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대 출신 내정설에 안팎 시끌

사무금융노조 “무자격 낙하산 감사 선임 반대”

한국증권금융 “내정설 사실 아니다”

금융권 경희대 인맥 부상 움직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이 공석인 한국증권금융 감사직에 무자격 낙하산 인사가 내정돼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어났다.

사무금융노조는 18일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성 없는 무자격 낙하산 감사 선임을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의 핵심은 한국증권금융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이 있기도 전에 모 기업체 법무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인사가 차기 감사로 결정됐다는 내정설이 돌고 있는데,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이고 증권 관련 전문성이 없으므로 감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증권금융(증금)은 증권투자자의 예탁금, 우리사주제도 관리 등의 일을 하는 금융사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금융사는 아니다. 이 금융사의 지분구성을 보면 은행단 33.4%, 증권단 36.1%, 증권유관기관 13.9%, 보험단 1.6%, 기타 15.0%로 돼 있다. 최대 주주는 한국거래소로 11.3%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무금융노조의 성명이 나온 이후 논란이 일자 한국증권금융은 “내정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예정대로 27일에 임시주총이 열릴 예정이나 감사가 정해진다고 확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의 주장

사무금융노조는 성명 앞부분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실현돼 반칙과 특권의 고리가 끊어질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증권금융에는 시대를 역행하는 낙하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최근 새로운 상근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주주총회 개최가 예정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이 있기도 전부터 모 기업체 법무실장으로 근무하는 경희대 출신의 인물이 차기 감사로 결정되었다는 내정설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자본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가 한국증권금융의 감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사무금융노조는 “그간 우리 회사가 지속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강요 받아온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며 “하지만 이 정도로 뜻밖의 시점에 뜻밖의 자리에 뜻밖의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낙하산 내리꽂기 시도는 처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국증권금융의 감사자리가 권력자의 학연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코드인사의 대상은 절대 아니다”라며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에도 권력 주변자들은 구시대의 후안무치한 낙하산 인사 행태를 아직도 자행하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차기 감사 선임절차와 관련해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는 한국증권금융 임원으로서 책임의식이 분명하고 무엇보다 전문성과 업무 역량을 겸비한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상근감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독립적인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라는 것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미 사람을 내정하고 그 사람을 뽑아야 하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면, 어떠한 검증절차라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 같은 우리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화답하여 외압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인사 청탁, 채용비리나 다를 바 없는 낙하산 내리꽂기의 구태와 악습을 되풀이한다면 한국증권금융지부 전체 조합원은 4만 사무금융노동자와 함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낙하산감사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사전 내정설 등 여러 루머들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낼 것임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의 주장에 대해 한국증권금융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27일에 임시주총이 예정돼 있다”며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금 개혁 목소리 커질 듯

이번 한국증권금융 낙하산 감사 논란의 핵심은 경희대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선 경희대 출신이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김상택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이 공식 취임했다. 김 사장은 경희대 법학과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졸업하고 똑같이 법학을 전공했다.

올해 3월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을 맡게 된 정운수 본부장도 경희대 행정학과 출신이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낙하산 논란과 관련해“기본적으로 감사책임이 약해 생기는 현상”이라며 “업무량 약한 감사시스템부터 손보는 것이 답이라 본다”고 말했다.

감사의 업무량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전문성 있는 감사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증권가에선 이번 논란 이후 한국증권금융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유관기업인 코스콤이나 한국예탁결제원은 고용창출이나 해외진출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지만 한국증권금융은 고액연봉을 받는 ‘신의 직장’이란 평가를 받으면서도 고용창출이나 해외진출, 신규 사업 추진 등의 움직임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권가 인사들 중에는 정완규 사장이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인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역임했으며 금융위 관료 출신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유관기업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업계 인사 A씨는 “자꾸 기관을 분리해 놓으면 업무를 많이 하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들을 벌인다”며 “기관들끼리 업무중복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A씨는 증권유관기업들을 통합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증권유관기업 중 관료 출신들이 내려가 있는 경우도 있고 금융위가 따로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증권금융 임직원들이 고액연봉을 받는 구조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증권금융의 1인 평균 급여는 1억800만원이다.

지난해 11월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되기 전에 한국증권금융 사장이었던 정지원 이사장은 지난해 급여 2억5700만원, 상여금 3억2100만원, 퇴직금 9600만원 등 총 7억200만원을 받았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정완규 사장은 근무한지 얼마 안 돼 상여금을 받는 문제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며 “급여는 작년 수준에서 받는 것이 맞을 것이고 퇴직금은 해당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고액급여 논란과 관련해 “외부에서 볼 때 절대적 금액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증권사 직원 중에도 고액을 받는 이들이 많다”며 “증권유관기관이나 타 금융공기업에 비하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