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결과 따라 ‘지적재산권 강탈’ 논란 빚을 수도

삼성전자,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 ‘단골 피고인’

과거 HDTV, 휴대전화 초성검색 기술 관련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에 패소한 사례도

삼성전자 전 직원 L씨 “삼성전자, VNAND로 이득 보며 적절한 보상 해주지 않아” 주장

L씨, 삼성전자에 300억원대 보상금 청구

한민철 기자

삼성전자가 전 직원과 무려 300억원대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의 법정공방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300억원대의 액수는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연루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 중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직원들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회사의 이익을 챙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발명진흥법 제15조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 규정에 따라, 특정 회사에 소속된 종업원이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은 뒤 해당 권리를 사측에 승계한 경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발명진흥법상 규정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사측이 해주지 않았다면, 발명 당사자이자 종업원은 사측을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국내 다수의 대기업들이 전현직 직원들과 이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으로 갈등을 겪어왔고, 특히 삼성전자 등 삼성의 전자·전기 분야 계열사가 해당 소송으로 인해 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그런데 얄궂게도 법원은 대부분의 삼성전자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이 직무발명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전현직 직원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뒷전이었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삼성전자 전 직원 A씨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삼성전자가 A씨에 60억 36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소송당사자인 A씨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고화질(HD) 텔레비전 영상압축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발명했다.

그 특허 발명 덕분에 삼성전자는 약 625억원의 수익을 얻은 반면, 정작 발명 당사자인 A씨는 사측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자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건은 6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으로 업계와 언론 등에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직원들의 지적재산권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챙기는 반면, 그 특허 발명에 기여한 당사자의 경제적 보상은 뒷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후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A씨와 삼성전자 사이의 조정이 이뤄지며 마무리됐다.

지난해 2월에도 삼성전자는 전 직원이 제기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의 결과가 전해지며 또 한 번 논란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삼성전자 소속 연구원 B씨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B씨에 2185만원을 보상하라는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B씨가 휴대전화에서 연락처를 검색할 때 초성만을 입력하면 관련 연락처 목록을 검색할 수 있는 소위 ‘초성검색’ 기술을 지난 1993년 발명했고, 이를 삼성전자에 양도해 사측이 1996년 정식으로 특허신청을 했지만 B씨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소송까지 이어진 사례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며 “특허발명이 공지의 기술이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회사의 독점적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가 특허발명을 직접 실시하지 않았더라도 보상금 지급의무를 전부 면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들은 사측을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관련 이슈에 대해 이들 직원들과의 원만한 협의 또는 이견을 만들지 않는 직무발명 보상 방안에 대해 마련했을 법도 하지만, 최근에도 관련 분쟁은 지속되고 있고 심지어 소송금액이 10억원대를 넘어 1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메모리 생산 파트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L씨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 현재까지도 치열한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L씨가 삼성전자에 제기한 소가는 무려 300억원에 이르며 앞서 언급한 A씨 사례의 ‘사상 최대 규모’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 금액을 뛰어넘은 상태다.

양측의 법정공방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도부터 양산하기 시작한 VNAND(브이낸드)에서 비롯됐다.

3차원 수직구조 낸드로도 불리는 브이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비(非)휘발성 플래시 메모리의 일종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기존에 단층으로 배열된 셀을 3차원 수직으로 CTF(Charge Trap Flash) 셀을 적층해 만들어낸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기존 평면 낸드플래시에 비해 메모리 속도와 수명 그리고 전력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3월 1세대 브이낸드를 양산했고, 올해 1월 4세대 브이낸드 기반의 SSD를 만드는 등 총 7차례 브이낸드를 새롭게 양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브이낸드를 자사가 개발하는 서버, PC, 모바일용 낸드 제품에 적용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둬온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L씨는 자신이 삼성전자 재직 중 먼저 브이낸드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냈고, 사측이 이에 대한 직무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며 주장하고 나섰다.

L씨는 이미 지난 2007년 7월 관련 기술의 발명에 대한 신고서를 특허청에 제출했고, 이후 미국 특허청에도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삼성전자 측은 L씨가 발명해 특허를 인정받은 기술이 자사 브이낸드 설계와 공법상 차이가 있으며, 미국 특허청의 L씨 기술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 오역을 지적하며 그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은 마지막 입장을 최종 정리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고, 이 300억원이라는 대규모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은 마지막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동안 삼성전자에 대해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삼성전자는 관련 보상에 대한 전현직 직원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해 L씨 측에 300억원이라는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상황에 놓인다면, 삼성이 직원들의 지적재산권을 쉽게 챙긴 채 회사 배를 불려왔다는 일각에서의 비난에 또 다시 직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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