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ㆍ금투ㆍ저축은행 업계 모두 불만

보험업계 “IFRS17도입 준비 힘들어…예보료 낮춰야”

금투업계 “예탁금 증금에 전액 예치…예보료 부과는 중복규제”

저축은행 “파산 저축은행 대신 건전 저축은행들이 부담 짊어져”

최근 예금보험공사(예보)와 금융사들이 예금보험료(예보료)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보험업계, 금융투자업계, 저축은행업계에선 예보료가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보는 고객이 예금한 금융사가 파산해도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을 돌려받게 하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자 보호 조치를 시행하는 금융공기업이다.

예보가 이런 역할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만들기 위해 예보는 매년 금융사에게 예보료를 받고 있다. 예보료 납부대상은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의 금융사다.

예보료는 금융사 예금에 일정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정하며 비율은 각 업권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보험사들과 저축은행들의 예보료 비율이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다.

보험업계 입장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부담이 커졌는데 적지 않은 예보료까지 내야 해 힘들다는 입장이다.

예보는 IFRS17이 도입되면 경영난에 처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재 수준의 예보료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 건전성에 문제가 있어서 보험업권 주장 수용여부에 대해선 지금은 부정적”이라며 “IFRS17 도입 후 시가평가에 따라서 책임 준비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업권에 큰 부담을 안 주려고 노력할 예정”이라며“업권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하요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이 예보에 납부하는 예보료는 책임준비금과 수입보험료에 비례해 보험요율 등을 곱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 금액에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특별기여금도 추가된다.

보험사 예보료는 책임준비금과 수입보험료에 따라 결정된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부담한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모아두는 준비금을 말한다.

따라서 예보료는 보험사가 적자를 내지 않는 한 매년 불어날 수밖에 없다. IFRS17 도입 때문에 부담은 더 커진다. IFRS17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부채가 증가하면 그만큼 책임준비금도 늘어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보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예보료가 부담된다”며 “기본적으로 타 금융권과 비교 시 예보료가 과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도 “리스크에 비해 예보료가 높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입장

예보료 부담을 낮춰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금투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금투업계 인사들은 투자자예탁금은 자본시장법 74조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예치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상계, 압류할 수 없으며 양도,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돼 있는데 예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중복규제라는 것이 금투업계 인사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증권금융 별도예치제도에도 불구하고 예보의 보호대상 예탁금 전부가 증권금융 의무예치 대상은 아니며, 증권사 부실화시 구조조정을 위해 예금보험제도를 통한 보호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다만 별도예치를 통한 리스크 감소를 반영해 별도예치 예탁금의 경우 현재 예보료를 30%할인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고로 미, 영, 일 등 해외 주요국도 예보제도와 별도예치제도를 병행 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파생상품예탁금도 예보료 대상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예보 관계자는 “현재 파생상품예탁금과 관련해 예보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투업계의 예보료율이 은행업계보다 높다”며 “금투업계는 투자자예탁금을 예보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예보료도 은행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업계 입장

요즘 저축은행 업계는 예보료 부담이 커져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예보는 부보금융회사인 78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예금보험료(예보료) 차등평가를 실시했다.

이 평가 결과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경영건전성을 개선했는데도 되레 등급이 하향돼 예보료 부담이 커졌다. 현재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과 금융투자사 0.15%, 저축은행 0.40%다. 저축은행권은 은행권보다 5배 높다.

저축은행 업계 인사들은 저축은행의 경영건전성이 꾸준히 개선됐음에도 예금보험료율은 그대로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저축은행 70곳 가운데 45곳의 등급이 떨어졌다. 저축은행 업계 인사들은 경영건전성을 높이면 예금보험료 인하 혜택을 주자고 만든 것이 예보료 차등평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지난해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저축은행들 중 등급 하락을 맞은 곳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 평가 기준이 상당히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예보는 부보금융회사별로 다른 예금보험료율을 정하기 위해 경영이나 재무 등에 대해 매년 한 번 평가한다. 이 평가가 끝나면 3개(1~3)등급 중 한 등급을 받게 된다. 부보금융회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보험이 적용되는 금융사를 말한다.

1등급인 부보금융회사는 표준보험료율의 5%를 할인받는다. 반면 3등급이면 5% 할증된다. 저축은행권의 경우 과거 부실사태가 터지면서 예금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어났었다. 이로 인해 타 업권에 비해 최고 5배 많은 예보료를 납부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의 예보료율 인하 주장과 관련해 “현행 예금자보호법(제30조제1항)은 예금보험료율 결정시 부보금융회사의 경영상황 및 재무상황 뿐 아니라 계정별 적립금액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17년 말 기준 예보기금의 저축은행계정은 -1조6000억원,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은 -12조2000억원의 적자상태로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예보료 인하는 현재로서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한 저축은행들은 거의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 남아있는 곳은 그동안 힘들게 영업해서 살아남았다”라며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고 업권에서 있는 일이니까 업권에서 책임지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를 일으킨 저축은행은 따로 있는데 어렵게 살아남은 우리가 왜 부담해야 하느냐, 시중은행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가며 살렸지만 저축은행들은 파산돼 사라졌다”며 “망한 저축은행 대신 열심히 노력해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이 높은 예보료를 부담해야 하니 조금 깎아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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