 사업을 언급하며 “기존 도급 위주의 건설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사업 부문 60% 차지하는 주택건축 시장 위축…해결책 경협?

김 사장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건설 경기 위축 때문이다. 지난해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서 대우건설은 인천 학익3구역, 서울 영등포구 신길10구역 등 3개 사업을 따내며 5259억 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업계는 올해 정비사업 수주실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서 연내 시공사 선정을 계획했던 조합들이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3월 말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주택건축 사업 부문이 58%에 달하는 상황이다. 건설 경기 하락과 재건축 시장의 축소로 인해 매출에 일정 부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OC예산도 줄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해외 시장 외에 김 사장이 겨냥하는 블루오션은 대북 경협이다. 대우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팀을 만들어 경협에 준비하고 있다. 전략기획사업본부 산하에 10명 안팎의 북방사업지원팀을 구성한 것이다. 이 팀은 북한에 대한 스터디를 주로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향후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나오면 대관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대우건설은 북방사업지원팀을 중심으로 북방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남북 경협 시장 선점의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우건설은 과거 현대건설과 함께 북한 경수로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 밖에 경의선·동해북부선·경원선 복원 등 철도 사업과 국도 1-7호선 등 도로 사업에도 참여했다. 남북 관계 해빙 무드가 빨라질수록 경협 1순위로 꼽히는 것이 철도, 도로 등 북한 SOC 건설 사업이다. 나아가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등 북방건설 사업에 참여할 여지도 많다. 김 사장이 신설팀을 ‘북방사업지원팀’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각종 논란을 넘어 해외 사업과 경협을 통해 “과거 1등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던 자랑스러운 대우건설을 재현하겠다”는 김 사장의 포부가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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