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反하는 내용을 임대차계약서에(?)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대리점 계약 맺기 전 ‘대리점 운영 종신 보장’ 이면계약 의혹

일방적 임대차 계약 해지에 따른 부동산 인도 요구… 가맹점주 상생은 뒷전(?)

한국타이어-가맹점주 맺은 임대차 계약 약관, 상가임대차법 위반된 내용 담겨

한국타이어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위반하는 내용을 자사의 임대차 계약 약관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서울 강남 본사.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한국타이어(대표 조현범)가 자사가 운영하는 티스테이션의 가맹점주에게 일방적인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불공정‧위법적 소지가 의심되는 행위가 밝혀졌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에 위반하는 내용을 자사의 임대차 계약 약관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내용의 수정 등 후속조치가 필요해 보였지만, 한국타이어 측은 이에 관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 2010년대 초반 A씨는 한국타이어와 티스테이션(T-Staion)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티스테이션은 한국타이어가 운영하는 타이어 교환‧판매 및 차량점검 서비스 전문 대리점이다.

당시 A씨와 한국타이어 사이의 대리점 계약은 여느 대리점들과 마찬가지로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을 기한으로 두고, 기일 종료 시 쌍방의 의사표시가 없다면 계약 만료 다음날부터 동일조건으로 계약이 갱신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본래 티스테이션 대리점 계약을 맺을 때, 업무공간은 가맹점주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타인 소유의 건물을 임차 또는 티스테이션 소유의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만 했다.

계약 당시 A씨는 티스테이션 대리점 규모의 업무시설을 갖출만한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그는 한국타이어 소유의 업무시설에 대해 1년 주기 갱신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 임대차보증금과 월 차임료, 관리비 등을 한국타이어 측에 지급하는 대신 해당 공간에 대리점을 꾸릴 수 있었다.

동시에 A씨는 이곳 티스테이션 대리점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성실히 대리점 운영을 해나가고 있었다.

이후 몇 번의 임대차 기간 갱신이 있었고, 한국타이어 측은 지난 2016년 초 A씨에 해당 월 말까지 그가 운영하던 티스테이션 대리점의 부동산을 인도해 줄 것을 통지했다.

다시 말해 한국타이어 측이 A씨 대리점에 대한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거절했다는 의미였다. 당시 한국타이어의 요청은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임대인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겉으로는 문제될 부분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A씨 측은 한국타이어 측의 부동산 즉 대리점 인도 통보에도, 계속해서 해당 대리점에서 운영을 지속했다. A씨에게도 이럴만한 사정은 있었다.

사실 A씨의 배우자 B씨는 전 한국타이어 직원이었고, B씨는 한국타이어 재직 시절 티스테이션 대리점 영업권을 종신까지 보장받는 조건으로 퇴직하게 됐다.

이에 곧바로 A씨의 사업자명의로 티스테이션 대리점을 열 수 있었다. 당연히 A씨‧B씨 부부 입장에서는 당시 티스테이션 대리점 계약과 심지어 대리점 임대차 계약 모두 B씨가 한국타이어 측으로부터 제시 받은 ‘대리점 영업권 종신 보장’이라는 조건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종신 보장이라는 말 그대로 이들 부부가 대리점 운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리점 계약과 임대차 계약은 각각 해지통고 및 기간만료를 이유로 한국타이어가 임의의 종료를 시킬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A씨 측도 배우자 B씨와 한국타이어 간의 과거 협의에 따라, 대리점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기간만료를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그리고 임대인의 권리행사를 통한 계약 해지 통지로 계약을 종료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대리점 계약을 종료시킬 마음이 없었고, 그에 부수한 임대차 계약 역시 한국타이어가 임의로 종료시킬 수 없어 티스테이션 대리점의 부동산 인도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A씨와 한국타이어 사이의 당시 사건은 단순히 가맹점주와 본사 간의 의견 충돌로 가볍게 바라보기 쉬웠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한국타이어 측의 불공정‧위법적 소지의 행위가 여럿 포함돼 있었다.

사실 한국타이어 측의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부동산 인도 요청에 대한 A씨 측의 주장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부분이 있었다.

다만 이들의 주장대로 B씨가 한국타이어로부터 퇴사를 조건으로 대리점 영업권 종신 보장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면, 불공정 행위의 소지가 짙은 이면(裏面)계약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서 불공정 행위라고 하는 이유는 아무리 B씨가 전 직원이었고 특정인의 이해관계에 얽혀있었다고 할지라도, 다른 가맹점주들에게도 대리점 영업권 종신 보장이라는 혜택을 동일하게 준 것도 아니었고 이것이 보통의 가맹점 계약 약관에도 명시됐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단순히 기존 가맹점주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 차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었다. A씨가 특정한 곳에서 티스테이션 대리점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운영한다면, 다른 티스테이션 대리점을 운영할 의향이 있는 예비 가맹점주들이 이곳 인근에 대리점을 내고 싶더라도 A씨 측 대리점이 버티고 있는 만큼 근접 출점 등의 제약으로 진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한국타이어 측은 당시 B씨와 대리점 영업권 종신 보장에 관한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추가로 사실관계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라며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

당시 사건으로 A씨와 한국타이어가 법적분쟁에 돌입했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 A씨 측 주장에 대한 한국타이어 측의 구체적 반박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한국타이어 측이 B씨에 대한 대리점 영업권 종신 보장을 해줬다는 주장을 인정한 꼴로 보일 수밖에 없었고, 앞서 언급한 대로 이는 매우 불공정한 이면계약에 해당했다. 또 이 이면계약으로 피해는 가맹점주가 보게 된 상황이었다.

일방적 “방 빼라”하면 어딜 가야 하나… 가맹점주 상생 마음은 있었나(?)

당시 사건에서 한국타이어 측이 A씨에 대리점을 인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것일 뿐, 티스테이션 대리점 계약의 만료와는 상관이 없었다.

A씨의 티스테이션 대리점 계약과 해당 대리점에 대한 임대차 계약은 각각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고, 본사 측이 임대차 계약을 종료시킨다고 해서 대리점 계약마저 해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불공정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타이어 본사 측이 가맹점주에게 대리점 건물에서 나가야 하지만, 기존의 대리점 운영권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좀 더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한국타이어가 가맹점주에게 소위 “방을 빼라”고 통보했지만, 가맹점주는 마땅히 새로운 대리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국타이어 측은 가맹점주가 새로운 업무공간을 찾으며 전전긍긍하는 사이에도 대리점 계약에 따른 로열티 등을 지급받을 권리는 계속해서 유지된다.

또 가맹점주가 새로운 티스테이션 업무공간을 찾는 것 역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보통 티스테이션 대리점은 타이어 교환 및 판매뿐만이 아닌, 지점에 따라 차량정비와 함께 물류 보관 그리고 기타 사무공간 및 고객응대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만약 비교적 업무공간의 크기가 넓지 않아도 운영상 큰 지장이 없는 편의점이나 빵집, 소규모 커피전문점의 경우, 본사 측의 대리점 인도 요구에 이를 반납한 뒤 새로운 업무공간을 임차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티스테이션의 경우 점포의 크기가 비교적 커야 한다. 법원에서 한국타이어 등으로부터 회신받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소유 건물을 임차해 대리점을 운영하던 가맹점주들이 임대차계약만 종료되자 기존 영업구역으로부터 3㎞ 이내의 다른 장소에 계속해서 대리점을 꾸려 운영해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가맹점주들이 새로운 대리점의 공간을 물색할 때, 평소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올 수 있도록 기존 대리점으로부터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을 선호한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가맹점주들은 본사로부터 임대차 계약 종료에 따라 새로운 업무공간을 찾을 때, 점포 크기가 커야 하며 기존 대리점으로부터 약 3㎞ 이내의 가까운 장소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당연히 가맹점주들이 새로운 티스테이션 업무공간을 찾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필요가 있었다.

특히 가맹점주와 상생을 도모하는 보통의 프랜차이저 본사들은 임대차 계약 해지 이후 가맹점주가 대리점 운영을 공백 없이 지속할 수 있도록 마땅한 업무공간을 찾아봐주거나, 가맹점주가 새로운 공간을 찾기까지 임대차 계약 해지를 유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A씨의 사례에서 한국타이어는 다른 상생을 도모하는 프랜차이저 본사와는 다르게, 가맹점주의 새로운 업무공간의 확보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타이어는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 본지의 취재에도 역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위법 내용 섞인 약관, 수정 의지는 있었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따르면, 상가건물 임대차의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물론 같은 기간 사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게 된다. 이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이다.

A씨와 한국타이어 사이의 임대차 계약 내용에 따르면, 다른 업종의 임대차 계약과 크게 다르지 않게 ‘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해지 통보를 하지 않을 때 동일한 조건의 계약이 1년간 연장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타이어 측이 A씨에 대리점 인도를 요청한 시점은 2016년 초반으로, 사측의 임대차 계약 갱신거절의 의사 역시 이 시기 처음으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전에는 한국타이어 측이 A씨에 임대차 계약에 관한 해지를 요구하거나 갱신거절 의사를 표시한 사실도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타이어와 A씨 사이의 대리점 임대차 계약은 그 존속 기간이 1년 더 연장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타이어의 부동산 인도 요구에도 A씨는 2017년 초반까지 기존 티스테이션 대리점에서 영업을 지속할 법적 권리가 있는 상태였다.

조현식(왼쪽) 한국타이어 총괄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사진=연합)
이에 한국타이어 측은 A씨와 맺은 임대차 계약 조항 중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계약기간 또는 연장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때, 해지하고자 하는 날로부터 2개월 전에 서면으로 상대방에게 통지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근거로, 연장기간 중 중도해지권을 행사했기에 최초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청했던 2016년 초의 시점에서 2개월이 지난 시기부터 기간이 만료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타이어와 A씨 사이의 법적분쟁에 대한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재판부는 최근 이 사건 판결을 내리며, 한국타이어 측의 이 부분 주장을 두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에 따라 위반된 약정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해 한국타이어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계약기간 또는 연장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때, 해지하고자 하는 날로부터 2개월 전에 서면으로 상대방에게 통지해야 한다’라는 한국타이어의 임대차 계약 약관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에 위반된 내용이라는 의미였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 부분을 미리 숙지해 법에 맞는 약관을 만들어야 했고,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후 약관 수정의 움직임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측은 이 부분에 대한 후속조치 여부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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