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상생방안 마련 할테니 ‘선처 호소’… 사안 중대성 모르나

박천희 대표 측 변호인, 檢 공소사실 인정 → 재판부도 당황한 기색 역력

정치권‧시민단체가 고발로 촉발된 ‘업계 관행 뿌리 뽑기’… 결국 돈으로 해결(?)

박천희 대표가 약속한 가맹점주 상생 방안, 대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

변호인단, 피고인 신문 생략 취지 제안해… 檢 “오늘 처음 들어 검토해 보겠다”

원앤원의 대표 브랜드 원할머니보쌈.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박가부대’ 등 회사 소유 상표권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등록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천희 원앤원 대표가 범죄사실을 인정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박천희 대표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등 사건에서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법리적 문제 역시 크게 다투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박천희 대표)이 깊히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라며 “현재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 액수가 약 22억원인데, 여기에 추가로 1억 5000만원을 더해 23억 5000만원을 피해를 입은 원앤원 주식회사에 7월 중 전부 변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박 대표가 원앤원 법인에 반환할 23억 5000만원을 재원으로 원앤원 가맹점주를 위한 식자재 할인 그리고 인테리어 지원과 간판 교체 비용 등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피해 회복과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조치를 위해 마음먹었다”라며 “피고인이 상당히 반성하고 있으니, 참작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앞서 박천희 대표는 박가부대찌개와 원할머니보쌈 등 원앤원 프랜차이즈의 5개 상표를 대표 개인이 설립한 1인 회사 명의로 등록한 뒤, 지난 2009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원앤원 법인으로부터 상표 수수료 명목으로 21억 3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측은 박 대표에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가맹사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개발한 상표에 대한 개발비와 홍보비 등을 가맹본부가 부담했다면, 가맹본부 대표는 해당 상표권을 회사 명의로 등록해 회사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천희 대표의 경우 상표권을 개인에게 등록함으로써 배임 혐의가 성립한다는 설명이었다.

또 박 대표가 자신의 개인 회사에 원앤원 법인으로부터 상표 수수료를 받도록 한 뒤, 이를 대부분 개인회사로부터 급여를 수령했다면 세금 감면을 의도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의심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진행된 이 사건 제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런 검찰 측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한 바 있다.

때문에 이날 재판에서 180도 바뀐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의 태도는 재판부와 검찰 측을 다소 당황스럽게 만든 것이 사실이었다.실제로 김태업 부장판사는 변호인단의 갑작스러운 공소사실 인정과 피고인을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태도에 “공을 왜 법원에 떠넘기는 것인가”라며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고발을 통해 비롯된 이번 사건은 박천희 대표뿐만 아니라 개인 명의로 상표권을 등록해 부당하게 수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다른 프랜차이즈 대표 등에게도 문제가 제기되며, 그동안의 악의적 업계 관행을 뿌리 뽑자는 검찰 측의 의지가 반영된 상태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반성하며 금전적 보상을 한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특히 가맹본부 대표가 가맹점주들과 상생을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임에도 마치 큰 선심을 쓴 듯 재판부와 검찰에 반성의 입장을 밝히며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 재판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박 대표에 대한 신문을 생략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현재 반성하고 있는 입장에서, 검사님께서 피고인에 대한 주신문을 하지 않는다면 저희도 신문할 생각이 없다”라며 “저희가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피고인을 신문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검찰 측은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변호인 입장을 오늘 처음 들어서 검토는 해보겠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
사실 이 사건 재판에서 박천희 대표가 원앤원 법인에 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힌 것은 박 대표 개인의 피해보상과 반성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다만 상표권 취득 등에 대해서는 이날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판단해 신중한 검토를 내릴 것”이라고 밝힌 만큼, 검찰 측이 엄중하게 신문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한편, 얄궂게도 이날 박천희 대표의 재판이 끝난 후 원앤원 측은 박가부대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총 23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상생 방안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원앤원이 향후 추진할 상생방안은 노후화된 간판 교체비용 지원과 식자재 15개 품목에 대해 최대 20%까지 공급가를 지원하는 등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의 말을 통해 피고인인 박천희 대표가 약속했다는 상생 방안과 같은 내용이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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