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해진 ‘콜옵션 공시누락’ 쟁점… 당시 공시의무는 있었나(?)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 연장… 예상보다 늦은 결론 나오나

최대 쟁점인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의 적절성, 더욱 거세지는 공방

삼성바이오 불리하게 만든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누락’, 또 다른 대응논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을 둘러싸고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 여부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최종 결론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와 금융감독원 간의 공방이 거세지며, 증선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 심의 과정에서 여러 이슈가 발생하고 있고, 쟁점에 대한 양측의 설득력 있는 대응논리가 나오며 증선위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 여부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제4차 심의에서 증선위 측은 오는 18일 정례회의 개최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증선위는 기존 감리조치안에 대한 삼성바이오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간의 의견을 청취하는 동시에 지난 제3차 심의에서 금감원 측에 요구한 수정조치안에 대해서도 심의를 진행했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달 20일 열린 이 사건 제3차 심의에서 삼성바이오의 2015년 이전 기간, 즉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회계처리에 대한 적정성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대한 수정조치안을 금감원 측에 요청했다.

금감원 측이 지적하는 삼성바이오의 지난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회계처리 부분까지 바라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사실 증선위의 이 사건 심의는 이번 제4차를 마지막으로 최종 결론만을 남겨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또 한 차례의 정례회의가 정해지며 삼성과 금감원 양측의 치열한 공방에 증선위 역시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장기간의 심의를 통해 증선위가 중점을 두고 있는 이 사건 쟁점은 보다 명확해졌다. 우선 삼성바이오의 지난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의 적절성 그리고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연도에서의 바이오젠(Biogen)사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보유 여부 등에 대한 공시누락, 이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가치 평가 산정의 근거와 적절성 등 3가지다.

이중 삼성바이오와 금감원 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증선위를 고민하게 만드는 쟁점은 가장 먼저 언급된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의 적절성이다.

이는 금감원 측이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가 고의적 회계처리 위반을 범했다는 잠정결론을 내리면서 관련 의혹 중 가장 결정적 근거로 보고 있는 부분이자 이 사건의 출발점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등의 목적으로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고의적으로 변경했고,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과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한 점에 있어 사실상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가 코스피 상장되기 직전 해인 지난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의 재무제표상 회계처리 방식은 기존 종속회사(연결회계)에서 관계회사(지분법회계)로 변경됐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가운데)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
이에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는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받게 됐다. 여기서 장부가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했을 때의 가격, 즉 취득원가를 의미한다. 반면 공정가는 현재 시점을 비롯해 향후의 가치까지 반영한 시장가다.

‘미래가치까지 반영한다’는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 하나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순식간에 3000억여원에서 무려 4조 8000억여원으로 비약적 상승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92% 가량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 역시 2014년까지 당기순손실을 겪고 있었지만 한순간에 놀라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당해 회계기준 약 1조 9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흑자로 전환했고, 다음해인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에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삼성바이오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했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가정한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오젠사는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와 합작해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회사다. 당시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9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반면, 바이오젠은 5%의 지분만 가진 상태였다.

다만 바이오젠은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 하에 만약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거나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이슈가 생긴다면, 바이오젠의 입장에서는 콜옵션을 행사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을 늘리는 것이 당연히 이득이었다.

만약 바이오젠이 콜옵션 권리를 행사한다면, 반대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율이 ‘50%+1주’로 낮아지며 지배력이 약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면, 굳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가정하면서까지 지배력 상실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가 생산ㆍ개발 중이던 7종의 ‘바이오시밀러’ 중 일부가 개발 및 성공 단계에 이르는 이슈가 발생했다.

실제로 이후 바이오에피스는 7종의 바이오시밀러 중 엔브렐 시밀러(베네팔리)에 대해 2015년 10월과 2016년 1월에 각각 국내와 유럽에서 제품 판매승인을 받았고, 레미케이드 시밀러(플락사비)에 대해서는 2015년 12월과 2016년 5월 역시 각각 국내와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았다.

당연히 2015년 말 당시 바이오에피스의 향후 기업가치는 성장이 예견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역시 높아진 상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회계 전문가들로부터의 여러 조언 통해 바이오에피스의 기업 지분가치가 행사가격보다 높은 ‘깊은 내가격 상태(Deep ITM:in-the-money)’가 됐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 동시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회계적 판단이 섰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감원 측은 삼성바이오의 이런 주장에 대해 2015년 지분법 변경 적용이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고의적인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작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앞선 감리위원회 과정에서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2015년 말의 지분법 변경의 시기상 차이가 나는 만큼, 삼성바이오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증선위 내에서는 바이오젠이 2012년부터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바이오에피스 역시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봐야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증선위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회계처리에 대해 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기 위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
그런데 지난달 말 바이오젠은 결국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바이오 측은 콜옵션 계약을 완료하게 된다면 현재 보유 중인 바이오에피스 주식 1956만 7921주 중 922만 6068주를 바이오젠에 양도하게 될 전망이다.

예정대로 바이오젠의 지분율은 현재 5.4%에서 약 50%까지 늘어나며 이사회 역시 양사가 같은 수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는 이미 예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이슈가 증선위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적어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지분법을 변경했다”라는 식의 삼성바이오 측에 대한 공격적인 지적은 다소 잠잠해질 전망이다.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누락, ‘빠져나갈 구멍’ 있는 이유

감리위와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 또 다른 논쟁거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연도에서의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여부 등에 대한 공시누락 부분이다.

실제로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2015년 회계연도의 삼성바이오의 감사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제시된다. 또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과의 주주 간 약정 내용 역시 2014년까지 공지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는 감리위에서도 중대한 회계기준 위반이자 고의적 은폐라는 지적이 나오며,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책임으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감리위원회에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여부에 대한 공시누락에 대해 중대한 회계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연합)
특히 삼성바이오 측은 공시누락에 대해 단순한 실수였다는 해명을 늘어놓으며, 스스로 상황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측은 2012년 설립 초기로 직원수가 100여명 수준이었기 때문에 회계처리에 대해 무지했고 실수로 콜옵션 공시를 누락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감사보고서는 내부 직원이 아닌 주로 회계법인을 통해 작성된다. 또 보고서 내에 담을 내용에 관한 자료 역시 회계법인에서 요청하기 때문에 쉽게 말해 당시 삼성바이오 직원들은 달라는 대로 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때문에 실수로 누락했다는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물론 삼성바이오 측에서도 당시 공시누락 문제에 대한 대응논리는 따로 있었다. 과연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에 대한 공시가 의무였냐는 점이다.

상장사로서 다수의 주주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합작회사의 콜옵션 보유 여부는 중요 사항에 포함돼 당연히 공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2012년에서 2014년 회계연도까지 삼성바이오는 비상장회사로서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주가 500인 이상으로 외부감사인의 감사가 의무화된 비상장법인의 경우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 실적이 없더라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사업내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중요사항에 대해 공시할 의무가 있었다.

이를 정리하면 당시 중요사항을 공시할 의무가 있는 비상장법인은 주주들이 500인 이상이어야만 했고, 그 공시 내용이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상장이전 2012년경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의 주주 명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 등 최대주주와 삼성물산 등 4개사에 불과했고, 당시에 소액주주들의 경우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당시 비상장사에 있어 중요사항에 대한 공시의 조건인 500인 이상의 주주라는 부분이 해당하지도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된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연합)
무엇보다 중요사항 공시의 의미가 투자자보호를 위해서라면 당시 삼성바이오의 주주들이 삼성 계열사로 이뤄졌다면, 이들이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여부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설령 당시 이들 ‘삼성 주주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감사보고서에도 누락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소수 주주들의 입장에서 과연 이를 중대한 회계기준 위반으로 받아들였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이 사건 심의에 대한 결론이 내려짐에 있어 증선위가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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